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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규 Jul 12. 2017

역시 맛집은 기사식당

말이 안 통하면 뭐 어떤가, 아바나 현지 맛집 탐험기

여행을 많이 다니다 보니 사람들이 묻는다. "말이 안 통하는 데 어떻게 했어? 안 무서워?" 나는 영어도 잘 못하고 그렇다고 다른 외국어를 할 줄 아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여행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언어는 다르지만 우린 비슷한 모습으로 하루를 살아가니까. 주입식 교육의 문제일까, 정답을 찾아야만 한다는 강박인지 우리나라 사람들을 외국어를 말함에 있어서 두려움이 큰 것 같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영어를 배웠지만 서른이 지난 지금도 잘 못하는 걸 보면 소질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국어가 아닌데 뭐 어떤가. 그냥 하면 된다. 쿠바는 영어조차 통하지 않는 나라다. 오직 스페인어. 하지만 나는 까막눈이다. 그래도 뭐 어떤가.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인걸. 


현지인들만 가는 식당에 가보고 싶었다. 그곳은 영어 메뉴판도 없을 것이고, 외국인 통화(CUC)도 받지 않을 테지만 그곳에 가야 진짜 아바나의 삶 속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했다. 적응하는 2-3일 동안은 '저기 맛있겠다, 여기도 맛있겠다' 밖에서만 구경하다 드디어 용기내어 시도를 했다. 


자전거 택시가 밖에 많이 세워져있다. 맛집일 가능성이 높다. (추측)
사람들은 앉아서 먹거나 포장해가거나.


예상대로 메뉴판을 통 읽을 수가 없다. 사람들이 먹고 있는 음식을 보니 나도 모르게 꿀꺽 침을 삼켰다. 유독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먹고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 한국말로 물어봤다. “이게 뭐야?” 그 사람은 먹다 말고 나를 보고 웃더니 메뉴판을 손으로 가리켜며 무슨 음식인지 알려줬다. 그리고 종업원에게 손짓해 주문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음식은 우리 돈으로 약 1,500-2,000원 정도. 상당히 저렴하다. 아마도 기사식당 같은 곳인가 보다. 실제로 자전거 택시 운전사들이 가게로 계속 들어온다. 공사장 인부처럼 보이는 사람도 상당하다. 용기를 가져와서 포장해가는 사람도 많다. 동네 감자탕집 같은 모습이다. 메뉴는 단출하였다. 강낭콩 밥 위에 고구마랑 샐러드랑 돼지고기 또는 닭고기를 올려준다. 고기는 양념이 되어 있고 밥에도 간이 되어 있다. 밥은 간이 안 된 하얀 쌀밥도 있는데 그걸 주문한 사람들은 소스를 따로 주문해 밥 위에 부어 먹었다. 이곳에 앉아있으니 우리가 쿠바 사람들을 구경하는 건지 구경당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사실 구경당하고 있었다) 주문한 메뉴가 나왔다.


쌀과 팥에 올리브를 두르고 큐민을 넣고 지은 다음에, 라임을 뿌리고, 양파를 구워서 두른 밥과 마늘, 양파 등을 넣고 볶다가 스테이크 소스 같은 걸 두르고 끓여서 양념을 입힌 것 같은 닭다리와 돼지고기. 


아 너무 맛있는데!


지금까지 먹은 밥 중에 가장 맛있다. 관광 식당에서 먹을 땐 보통 10 CUC 정도 했는데 그 밥들보다 훨씬 더 좋았다. 현지 통화로 30 MIN이니 외국인 통화로는 약 1.25 CUC. (1 CUC은 24 MIN이다) 맞아, 한국에서도 골목 어귀에 있는 기사식당에서 먹을 때가 더 좋았으니까. 역시 용기 내길 잘했다.


도통 읽을 수가 없다.
아저씨 뭐 드세요? 이거 뭐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었던 닭다리 + 밥 + 고구마
그 다음으로 많이 먹은 돼지고기.
쌀과 팥을 넣고 소금,향신료 간을 한 밥과 양념 닭다리와 돼지고기. 꿀맛이다. 우리돈으로 약 2천원!



아, 다시 먹으러 가고 싶다.


+

구글에서 Cuban Rice를 검색해보니 이날 먹은 것과 흡사한 비주얼의 음식과 레시피가 나와서 공유합니다.

조리법은 클릭 -> Arroz Congri (Cuban Rice and Black Be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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