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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상 Apr 21. 2018

자연이라는 예술

유년시절로의 회귀

  

 나는 언제나 예술을 동경하고 사랑했다. 생각해보면 그 경험은 내 유년시절에 기인한다. 어린 시절 10여 년간은 시골에 살았다. 경상북도 상주시 사벌면 목가리라는 곳이었는데 그곳은 논과 밭이 전부고 간판 하나 없는 깡시골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나의 가장 행복했던 유년시절을 보냈다. 매순간 친구들과 만나 산으로, 들로 놀러다니는 것이 일이었고 철따라 변해가는 벼의 풍경을 지켜보며 자라났다. 송사리를 손에 물과 함께 얹어보기도 하고, 도롱뇽 알의 모양이 달라지는 것을 바라보기도 했다. 아카시아 꽃잎을 쪽 빨아 먹어보기도 하고, 나무에 매달린 사슴벌레를 잡아 친구가 잡은 것과 대결시키기도 하였다. 논밭에 천천히 기어가는 우렁이를 잡기도 하고 무덤가의 풀숲에 비료포대를 놓고 썰매를 타기도 했다. 그렇게 지내던 시절에는 항상 도시를 동경하고 더 넓은 세상에서 살고 싶다는 열망이 가득했었는데 도시로 떠나온 지 1년도 되지 않아 큰 향수병이 나서 그곳의 길과 노닐던 논밭, 하늘의 별만을 되뇌던 시절도 있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형성된 풍경이 나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없이 드넓었던 자연의 품과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아도 철대로 절로 변해가는 산과 들의 모, 날씨만 보아도 비가 올지 눈이 올지 다 예측하던 어른들… 그곳에 있었기 때문에 나는 풍광을 넓게 담을 수 있었고, 자유로운 것을 사랑하게 되었다. 또 자연의 순리라는 것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커다란 것인지를 깨달았다. 도시에서는 그걸 덜 느끼지만 시골에 있다 보면 날씨에 따라 그 날 하루의 일정이 완전히 바뀌기도 하니까. 이러한 경험이 나를 만들었고 내 뿌리를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닷가에 살던 사람은 바다를 가슴에 품고 살 듯이 나 또한 산과 들을 언제나 가슴 속에 품고 살아가니 말이다. 그 마음으로 좀 더 넉넉할 수 있고, 순수하고 진솔할 수 있고, 예술이라는 자유로운 도화지를 그리고 꿈꾸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곳에 있었기 때문에 나는 자유스러운 풍광을 넓게 담을 수 있었고, 자유로운 것을 사랑하게 되었다. 또 자연의 순리라는 것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커다란 것인지를 깨달았다.  이러한 경험이 나를 만들었고 내 뿌리를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닷가에 살던 사람은 바다를 가슴에 품고 살 듯이 나 또한 산과 들을 언제나 가슴 속에 품고 살아가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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