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상 Apr 21. 2018

취업 전선에 뛰어들다

 대학원을 수료한 후 나는 취준생 신분이 되었다. 남들 다 하는 취직 준비, 힘들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자신감이 있었다. 열심히 살아온 나에 대한 굳건한 믿음, 그런 것이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나의 생각이 얼마나 오만에 찌든 생각이었는지 깨닫기 시작했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하루, 수없이 쓰는 이력서, 기약 없는 기다림, 또다시 일상의 반복, 나를 보는 부모님의 눈초리, 그 모든 것들이 나를 힘들게 만들었다. 갈 곳이 없고, 무얼 하고  있다고 명확히 말할 수 있는 무언가가 없다는 건 참 사람을 움츠러들게 만든다.

 어디 그것뿐이랴, 졸업을 위해 토익을 준비해야 했고 논문을 쓸 구상을 해야 했다. 그러면서 취직에 보탬이 될지 모를 자격증 공부도 해야 했다.  아르바이트를 할까도 했지만 언제 어느 때 이력서를 넣었던 회사에서 연락이 오고 면접이 잡힐지 알 수 없어 그럴 수 없었다. 그 당연한 밥벌이 나도 좀 해보려고 뛰어들었는데 막상 생각처럼 되지가 않았다. 최선을 다해 살았는데 나를 알아줄 이 전무했다.  치열한 전장 속으로 이제 막 들어온 병아리 군인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대학원을 수료하고 난 후 하고 싶었던 많은 계획, 정확히 '꿈들' 중 제대로 된 것은 거의 없었다. 모든 계획은 뒤틀렸고 나는 점차 폐인이 되어갔다. 그러면서 걱정이 많아져 밤에 잠을 못 자는 경우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어렵사리 잠이 든다 해도 흉포한 스릴러의 살인자가 등장하는 꿈들을 꿨다. 아무 생각 없이 퍼 먹었던 밥을 양껏 푸기가 죄송스러워지고, 부모님의 주름을 볼 때마다 죄책감이 일었다. 집안일은 잘 못해도 공부와 각종 활동만큼은 기깔나게 열심히 했던 나를 자랑스러워하던 부모님의 시선은 점차 사라져갔다. 나는 공부만 많이 한 아웃풋 없는 퇴물 투기 땅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 생활이 한두 달쯤 지속되자 응원을 마지않던 엄마 아빠는 독촉의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력서는 쓰고 있지? 토익은 제대로 하고 있어?"

  

그리고 다시 한 달쯤 지났을까 이번에는 또 다른 말이 들려왔다.

    

"일 구하기가 너무 힘든 것 같으면 시집을 가~"

     

그 말들이 나를 얼마나 콕콕 찔렀는지 모른다.

  

나의 희망과 꿈이 점멸하고 있었다.

100세 시대라는 말이 무색하게 나의 젊음이 짓무르고 있었다.   





남들 다 하는 그 당연한 밥벌이 나도 좀 해보려고 뛰어들었는데 막상 생각처럼 되지가 않았다.

최선을 다해 살았는데

나를 알아줄 이 전무했다.

치열한 전장 속으로 이제 막 들어온 병아리 군인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