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에 관한 짧은 에세이
미국해병대는 세계적으로 강하기로 유명하다. 서로를 돈독히 챙기는 것은 물론이고 명령에 대한 나름의 전략을 서로 이해해서 더 좋은 성과를 낳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회자된다. 미국 해병대는 들어가는 순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는 문화가 있는데 그것은 리더가 마지막에 먹는다는 것이다. 모든 배식이 끝나고 누구나 배부르게 먹었을 때 리더는 먹는다. 그냥 그러게 한다. 누가 시켜서 그렇게 한 것도 아니고, 자신이 리더라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한다. 이것은 리더십에 대한 영감을 준다. 리더는 어떤 사람이다라고 백날 떠들어봤자 리더십의 리자도 모르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다. 그러나 리더가 마지막에 먹는다면 어떻게 될까? 항상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 그렇다면 그 조직에서는 리더는 가장 마지막에 모든 일을 마무리하고 책임지는 사람이 리더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직의 성공과 실패는 조직원의 역량이나 리더의 판단력에 있지 않다. 오히려 리더의 탁월함에 있다. 리더가 '왜 일해야하는가?'를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구성원들을 하나하나 인격적으로 대하고 세심하게 챙기는 것부터 시작한다. 부족한게 없는지, 불만은 없는지, 고민하는 부분은 없는지를 챙기고 듣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은 리더가 자신을 부품으로 여기지 않고 이용한다는 생각을 버리게 된다. 안정감이 없는 조직이 실패하는 이유는 조직문화를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 아니라 조직원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직원들의 마음이 중요하지 않은 조직은 그들이 가진 두려움을 관리할 필요가 없다. 어떤 마음으로 출근하고 일을 하고 아파하고 힘들어하는지를 세심하게 들어주고 다가가지 않는 리더는 지금은 비록 좋은 성과가 나올지라도 언젠간 소리없이 사람들이 떠나고 곧 자신의 일도 접어야 할 것이다.
구성원들에게 가치를 공유하고 소중히 여기는 리더와 함께라면 그 조직은 경영성과가 좋을 때나 실패할 때나 상관없이 장기적으로 성공을 이룬다. 구성원들이 당신 때문에 더 큰 꿈을 꾸고 내일에 대한 희망이 생기며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은 일을 해내고, 더 위대한 일을 한다면 당신은 리더다. 리더는 매니저와 달리 '통제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않고 '동기부여하고 미래를 제시한다.' 사회가 불안정해질수록 사람들은 더 세심하게 돌보고 서로를 소중히 여기려는 것보다는 서로 감시하고 최대한 리스크를 줄이려고 다른 사람을 감시한다. 리더가 탁월하지 않다는 증거는 이렇게 '매니저십'을 가지고서 '리더인척'하는 것을 말한다. 탁월한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 다른 이들을 먼저 챙기고 끝까지 남아서 책임을 진다. 이러한 안정감을 통해서 구성원들은 리더를 믿고 자유롭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새로운 모험을 한다.
어디를 가나 리더십에 대해서 실망하게 되고 때로는 절망하게 된다. 리더라고 하는 사람들이 결국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판단하고 조직을 움직이는 것을 본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그렇게 하는지도 모른체로 그렇게 하면서 스스로를 속인다. 자기기만. 누군가 꿈을 꾸고 새로운 미래를 그려볼 수 있도록 해도 모자를 판에 다른 사람의 희망을 꺾고 헛된 꿈을 꾸게 만든다. 여기에서 때론 권모술수를 쓰고 전략이랍시며 정보를 더디게 혹은 부족하게 공유해줘서 구성원들의 판단력을 흐린다. 어떤 때는 이러한 일정으로 진행하는데 들여다 보면 자기 아이들 챙기려고 일부러 일정을 이상하게 짠 것도 있다. 그러면서 리더라고 스스로를 으스대곤한다. 리더라면서 먼저 먹고 뒤에 남아 있는 사람이 얼마나 배가고프고 힘든지 모른다. 아니 아예 관심이 없다.
우리에게는 누구나 '리더'의 자리가 주어진다. 먼저는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리더이고, 어떤 조직에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리더가 되며, 가족들 안에서 리더가 된다. 아이들에게는 아빠 엄마가 리더가 된다. 이렇게 리더십은 어디서나 발휘된다. 그러나 진정한 리더십을 가지고 탁월하게 조직을 움직이고 가족을 섬기고 자기자신을 소중히 여기면서도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매끄럽게 다가가는 것을 보기 힘들다. 시대가 그런걸까? 아니면 인간의 본성이 그런걸까? 이런 리더들이 잘 보이지도 않지만, 추구하는 것도 이상해질만큼 어색한 사회적 분위기가 되어 버린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마지막에 먹는 리더들이 간혹 보인다.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어넣고 삶의 의미를 제공하면서도 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 주는 사람들이 보인다. 얼마나 즐거울까? 그런 리더와 같이 신나고 즐거운 일을 해 나간다는 것이 말이다.
respose + ability = responsability
책임감이라는 단어는 response라는 응답과 ability라는 역량으로 이루어진 멋진 단어다. 내가 상황에, 질문에, 문제에 응답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의도'의 문제이다. 의도가 순수하면 다가오는 문제와 질문에 대해서 응답하려고 한다. 구성원들의 어려움과 아픔에 응답하고, 해결하지 못한 일에 대해서 반응한다. 그런데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ability가 없다면 책임질 수 없다. 리더의 탁월함은 단순히 반응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역량의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다. 이렇게 응답과 역량의 교집합에 책임이 있다. 리더의 탁월함은 다름아님 책임감이다. 부단히 좋은 리더가 되려고 노력하고 돌아보고 배우고 꿈꾸지 않으면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일이 계속 줄어들 것이다. 역량이 부족하면 어느순간 '응답하려는 의도'도 변질되는 순간을 빈번하게 보게 된다. 역량을 키우고 해결을 위한 고민을 하고 배우면서도 계속해서 응답하려고 하는 리더는 반드시 마지막에 먹는다.
짧은 에세이였지만 이 글을 쓰면서 스스로 다짐한다. 정말 좋은 리더가 되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어넣고 새로운 꿈을 꾸게 하면서도 세심하게 배려하고 챙기고 소중하게 여기는 관계로 날마다 성장하는 조직. 사람들을 섬기고 듣고 반응하면서도 문제를 해결하고 다른 사람의 실수를 만회하여 더 큰 성장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리더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더 많은 시간을 사람들을 돌아보고 들어주고 챙기고, 지금부터라도 마지막에 먹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다짐. 작은 다짐과 도전이지만 '역량'의 가장 중요하면서 어려운 부분은 '태도'이다. 마지막에 먹는 태도를 기르기 위해서 나 다신부터 다시 돌아보면 좋겠다. 이렇게 계속 남겨 놓아서 내가 언젠가 리더의 자리에 섰을 때 탁월한 리더, 마지막에 먹는 리더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