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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po Apr 30. 2023

2.창업 시 '보이지 않는 손'

실시간 창업기 김해독립서점 냉장서고


여러 준비를 진행하면서 가장 처음 해야 할 일은 서점의 이름을 짓는 것이었다. 순서상 여러 서류절차가 필요한데 결국엔 서점의 이름이 들어가야 한다. 사실 사업자와 서점의 이름이 일치하지 않아도 상관은 없다. 하지만 후에 다시 바꿔야 하거나, 다른 곳과 거래할 때 추가 설명이나 약간의 혼선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어서 기왕이면 통일되는 편이 좋다. 그래서 일단 서점 이름 짓기를 시작했다.

처음에 당장 만난 사람들과 자연스레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나의 서점 창업 이야기가 나와서 여러 의견을 다양하게 들을 수 있었다. 좋은 의견도 있고 나와 생각이 다른 의견도 있었다. 여러 의견 자체는 반드시 도움이 되는 건 맞다. 하지만 하나 둘 이야기를 들으며 겪는 문제점도 있었다. 타인의 소중한 의견을 듣지만 거의 대부분 수용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가령 서점이름을 짓는데 10명의 10개 의견에 대해서도 결국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 서점에서 다룰 상품이나 내부 인테리어 관련한 의견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의견을 듣는 만큼 정답에 가까워지기보다 복수 정답 속에서 결정을 헤매는 일이 허다해졌고, 나름 고심하고 신경 써서 말해준 의견을 듣지 못하게 되었다는 미안한 마음과 그 과정에 대한 설명도 해야 했다. 즉, 사람들의 의견을 들을수록 거절과 미안함이 쌓이는 것이기도 했다.

결국, 다수의 의견이라는 게 저마다 전혀 다르기도 하고, 서로 상충되기도 하고, 내가 하기 벅찬 부분도 있다. 게다가 소중한 조언을 듣고도 그걸 들어주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하다. 객관적 문제에 관한 지적이 아니고서야 결국의 취향 차이라서 그냥 아무것도 듣지 않기를 선택했다. 고민되는 최소한에서 검색 혹은 관련자 위주의 자문만 수용했다.

고민상담은 고양이에게

창업의 과정은 사실 유일한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수많은 정답지를 두고 선택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결과를 고스란히 내가 짊어지는 구조니까, 그냥 독선적인 선택을 하는 편이 나은 것이다. 혼자 고민을 많이 하고 많이 찾아보고 참고하여서 고심해서 선택하는 편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창업이라는 것이다. 남의 말들을 복합적으로 수용해서 그들을 탓할 건 아니니까. 오히려 의견은 들었지만 그대로 할 수 없었다가 내가 다른 이유로 망했더라도 '거봐라 내가 뭐라 그랬냐'같은 결과론을 들어야 하니까. 차라리 오픈하고 운영하고 겪으며 의견수렴을 하는 편이 효과적일 듯했다.

그래서 일단 수많은 이름 후보군에서, 최종 안을 몇 개 두고 SNS 투표에 살짝 올려봤다. 마지막 검증의 느낌이었다. 일부러 결과를 공개하고 천명하는 일은 하지 않았지만, 투표 결과와 투표자의 목록을 보며 한편으로 안심했다. 친구가 적어 전체 투표수는 적었지만 그 와중에 업계 관계자들이나 다양한 연령과 성별의 사람들이 골고루 투표해 주었다. 충분히 수용할만했다.

후두다닥 만든 입간판

냉장서고라는 이름은 샤워를 하다 생각이 났다. 내 책 '연애는 다음 생에'를 내어준 출판사에서 책을 냉장에세이라 불렀다. 실제로 나는 꽤 이성적이고 냉철한 타입의 글을 쓴다. 당연하게도 내 공간에 내 성향이 표현되는 것은 좋다. 사실 내 작명인 'mopo'나 본명을 섞은 책방 이름을 지으라는 의견도 많았으나 민망하기도 하고 너무 자아도취 같기도 하고 촌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내 글의 성격이 반영되는 비유적인 표현이라면 괜찮은 것 같았다.

그렇게 냉장->냉장고->냉장서고의 흐름으로 이름이 떠올랐다. 사실 이 이름을 처음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 갸우뚱했다.

그런데 잘 지은 이름이란 건 이름이 자체가 이쁜 거보다 실용성에 더 큰 부분이 있다. 흔하게 쓰이는 '냉장고'라는 단어에 책을 의미하는 '서'가 섞여있기 때문에 기억하기 좋고 헷갈리지 않는 편이었다. 그리고 '갈증과 허기에 냉장고를 열 듯 지적 갈증과 심적 허기에 문을 열어보면 늘 신선한 글과 책이 채워져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부여를 덧붙여내니 그럴싸해졌다.

물론 여전히 별로라고 생각할 사람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모두를 만족하는 결과가 어디 있겠는가. 그렇게 뛰어난 작명을 할 수 있다면 작명가를 했겠지. 내가 내 글을 써 나가기 위해서는 내 글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사람을 설득하기보다 내 글의 장점을 키우는 방향으로 더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게 당연하듯, 결국 공간의 이름에 관하여 더 이상 고민하며 시간을 낭비하기보단 최종 결정을 지었다.

그렇게 결정한 이름을 들고 서류 작업을 시작했다.

이것저것 다양하게 놓아보며 온라인 쇼핑! 쇼핑!

일단 창업을 하려면 사업자등록을 해야 한다. 급한 건 아니지만 여러 가지 것들을 처리할 때 우선 되어있으면 곧바로 사업자모드 세팅이 가능하니까 해두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물론 사업자등록을 해두고 실영업을 한참 후에 하는 것도 불리할 순 있으나 준비기간을 길게 잡지 않을 계획이었기 때문에 사업자등록을 먼저 하고자 했다. 사업자 통장과 카드를 만들어서 비용처리를 시작하기 위한 게 가장 컸다.

그래서 사업자 등록에 필요한 것은 가장 먼저 '임대차 계약서'였다. 서둘러 계약을 마치고 그걸 이용하여 사업자 등록을 했다.

놀랍게도 임대차 계약을 제외하곤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코로나가 만든 원활한 온라인 시스템인 듯했다. 온라인 접수가 가능한 것의 장점은 미리 알아보기 쉽고 시행착오의 낭비가 적다는 점이었다. 필요한 서류나 과정이 미리 파악이 되어서 준비도 수월했다.

특히 서점은 크게 다른 추가적인 증명이 필요하지 않은 종목이었다. 그래도 이전의 경험 때문에 혹시 모를 행사대행업을 종목에 추가해 놓았다. 추후에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되려면 추가해야 할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수정은 처음 생성과 유사한 프로세스일 테니 번거롭지 않으려면 미리 해두는 게 좋다.

 그렇게 본격적인 준비를 하는 첫 주는 여러 기초 행정 세팅과 물건을 공간에 갖다 두면 동시에 진행했다. 주말에 온라인으로 신청을 해뒀더니 월요일에 사업자 등록과정에서 세무서 측의 실사가 나왔다. 미리 깔아 둔 책들과 이런저런 세팅을 보여주고 사업에 관한 설명을 했다. 정말 예상외로 매우 호의적이었고 4시 반이 넘어서 보고 가셨는데 당일 저녁 6시 직전에 처리를 해주셨다. 보통 업무가 많은 공무원분들은 하루이틀이 걸릴 텐데 퇴근 전 바쁜 와중에도 잘 처리를 해주신 셈이다.

 그래서 곧바로 발행된 사업자등록증을 가지고 온라인으로 사업자통장을 발급받았다. 이 또한 등록과정만 따라가니 곧바로 완료되었다. 실물카드만 배송을 받아야 하고, 이미 실질적 사업자 통장을 통한 거래는 가능한 셈이었다.

 예상보다 너무 빠른 김에 사업자등록증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것들을 바로 진행했다. 일단 인터넷을 설치해야 서점공간에서 직접 다양한 업무를 볼 수가 있으니 인터넷 신청을 하였고, 지도에 업체를 등록하고, 어도비 등 사용할 프로그램을 결제하고, 각종 온라인 쇼핑을 시작했다. 돈 쓰는 즐거움이 충분한 이유하에 허락되는 유일한 순간이다.

편하게 둘러보고 가세요~

 업태에 따라 필요한 것들은 전혀 다르겠지만, 사실 서점은 매우 얌전한 편에 속하여서 앉은자리에서 온라인으로 모든 일이 가능했던 것 같다. 후에 딱 한번 세무서를 가야만 하는 일이 있는데 사업자는 공용인증서가 비싼 편이라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세금계산서용 보안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가서 신청하고 카드를 받으면 늦어도 다음날부터 사용이 가능했다. 사실 지금은 내가 발급해 주는 일보다 발급받을 일이 많은 편이라 천천히 하긴 했지만, 인터넷 및 휴대폰 요금을 묶어서 사업자로 전환하러 가는 김에 함께했다.

개인사업자는 지원받을 수 있는 것들이 있으니 최대한 묶어서 통합을 해두는 편이 좋다.

 택배로 주문한 물건들이 속속들이 도착했다. 전편의 가구들이 오고 있었고, 가구가 오고 있는 동안 책도 주문을 했다.

이제 독립서점다운 콘텐츠나 책에 관한 이야기를 다음번에 해볼까 한다.

창업 시 겉으로 보이지 않아 미리 알기 힘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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