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3천, 그랜저 꿈? 현실 계산기 '충격'
현대자동차 그랜저가 2025년 11월 기준 연말 프로모션에도 불구하고 연봉 3천만원대 직장인들에게는 여전히 넘기 어려운 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연봉 대비 적정 차량 가격 계산법에 따르면, 그랜저 구매는 최소 연봉 7천만원 이상에서나 현실적인 선택이 된다는 분석이다.
현대자동차 그랜저가 2025년 11월 기준 연말 프로모션에도 불구하고 연봉 3천만원대 직장인들에게는 여전히 넘기 어려운 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연봉 대비 적정 차량 가격 계산법에 따르면, 그랜저 구매는 최소 연봉 7천만원 이상에서나 현실적인 선택이 된다는 분석이다.
현대 그랜저 2025 / 사진=현대자동차2025년 11월 24일 자동차 업계 보고서에 따르면, 국산차 가격은 급등한 반면 직장인들의 실질 소득은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연말까지 그랜저 구매 고객에게 200만원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기본 출고가 3798만원에서 할인을 적용해도 3598만원이라는 가격은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금융설계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차량 구매 원칙은 명확하다. 연봉의 30~40% 수준이 적정 차량 가격이며, 월 할부금은 월급의 10%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연봉 3천만원 직장인의 경우 900만원에서 1200만원 수준의 차량이 적절하다. 월 실수령액 225만원 기준으로 월 부담 한도는 80만원에서 100만원 사이다.
그러나 그랜저 2.5 가솔린 프리미엄 트림 기준 3798만원을 60개월 할부로 구매할 경우, 2025년 11월 기준 금리 5.8%를 적용하면 월 할부금만 72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자동차세 연 48만원(월 4만원), 자동차보험료 월 15만원, 주유비 월 20만원, 정비 및 소모품 교체비 월 10만원을 더하면 월 121만원의 유지비가 발생한다. 이는 월 실수령액의 53.7%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주거비와 생활비를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감당 불가능한 수준이다.
현대 그랜저 실내 / 사진=현대자동차업계 분석에 따르면 연봉 3천만원대는 현대 아반떼, 기아 K3, 쉐보레 트랙스 같은 준중형 이하 차량이나 중고 경차가 적절하다. 신차 구매의 문턱은 연봉 5천만원대부터 열리며, 이때 비로소 아반떼급 신차를 무리 없이 운용할 수 있다.
가장 논쟁적인 구간은 연봉 6천만원대다. 월 실수령액 440만원 수준에서 중형 세단이나 준중형 SUV 접근이 가능하지만, 그랜저는 여전히 과분한 선택이다. 2025 그랜저 하이브리드 캘리그래피 트림의 경우 출고가가 5205만원에 달하며, 풀옵션 기준으로는 5800만원을 훌쩍 넘는다.
데이터상 그랜저가 적정 소비 범주에 들어오는 시점은 연봉 7천만원부터다. 월 실수령액 510만원 기준으로 월 차량 관련 지출 150만원 정도가 가능해지면서 그랜저 구매와 유지가 현실적으로 가능해진다. 하지만 이마저도 주거 비용과 저축을 고려하면 빠듯한 수준이다.
연봉 8천만원에서 9천만원 구간에 이르러서야 차량 유지비가 월 소득의 적정 비율 내로 들어오며, 연봉 1억원 전후가 되어야 그랜저가 부담 없는 선택이 된다. 월 실수령액 720만원 수준에서 차량 관련 지출 200만원은 전체 소득의 27.7%로, 금융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30% 이내에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이다.
현대 그랜저 2025 측면 / 사진=현대자동차현대자동차는 2025년 연말까지 그랜저 구매 고객에게 200만원 할인을 제공하는 라스트 찬스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11월 한정으로 월 33만원대 유예 할부 상품도 출시했다. 낮은 금리와 유예 할부를 결합해 초기 월 납입 부담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유예 할부는 초기 납입금을 낮춘 대신 후반부 납입금이 증가하는 구조다. 60개월 할부 기준 초기 24개월은 월 33만원대를 납입하지만, 이후 36개월은 월 95만원 이상을 납입해야 한다. 연봉 3천만원대 직장인이 2~3년 후 급여가 대폭 상승한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후반부 납입금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 있다.
자동차 할부의 또 다른 함정은 감가상각이다. 신차는 출고 즉시 15~20% 가치가 하락하며, 3년 후에는 신차 가격의 50% 수준으로 떨어진다. 3798만원짜리 그랜저를 구매해 3년간 2160만원의 할부금을 납입한 후에도 차량 가치는 19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실질적으로 260만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도로 위에는 그랜저를 비롯한 고가 차량이 넘쳐난다. 2025년 1월부터 10월까지 그랜저 판매량은 11만3천대로 국내 승용차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이는 필요보다는 욕망이 만든 소비의 결과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사회적 체면과 편의성을 중시하는 소비 심리가 소득의 제약을 넘어섰다”며 “이는 소득과 소비 수준의 괴리가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그랜저 구매자의 상당수가 장기 할부와 리스를 활용하고 있으며, 일부는 가계 부채 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차량 허세지수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차량 가격을 월급으로 나눈 값이 1.0에서 1.5 사이면 적정, 2.0 이상이면 과소비로 본다. 연봉 3천만원 직장인이 3800만원짜리 그랜저를 구매하면 차량 허세지수는 무려 17에 달한다. 적정 기준의 10배가 넘는 수치다.
자동차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시재가 아니라 내 삶의 속도와 재무 상태에 맞춘 이동 수단이어야 한다. 고물가와 고금리 시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도로 위의 유행을 쫓는 것이 아니라 냉철한 내 차 계산법이다.
연봉 3천만원대 직장인이라면 아반떼나 K3 같은 준중형 차량이나 상태 좋은 중고 경차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여유 자금이 생기면 카셰어링이나 렌터카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차량 구매로 인한 재무 부담이 미래의 기회비용을 갉아먹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금융 전문가들은 “차량 구매 전 반드시 총소유비용을 계산하고, 향후 3년간의 재무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며 “차량은 자산이 아니라 소비재이며, 매년 가치가 하락하는 감가상각 품목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결국 연봉 3천만원에 그랜저를 구매하는 것은 숫자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무리한 선택이다. 계산기를 두드려본 직장인들이 난리를 친 이유는 명확하다. 꿈의 차와 현실의 벽 사이에서, 합리적 소비가 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