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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선siseon Mar 21. 2024

이 밤에 초콜릿 케이크

밤 열두 시가 다되어 가는 시간. 냉동실에서 진한 초콜릿케이크 한 조각을 꺼내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마음이 자꾸 뒤틀렸다. 세상이 아무리 내 맘 같지 않다지만 때맞춰 일어나는 불편한 사건들의 연속이 자꾸만 속을 헤집어댔다. 오랜만에 딸린 식구 없이 언니와의 2박 3일이 예정되어 있는 시간. 함께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상황은 자꾸 의도와 상관없이 흘러갔다. 어찌 보면 그리 큰 일도 아닌데, 왜 이리 속이 상한지. 정말 생리 전 증후군의 전형적 증상인지 아니면 내가 인지한 것보다 나의 기대가 훨씬 더 큰 탓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연신 가슴을 쓸어내리며 치밀어 오르는 부아를 삭히는 수밖에.


그리고 초콜릿케이크. 평소 같았으면 낮에나 한 조각, 밤이면 쳐다보지도 않았을 금단의 열매를 홀린 듯 꺼내어 해치웠다. 초콜릿케이크가 금단의 열매인 것은 꼭 살이 쪄서 만은 아니다. 가뜩이나 카페인에 약해져서 디카페인 커피만 먹어도 심장이 두근거리는 내가 초콜릿케이크를 먹어 잠을 잘 잘 수 있을 리 없으므로. 아니 카페인이 없어도 쉬이 잠들지 못해 멜라토닌을 처방받는 나를 위해서도, 10대 마냥 불쑥불쑥 올라오는 뾰루지가 고민인 나의 피부를 위해서도. 물론 최근 1~2킬로라 애써 위안하지만 분명 옷을 입으면 티가 나는 군살을 봐서라도 밤 열두 시에 이는 안 될 말이었다. 


그러나 달디달고도 쌉싸름한 초콜릿케이크를 순식간에 해치우고 나서 느낀 평안함은 뭐랄까. 이 모든 구구절절한 이유들을 무색하게 하기 충분했다. 그렇지. 몸이라는 것은 이렇게나 그저 호르몬의 노예에 불과한 것을! 몇 십분 전의 뒤틀림은 어디 가고 어느새 나는 충분히 진정된, 무난하고 편안한 나로 돌아왔다. 그래, 그게 뭐라고. 그럴 수 있고, 그런 상황에서도 충분히 즐기면 되는 것이라며 나는 몇 십분 전의 나를 점잖게 타이르기에 이르렀다. 


유일한 부작용이라면, 새벽 한 시에 말똥말똥한 눈으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겠지. 하. 평안함을 얻되 잠을 잃었구나. 그러나 뒤틀린 마음으로 잠이 들어 불편한 꿈에 시달리느니 불면의 밤을 기꺼이 맞이하는 것으로! 그리고 초콜릿케이크는.. 너무 맛이 있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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