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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규 Oct 15. 2019

#6 아르다우타, 차투랑가

마음의 안정을 위해 요가원에 다녀왔다.

여행을 할 때 약간 허세스러운 마음으로 요가원을 종종 찾는 편이다. 요가를 꾸준히하면서부턴 도시별로 요가원들이 어떤 느낌인지도 궁금하고, 여행 가서 운동하는 건강한 모습을 나에게 주고 싶었다. <여행가서 요가하는 멋진 사람> 이 되고 싶었다. 이번 여행에서도 미리 친구에게 추천 받은 요가원이 있었다. 유명한 곳이라 이곳저곳에 지점이 있는데 다행히 이번 숙소 근처에도 있다. 걸어서 10분.


마음의 안정이 필요하기도 했고 딱히 할 일도 없어서 요가원 구경이나 해보려고 찾아갔다. 구경하러 갔는데 왜 요가복을 갖춰입고 간지는 모르겠다. 도착해서 보니 오후 5시 수업이 시작할 시간이라 얼떨결에 결제하고 바로 들어갔다. 1회당 18유로. 하루 수업으로는 나쁘지 않은 가격이다.


수련장은 생각보다 작았고 사람은 빼곡했다. 맨 마지막으로 입장한 터라 자리가 없어 맨 앞에 겨우 자리를 만들어 앉았다. 선생님은 아코디언 비슷하게 생긴 악기를 잡고 앉으셨고 옴샨티샨티 같은 명상 용어를 노래로 부르셨다. 라이브로 명상 음악을 듣고 있으니 또 다시 마음이 복잡해지며 눈물이 났다. 이러다 집에 돌아갈 때 얼굴이 헐어버리면 어떡하나 걱정이다. 수업은 아쉬탕가였는데 난이도가 높았다. 속도도 빠르고 전부 독어라서 전혀 알아듣지 못했지만 아르다우타, 단다사나 등 요가 용어들은 알아들으니 대충 따라할 수 있었다. 그리고 기본 동작은 외우고 있으니까. 종일 먹은 게 없어서 힘에 부쳤다. 중간에 몇 번을 아기자세 하면서 쉬었는지 모르겠다. 수업이 제발 한 시간짜리이길 바라며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앉았고 어느새 누웠다. 드디어 끝이 보인다. 누워서 다리를 머리 뒤로 넘기는 쟁기자세와 물구나무서기 시도까지 하고 나니 온 몸에 힘을 빼고 누워있는 사바나아사나다. 휴 겨우 끝났다. 마지막 쉬는 시간에도 선생님은 연주와 함께 노래를 불러주셨다. 구슬펐다. 모든 생각을 비워야 하는 시간인데 또 복잡해졌다. “그래서 나 베를린에 대체 왜 온걸까?”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냥 이런 때도 있고 저런 때도 있는 건데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시간이 더 필요했다.


그래도 땀을 흠뻑 흘리고 나니 개운했다. 아주 잠시었지만 환기가 되었다. 선생님께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나오니 또 비다. 정말 비가 자주 온다. 숙소로 향하는 길에 마트에 들러 요기할 이것 저것을 샀다. 맥주도 한 캔 사고.


여행을 온 건지 무얼하러 온건지 전혀 모르겠는 여행. 벌써 절반이 지나간다. 떠나온 이유가 뭘까. 나는 여기서 어떤 열흘을 채우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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