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에 잠에서 깼다. 1시간 동안 뒤척이다, 잠들길 포기했다. 헛발질로 고통받느니 흥미로운 걸 듣자. 그렇게 찾아낸 것이 음악평론가 김영대가 진행하는 3시간짜리 인터뷰였다. 인터뷰이는 민희진. 영상을 다 듣고 나서 머릿속 의문에 답을 내렸다. 민희진은 왜 지금 음악계를 흔들고 있는가?
민희진은 자기 확신의 화신이다. 원하는 바가 명확하다. 본인이 아티스트다. 회사와 가수는 본인의 머릿속 이미지를 구현하는 조력자다. 어쩌면 독재자다. 독재는 양면적이다. 자기 확신은 성공에 큰 도움을 준다. 자기 확신을 통해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무엇이든 일단 해보는 태도가 중요하다. 선택지가 다양해지기 때문이다. 자기 확신이 이를 돕는다. 또한 불굴의 의지는 칠전팔기에 적합하다. 누구나 실패를 마주한다. 실패를 했을 때 확신이 자신을 일으켜준다. 자기 확신이 약한 사람이라면 고난을 마주했을 때 현실과 타협한다. 민희진은 변심하지 않는다.
민희진은 자기 확신의 근거가 있다. 자기 확신은 성공에 필수 요소이면서 실패를 이끄는 요소이기도 하다. 성공과 실패를 나누는 기준은 개연성이다. 믿음의 근거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 인터뷰에 따르면, 그녀는 어릴 적부터 남과 다름을 추구해 왔다. 다양한 음악을 들었다. 취향을 구축했다. 데이터 베이스가 남보다 넓다. 음악 평론가가 알지 못 하는 남미 음악이나 라이브 앨범, 인스트루멘탈(반주) 앨범 등에 감명을 받아 자신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다. 훌륭한 음악은 누구에게나 통한다는 믿음,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이 훌륭한 음악이라는 믿음. 이 믿음이 그녀를 확신케 한다.
그는 협업자를 찾는다. 민희진은 에디터로서 음악을 만든다. 직접 비트를 찍고, 가사를 쓰는 대신, 본인의 이상을 실현해 주기 적합한 사람을 찾는다. 아이돌 음악은 종합 예술이다. 단순히 음악만 좋아서 되지 않는다. 음악, 영상, 패션, 마케팅, 세계관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미감이 남다르다. 아름다운 것을 취합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누군가의 재능을 파악한다. 본인이 생각하는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증폭해서 구축해 줄 수 있는 협업 대상을 찾아낸다. 그 예로 바나의 사장, 프로듀서 250, 영상 제작가 돌고래유괴단, 예술가 무라카미 타카시, 애니메이션 파워 퍼프 걸 등이 있다. 특별한 사람은 서로를 알아본다는 믿음으로 그들과 관계를 맺는다.
한편 그는 어린아이같다. 음반 업계 시장을 뒤집을 능력이 있고, 경력이 있다. 음반 업계 굴지의 1위 기업을 상대로 상욕을 날릴 배짱도 있다. 회장을 가득 매운 기자들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두 시간 반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 강단은 위기를 기회로 바꾼다. 그런 사람이 역설적으로 아이 같은 면을 지닌다. 음악 토크쇼답게 음악 이야기를 나눴다. 이제 막 음악을 시작한 10대 학생처럼 흥분해서 소리를 높인다. 흥분한 나머지 사회자가 말할 기회를 뺏고 독주하기도 한다. 낯선 20세기의 남미 노래를 재생하며 얼마나 좋은지, 그 음악이 본인에게 어떤 영향을 줬는지 정신 놓고 이야기한다. 또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소리 높여 칭찬한다. 그들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하며, 어떤 일을 이룩했는지 말한다. 그들과의 협업에서 발견한 보석 같은 시간을 웃음에 녹여 말한다.
납득했다. 민희진이 만드는 그룹이 잘 되는 이유를. 아이돌 음악을 들으며 품는 아쉬움은 모든 활동을 관통하는 비전이 없다는 것이다. 한 아티스트로서 맥락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무슨 가치를 모토로 어떤 음악을 들려주려 하는 건지 속 시원하게 말하지 못 한다. 그렇기에 많은 아이돌은 그때그때 유행하는 장르를 택하고, 잘나가는 작곡가를 섭외한다. 항상 자본의 소리를 따른다. 인기 많은 누구누구의 작품이 된다. 차용이 많으면 디테일을 놓치고 간다. 왜 이것이어야 하는가란 질문에 대한 대답이 '요즘 인기 많아서'를 벗어나지 않는다. 단순한 이미지의 차용이에서 끝난다. 맥락을 잃은 이미지는 나풀나풀 바람에 날린다. 이미지를 지탱해 줄 수 있는 주춧돌이 필요하다. 그것이 그룹의 비전이다. 민희진은 분명한 비전이 있다. 자신의 취향을 대중화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너무 단순하지만 이것이 아티스트 활동을 관통한다. 이미 정해진 본인의 취향은 유행과 무관하기 때문이다.
인상을 정리하자면, 민희진은 입체적이다. 자기 확신이 강한 나머지 주변 사람을 들러리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어도어가 즉 민희진이란 도식이 생긴다. 회사의 모든 사소한 결정에 자기 손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역설한다. 말하는 문장의 대부분이 '나'로 시작한다. 앨범 제작은 본인이 머릿속에 그린 그림을 현실화하는 작업이다. 결국 뉴진스의 작품이 아닌 민희진의 작품으로 여김을 엿본다. 그러나 그 확신이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종합 예술을 가능케 한다. 본인과 공명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능력도 대단해서 시너지를 만들 줄 안다. 타인의 능력에 대한 확실한 크레딧을 준다. 비교적 스텐다드가 건강하다. 업계의 불공정한 관행을 깨고자 한다. 그것을 깨기 위해 성공해야 한다. 명확한 비전을 갖고, 스스로 동기부여한다. 인터뷰 내내 보여준 것은 내 것을 하기 위해 기꺼이 험지로 나서는 강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