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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상 Apr 21. 2018

맞지 않는 일을 하다 보니 병이 납디다

돈보다 사람 위의 사람

  나의 전력은 조금 특이하다. 애초에 뮤지컬 전공을 했었고, 부모님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자 잠시 피해있을 요량으로 지방에 있는 문예창작과에 재입학 했다. 그러다가 특히 반대가 심했던 아버지와 사이가 차츰 좋아지자 미디어영상광고홍보학부에 편입을 하게 된다. 그런 후에 영상과 영화에 관심이 생겼고, 연극에 대한 미련도 버리지 못해 대학원의 연극영화과 영화이론 전공에 입학하여 현재 수료를 한 상태이다.

 그  문예창작과에 가서 글만 써야겠다고 반 자포자기 상태로 지방에 내려간 시절에는 심적으로 많이 힘겨웠던 때였다. 어머니는 그때 당시 건강이 많이 안 좋아져 있었고, 아버지는 힘든 일을 하고 계셨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런 걸 감당할만큼 내 심지는 그다지 강건하지 못했다. 2년간 죽자고 열심히 산 속에 박혀 글만 읽고 썼다. 그러다 어느 시점이 되니까 성향상 좀이 쑤시기 시작했다. ‘다시 세상에 나가 무얼 해보자.’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문학적인 글만을 쓰다 보니 또다른 글이 궁금했고 배운 글이 무언가로 구현되는 그림을 보고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주기적으로 아버지께 편지를 썼기 때문인지 사이도 많이 좋아졌다. 그래서 미디어영상광고홍보학과에 편입을 했다.

 초반까지는 흥미로웠다.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사실 자체로도 들뜬 것이다. 하지만 잠시의 시간이 흐른 후  깨달았다. 이 일은 나와 정말 맞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는 가치적인 측면이었다. 나는 돈을 좋아한다. 하지만 돈이 최고인 일은 싫다. 그러나 저마다 광고는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했다. 아차 싶었다. 하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어느 정도 나이도 됐을 뿐더러 이미 학교를 몇 차례 옮긴 터라 이 학교에서만큼은 꼭 졸업을 하리라 다짐하고 온 탓에 맞지 않는 공부를 끝까지 마쳐야 했다. 예술가를 꿈꾸며 노래를 부르고 연기를 하고 춤을 추고, 글을 쓰던 애가 기업의 자사분석, 타사분석과 SWOT이라고 하는 강점 약점 기회 위협 분석 을 하게 됐다. 어떻게 하면 기업의 제품이 좀더 잘 팔릴지 전략전술, 기획 등을 짜고 다양한 캠페인 사례를 보고 분석하기도 하였다. 분명 재미있는 구석도 있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모든 목적이 ‘돈’이라는 사실이 참기 힘들었다. 돈이라는 건 분명 자본주의 사회내에서 최고의 가치이지만 나는 인간의 가능성과 잠재력이 가장 확대되는 영역인 예술을 지향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돈을 위해서 이 모든 것을 하다니! 그 중에서도 제일 참기 힘든 것은 기업이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봉사를 한다는 사실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 부분이 제일 역겹고 싫었다. 그렇다고 나 자신이 그렇게 순수하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게다가 서로를 비난하고 깎아내려야만 자신이 살 수 있는 분위기도 참기 힘들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이 너무 많이 빠지기 시작했다. 한 움큼씩 빠지다 보니 머리를 말리고 빗질을 했다 하면 방안은 온통 머리카락으로 빼곡했다. 학교에 도착해서는 마치 혼이 빨려나가는 느낌이었다. 목구멍까지 열기가 뿜어져 나오고 영 몸이 좋질 않았다. 학교에 도착해서 수업을 받으면 기가 다 빨려나가는 느낌이었고,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얼굴에 심하게 여드름도 나기 시작했다. 그 여드름이 아무리 약을 발라도 가라앉지 않고 붉게 일어나서 얼굴이 울룩불룩하고 화장으로 가려도 잘 가려지지 않고, 짜고 나면 따가워서 햇볕을 받으면 엄청 고통스럽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화장을 지우고나서 너무 심하게 새빨게지니까 거울을 보기가 너무 싫었다. 몸도 마음도 지쳐가던 무렵, 친했던 언니도 학교 생활이 괴로웠던지 학교 안에서 심리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나도 도움이 되겠다 싶어 심리상담을 받으며 학교를 겨우 마쳤다. 내가 순진한 건지, 그 아이들이 지나치게 영악한 건지 나는 그 사람들의 심리를 도통 이해하기 힘들었다. 인간보다 돈과 경쟁이 우선인 분야에 있는 것도 이유일테고 상대평가라는 평가요소도 한 부분을 차지했다고 생각한다. 절대평가가 아니라 상대적인 개념으로 성적을 평가받다보니 성적에 지나치게 집착하게 되고 서로를 끌어내리는 습성이 몸에 배게 된 것이다. 효율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 때의 경험은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이 있으며 본질에 맞지 않는 일을 하면 어떤 대가를 받게 되는지 처절하게 배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내가 순진한 건지, 그 아이들이 지나치게 영악한 건지 나는 그 사람들의 심리를 도통 이해하기 힘들었다. 인간보다 돈과 경쟁이 우선인 분야에 있는 것도 이유일테고 상대평가라는 평가요소도 한 부분을 차지했다고 생각한다.  효율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 때의 경험은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이 있으며 본질에 맞지 않는 일을 하면 어떤 대가를 받게 되는지 처절하게 배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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