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뭇잎소리 Aug 06. 2020

자동차를 없애고 다시 태어나는 맨해튼

차가 아닌 사람을 위한 맨해튼의 새로운 도시 계획

 미국 뉴욕의 맨해튼을 생각하면 교통 체증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 불편이 일상이 된 사람들도 많을 것이고, 나처럼 며칠을 경험하고 놀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아직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도 '맨해튼 교통체증'이라고 간단히 검색하면, '평균 운행속도 시속 7마일 (약 11.3km/h)', '각국의 대통령 맨해튼 교통 체증으로 UN총회에 지각하거나 걸어서 이동' 등의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세상에 11.3km/h?? 한국에서 어린이 보호구역 대부분의 제한속도가 30km/h 이다. 월스트리트, 유엔본부, 주요 언론 매체 등 능력있고 똑똑하다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맨해튼, 몇년 째 더 악화되기만 하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까?

 

 관련하여 매우 흥미로운 내용이 있어 소개한다. 나는 원래 긴 영어글을 편하게 읽어내는 편은 아니지만 이 글은 워낙에나 재미있어서 자세히 끝까지 보면서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보는 내내 이 글에는 돈이 얼마나 들어갔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좋은 글을 뒷받침 해주는 시각적인 자료의 활용이 얼마나 글에 힘을 실어주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원문에 대한 주요 내용은 여기서 소개 하겠지만, 원문으로 가서 꼭 자본력이 느껴지는 일러스트레이트들을 확인해 볼 것을 추천한다. 그림만 봐도 개인용 차가 사라지는 맨해튼의 변화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I’ve Seen a Future Without Cars, and It’s Amazing by Farhad Manjoo

https://www.nytimes.com/2020/07/09/opinion/sunday/ban-cars-manhattan-cities.html

맨해튼에서 자동차로 낭비되는 공간을 모으면 센트럴 파크의 네 배

 글은 길면서도 간단하다. 뉴욕의 맨해튼은 차를 위해서 너무 많은 공간을 할애하고 있다. 개인용 자동차를 없애버린다면 자동차가 차지하던 공간을 개선하여 뉴욕 시민들에게 훨씬 더 쾌적한 도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쿨한데? 얼마든지 말로는 쉽게 옳은 소리를 할 수 있지. 그렇지만 이 계획은 도시변화를 연구하는 City Lab (블룸버그가 사들여서 블룸버그에 속해있다), PAU(Practice for Architecture and Urbanism)에서 매우 구체적이고 수치적인 것들을 계산해내면서 계획하고 있는 제안이라 말로만 하고 끝날 내용이 아니라는 점이 기대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들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속도를 내게 될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락다운 이후 거리에서는 차가 사라지고, 새 노래소리 바람 소리가 들려왔으며 교통사고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한달 평균 10명의 보행자가 사망하던 뉴욕은 두달 동안 단 한명의 사망자도 없었다. 캘리포니아에서도 차량충돌이 50%나 급감했고, 부상 및 사망이 한달에 6천여건이 줄어들었다. 도로에서 차들이 사라지니 도로는 새로운 가능성으로 가득 찼다. 다시 롤러브레이드와 스케이트보딩을 했고 자전거와 전기 자전거의 판매가 급증했다. 자동차로부터 해방된 도시에서 사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 참고로 나는 자동차와 관련된 일이 생업이다. 앞으로 자동차와 도시, 그리고 사람은 어떠한 관계를 맺는다고 생각하고 차를 대해야 할까.


 자, 맨해튼에서 개인용 자동차를 없애고 배달트럭, 택시, 공유자동차, 버스 등만을 남긴다면 도로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자.


  0. 현재 차로가 대부분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던 맨해튼의 길거리는

  1. 자동차 대신 보행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인도를 확장하게 되고

  2. 차로를 없앤 곳에 자전거 도로를 양방향으로 만들 수 있다. 안전을 위한 콘크리트 보호벽까지

  3. 꽉 막히는 차로 대신 개인 차량 통행이 없는 전용 버스 차선이 생긴다.

0. 차로가 도로의 면적을 다 차지하고 있는 현재 맨해튼
1. 차로 면적이 줄어들자 넓어진 보행자 공간
2. 차로 대신 인도 옆에 생겨난 양방향 자전거 도로
3. 나머지 면적은 개인차량 없는 버스전용 차선

 좀 더 변화를 느끼기 쉽게 현재와 대비한 그림도 소개하고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모든 그림은 원문에서 가져왔다. 아래 왼쪽 사진은 맨해튼 주거구역의 현재 모습으로, 주차된 차와 돌아다니는 차, 널부러진 쓰레기로 가득차 있다. 차가 사라진 오른쪽 사진의 느낌은 훨씬 단정하고 편안해 보인다.자전거가 다니고, 분리수거 가능한 쓰레기통이 생겼으며, 사람들이 안전하게 도로를 다니게 횡단보도도 생겼다. 휠체어를 탄 사람과 어린 아이들도 맘편히 다닐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혹시 저 횡단보도의 특별한 점을 발견한 누군가가 있을까?

맨해튼의 거주지 도로 변화 예상 사진

 이 횡단보도가 있는 곳만 도로는 살짝 높게 설계되어 있다. 운전자든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든 모두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도록 블럭처럼 올라와 있는 구조이다. 우리가 과속 방지턱을 지날 때 물리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경계심을 가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도시에 대한 아이디어들을 실험해보고 실제로 적용하는 일이라니 너무 흥미롭다.

파크 애비뉴 스트릿의 이름에 걸맞는 20세기 초의 모습

 아래 왼쪽 사진을 보면 파크 에비뉴 스트릿에는 왜 파크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지 모를 일이다. 개인용 차량을 없애고 인도를 확장하고 식물도 더 많이 가꾼다면 다시 20세기 초처럼 파크를 품은 거리로 명성을 되찾을 수도 있다.

20세기 초의 명성을 되찾을 파크 애비뉴 스트릿의 변화

 아래 도로는 8개의 차선으로 보행자들이 매우 긴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는 현재의 왼쪽 사진에서, 버스 전용차선, 자전거 도로로 바뀐 뒤 자동차에게 공간을 내어주지 않고 사람들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한 동일한 거리를 오른쪽 그림으로 보여준다.

차선을 대체한 공간의 다양한 활용 - 소셜, 시민 공공 서비스

 이 정도면 정말 도시의 재탄생이 아닐까? 개인 소유 차량이 사라지고나면 맨해튼의 교통량은 약 60% 감소하게 되고, 오늘날 할램에서 시청까지 이동하려면 1시간 48분이 걸리는 장거리 버스 여행이 되버리던 것이 35분으로 소요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이 계획은 맨해튼 뿐만 아니라 뉴욕에서 차가 여전히 허용되는 나머지 자치구에서도 교통량이 20% 감소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맨해튼이 개인 소유 차량 없는 계획에 성공한다면 허드슨 강 건너 다른 도시들도 맨해튼의 계획을 일부 적용할 수도 있다.


 개인용 차가 없이 어떻게 생활하냐고? 맨해튼 밖에 산다면 출퇴근은 훨씬 빨라진 고속전철과 버스, 공유 차량 등으로 하면 되고 맨해튼 안에서는 도보, 버스, 지하철, 자전거, e-bike, 스쿠터, 마이크로 모빌리티 장치들, 우버 등을 통해 이동하면 된다. 어차피 차를 가지고 있어봐야 평균 시속 7마일 이하인걸.


 이러한 구상의 설계자 대표는 맨해튼에서 자동차에 할애하는 공간의 양은 단순히 낭비일 뿐만 아니라 더 깊은 의미에서 자동차에 대한 필요가 없는 수백만 뉴욕 시민들에게 불공평 하다는 "Street Equity" 문제를 제기한다. 도시의 효율성을 떠나서 형평과 정의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공공의 공간이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해 실질적인 발언권을 얻지 못하고 침묵하고 있는 다수들에게 그들의 권리를 지켜주는 것이다.


 블룸버그나 PAU가 돈을 들여서 리서치를 하고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 차없는 맨해튼의 아름다운 미래를 보여주고, 사람들이 이러한 도시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할지라도, 정책 결정권자들이 이 내용에 공감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 뉴욕타임즈 오피니언의 칼럼니스트 Farhad Manjoo는 효율성, 경제성 뿐만 아니라 앞서 말한 권리, 형평성 등 이념적인 부분까지 다루고 있다. 멋있다. 뉴욕타임즈의 넘버원 칼럼니스트라고 한다. 역시.

 이미 샌프란시스코의 마켓 스트리트가 자동차 없는 산책로로 바뀌었고, 파리에서는 안네 히달고 시장이 자동차에게 빼앗긴 땅을 되찾아 오는 것을 자신의 정치 중심축으로 삼았다. 지난 10년간 파리의 교통량은 40% 감소했으며, 히달고는 재선에도 성공하였다. 이 글의 저자는 뉴욕의 시민들을, 그리고 정치인들이 자동차에게 빼앗긴 공간들을 뉴욕 시민들이 다시 누려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득력 있게 자극하고 있다.


 한국의 도시계획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임시적으로 일부 기간동안 차 없는 거리로 만들어 그 공간에서 상인들의 경제활동 및 문화 예술 공연등을 장려하기도 한다. 이번에 소개한 글을 읽고나니 한국도 어떠한 장기적 플랜을 짜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