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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효희 Jan 02. 2017

소행성 S

끊어져 생기는 모든 별의 이름

때때로
지독하게 혼자라는 사실이
뼈 사이로 희게 스며드는 순간이 옵니다.


오늘.

떠난 당신의 흔적을 쓰레기통에 쓸어담고 깨끗해진 방에서 나는 그만 흰 바람에 쓰러져 버렸습니다. 낮은 천장에 그간의 웃음이 웅웅거리고, 바짝 당겨맸던 마음은 끊어져버리고, 수화기에서 더이상 아무 말이 없을 때. 나는 그만 세상에서 덩어리째 떨어져 나온 기분이 듭니다. 내 방만큼의 작은 공간과 그 안에 담긴 나만이 동떨어져 우주 속을 표류하는 기분. 그러고보니 당신과 끊어질 때마다 그런 기분이 들었던 것도 같습니다.


그래도 나는 당신 부름에 매번 지구로 돌아가곤 했습니다. 그러니까 당신은 나를 이 별로 부를 수 있는 유일한 중력이었나 봅니다. 산소통 없이도 숨을 쉬고, 우주복 없이도 발 붙일 수 있는 그런 사람이요.


당신이라는 이름 앞에 붙여두었던 우리, 나의, 사랑하는 등의 수식어를 떼어내며 별 수 없이 조금은 울었습니다. 그건 스티커를 떼어내듯 간단하기만 일은 아니라서, 그 말들을 하나씩 떼어낼 때마다 처음 '사랑한다'고 말하기 위해 입을 떼던 순간의 장면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참 예쁜 연애였어요.

누구의 연애든 예쁜 부분은 있겠지만, 유독 예쁜 연애였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이름을 가장 예쁜 소리로 불러주었잖아요. 당신 이름의 자음과 모음 사이의 공기에도 마음의 향이 배어들어 나는 늘 가장 예쁜 발음으로 당신을 부르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놀랍도록 기민한 사람이어서, 나의 기후를 금새 눈치 채고는 했습니다. 때문에 내가 조금이라도 젖은 날이면 따뜻하고 투박한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어주곤 했어요. 아주 먼 곳에서도 가장 예민하게 작동하는 지진계처럼, 사소한 변화들을 짚어내 나를 놀라게 하곤 했죠.


그래요.

그런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오늘 같은 밤, 온통 까만 하늘에 유독 반짝이는 그런 기억들이요. 그렇지만 이제는 발 붙일 곳이 없습니다. 끝없이 흘러갑니다. 나를 당기던 중력은 마지막 통화가 끊어지던 순간에 무력해졌고, 그래서인지 나는 종종 숨을 헐떡이게 됩니다. 이 별로 나를 불러주었던 당신이, 이별로 나를 끊어내었을 때. 그때. 그 이후로 하늘엔 별이 하나 늘었습니다.


당신 가장 가까이에 푸르게 빛나는 별.

시퍼런 마음으로 별을 그어낸 당신.


오늘도 밤하늘을 보고 있습니까.

당신의 밤은 온전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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