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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띤떵훈 Dec 17. 2024

3, 4, 5, 6, 7, 8 분 글쓰기

3분 글쓰기




3분이란 시간은 짧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거짓말이다. 그냥 짧다. 글쓰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하지만 줄바꿈과 약간의 과감함을 더한다면 한 편의 글을 완성할 수 있으리.




줄바꿈은 구원이다. 줄을 바꾸면 분량이 버튼 하나로 두 배가 된다. 엔터 버튼은 길고 긴 문장이나 짧은 여러개 문장을 더한 것의 공간을 만든다.




오늘 멜번은 더움이다. 히트 웨이브 주의보가 발생했다. 덥고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란 의미. 현재 온도는 39도고 최고 온도는 40도였다. 그러니 지금이 거의 최고치인 셈. 그러나 크게 더위를 느끼지 못 한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아래 문단에서 공개한다.



첫째론 피서 중이기 때문이다. 피서는 더위를 피한다는 의미다. 더위를 피하기 최적의 공간은 집이다. 에어컨이 달린. 우리집은 한 면이 창으로 되어 있다. 다만 남서향으로 직사광선을 피한다. 호주의 햇살은 악명 높다. 전세계 피부암 발병율 1위 국가의 위엄을 보인다. 직사광선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절반의 피서가 가능하다. 집 밖으로 나서질 않았다. 




둘째는 수영이다. 1년만에 수영했다. 아파트 옥상엔 실외 수영장이 있다. 짐과 붙어있는데 보통 근력 운동을 하고 내려온다. 1년만에 짐 에어리어를 벗어났다. 수영에서 돌아오니 체온이 낮아짐을 실감한다. 에어컨이 가동 중인 집이 춥다.




여기까지. 





4분 글쓰기




어제는 3분 글쓰기, 오늘은 4분 글쓰기를 한다. 연달아 글을 쓸까 한다. 각각 1분씩 추가한 글쓰기다. 첫 글은 4분, 두 번째는 5분, 그다음은 6분, 7분, 8분. 그렇게 될 경우 30분에 5편을 쓸 수 있다. 이것은 대단하다. 전에 20분 글쓰기로 한 편을 완성했었다. 그 비슷한 시간에 몇 개의 글을 쓰다니.




4시 43분에 시작했기 때문에 47분에 끝날 예정이다. 아직 1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3분이란 시간이 더 남았다. 쪼들린다. 최대한 많은 글을 써야 해. 그나마 구색이라도 맞춰야지.




47은 내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45분이 됐다. 딱히 없다. 생각해 본 적도 없다. 그냥 47은 47이다. 내게 의미가 있는 숫자는 1의 자리 숫자거나, 내가 태어난 해인 88 정도일까. 아니라면 광복절인 815. 




4분 글쓰기의 묘미는 4분이라는 시간제한이다. 하지만 5분, 6분, 7분, 8분도 마찬가지 아닌가? 맞다. 10분 이내로 쓰는 모든 글이 그러하리. 아니 10분 또한. 



46분이다. 1분이 남았다. 1분은 무엇으로 버틸까. 버티는 삶은 아니 좋다. 매 순간을 음미하는 편이 낫다. 그러니까 1분을 어떤 재밌는 문장과 단어로 채우지? 물이 반이나 남았잖아. 럭키비키의 자세가 필요해. 그것이 내가, 우리가 가져야 할 행복의 열쇠. 47분





5분 글쓰기




5분 글쓰기가 시작됐다. 목적지는 4시 52분이다. 47분 시작했기 때문. 5분은 짧은 시간이나 글쓰기에 있어. 그러나 3분과 4분 글쓰기를 끝내고 온 내게 괜스레 길어 보인다. 모든 것이 상대적이니까. 상대적으로 긴 시간인 5분을 마주한다. 1분도 지나지 않았군. 하지만 1문단은 끝났어. 후후후.




왜 이런 시도를 하느냐. 그것은 글을 모아두기 위함. 매일 글쓰기 챌린지 참여 중이다. 벌써 1년이 넘었다. 100편을 한 유닛으로 삼는다. 100편 동안 하루라도 연체하면 벌금을 문다. 벌금 내는 것은 두렵다. 사실 돈만 보면 큰돈이 아님에도 괜스레 겁이 난다. 막을 수 있는 소비를 막지 못 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을 못 할 때만큼 아쉬울 때가 없다. 아니 몇몇 있지만 수사다. 




매일 글을 올려야 하는 압박이 있다. 백수로서, 엄밀히 말하면 사업을 소유하고 있지만 딱히 나의 노동을 필요로 하지 않는 상황에서, 내가 할 일은 글 쓰고, 커피 마시고, 맥주 마시고, 사람 만나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는 정도다. 예전에 별과 나윤권의 안부란 노래가 있었다. 그것은 연인의 이야기. 내가 묻는 안부는 친구 사이에서 캐주얼한 안부다. 지난주에 뭐 했어? 아 그런 일이 있었어? 그것참 흥미롭구먼. 무엇을 배웠니? 나도 너 덕에 많이 배웠다. 껄껄껄 우리의 친밀함이 1 증가했어.




매일 글을 올리기 위해 매일 글을 쓰진 않는다. 챌린지 타이틀이 매일 글쓰기이지만, 사실 그것은 힘들다. 매일 글 업로드하기 챌린지라 하는 것이 엄밀하고 맞다. 매일 시간에 쫓겨 쓴다면 엉성한 퀄리티, 예를 들면 이런 5분 글쓰기 같은 글이 나온다. 그러니까 여유 될 때 실컷 써놓고, 못 쓰는 날 비축한 글감을 올리면 된다. 아무래도 배수의 진이 더 많은 글쓰기를 가능케한다. 






6분 글쓰기




영차 영차. 천국의 계단을 오르는 기분이다. 여기서 천국의 계단은 헬스장에 있는 계단형 걷기 머신을 뜻한다. 일반 트레드밀보다 강도가 높고, 약간의 근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여성이 주로 하는 운동인데, 힙업과 전반적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강도가 높은 만큼 천국의 계단은 정말 천국으로 가는 기분을 제공한다. 너무 힘들면 엔돌핀이 돈다. 러너스 하이라고 해야 할까. 견디기 힘든 고통을 호르몬이 조절해 준다. 견딜 만하게.




글쓰기 챌린지에 시간을 1분씩 추가해서 계속 쓰고 있다. 천국의 계단을 오른다. 로지의 오피스 전용 키보드가 아름다운 불빛과 깔끔한 메탈을 자랑한다. 이 예쁜 키보드를 쉼 없이 두드린다. 글쓰기를 멈출 수 없다. 6분 글쓰기가 끝나려면 48분까지 아직 4분이나 남았다. 4분을 여백으로 남길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힘을 내 손가락아. 그리고 뇌야. 할 말이 있어야 글도 쓰는 것이니.




오늘은 화요일이다. 오늘 정산을 했다. 사실 정산 날은 매주 월요일이다. 한주의 매출을 정리하고, 현금 수입을 정리한다. 그리고 직원분들 페이, 각종 지출을 계산한다. 여기서 남은 일부를 사장들이 분배 받는다. 월요일은 약간의 노동이 필요한 날이다. 그러나 행복한 노동이다. 즉각적인 피드백, 즉 돈을 가져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화요일 정산은 어떻게 된 일인가? 그것은 전날의 기온 탓이다. 어제 온도는 40도다. 히트 웨이브 주의보가 발령됐다. 너무 더워서 활동에 제약이 있다. 제약받으며 활동하고 싶지 않아 하루 미뤘다.




쿨체인지가 온 덕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출근했다. 지난주의 매장 퍼포먼스를 체크하고, 동료와 이야기를 나눴다. 시드니와 멜번점의 매출이 괄목할 만하다. 아무래도 연말연시고, 학생들이 시험을 끝낸 덕이다. 감사를 입에 올리며 정산을 이어갔다. 동료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계산을 마무리했다.




풍족한 결실에 기분이 좋아졌다. 동료이자 절친한 친구에게 점심을 대접하기로 했다. 스테이크 집에 가서 얏빠리 스테이크(포터하우스)와 와규 스테이크 하나씩 주문했다.






7분 글쓰기




48분에서 7분을 더하면 55분이다. 내게 7분이 주어졌다. 7분은 다시 보니 선녀다. 정말 긴 시간으로 긴 글을 쓸 수 있단 자신이 생겼다. 모든 것은 맥락이다.




유발 하라리의 넥서스를 읽고 있다. 훌륭한 작품이다. 아직 1/5밖에 읽지 못 했으나, 감히 말할 수 있다. 대작이다. 유발 하라리는 내 지적 허영을 유발 하라리. 그의 책을 읽으면 깊이 있는 세상 분석이란 이런 것이라 알 수 있다. 이런 통찰이 가능하구나. 이런 정리가 가능하구나. 이런 글쓰기가 가능하구나. 가능태를 연달아 목격한다. 사피엔스의 어마어마한 통찰이 AI 시대로 이어진다.




그의 핵심은 단순하다. 인간이 가진 2가지 진실의 층위가 사회를 이루며 3가지 층위로 늘어난다. 그 2가지는 객관적 진실과 주관적 진실이다. 객관적 진실은 흔히 '사실'이라 부른다. 주관적 진실은 내게 있어 '사실'인 것들이다. 남에겐 사실이 아닐 수 있다. 그리고 사회가 생기며 태어난 3번째는 상호주관적 진실이다. 이것이야말로 인류를 만물의 영장으로 만든 것이다.




인류가 이야기를 하게 되고, 보이지 않는 것을 믿게 된 이후로 어마어마한 힘을 얻게 됐다. 머리 크고 똑똑하고 힘 쎈 네안데르탈인을 박살 낸 이유다. 하나의 추상을 명확히 보는 기술이 생기자 모두가 힘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단체 활동이 가능해지고, 비전을 공유해 타인의 열정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결국 단체 활동이 가능해진다. 공통 추상에 대한 생각을 모아 집단 지성이 발현한다. 10명의 네안데르탈인을 100명의 호모 사피엔스가 처리한다. 최강자로 거듭난다.




상호주관적 진실은 위험하다. 그것의 위력 때문이다. 종교, 이념이 사람을 가르고 죽이게 만든다. 타인과 나의 믿음이 없이는 성립할 수 없는 무형의 것들이다. 간단한 예시로 돈이 있다. 화폐는 믿음을 벗어나면 종이쪼가리일 뿐. 우리 시대를 살며 그 가치를 내가 네가 믿으며 우리의 욕망의 대상으로 거듭난다.




AI는 무섭다. 우리는 정보를 취합하고, 이야기를 만든다. 이야기 메이커가 이념의 메이커이며 종교의 메이커이다. 그들의 파워에 휘둘린다. 정보는 그 자체로는 무용하다. 그것을 활용하는 인간의 역할이 필요하다. 다만 AI는 정보의 제공과 더불어 결정까지 내린다. 인간의 역할이 사라진다. AI 시대에 우리는 모든 결정권을 뺏긴다. 더 깊은 이야기가 있지만 기억나지 않고, 당장 7분이 끝났기에 글을 줄인다.





8분 글쓰기




마지막 글쓰기다. 이것으로 30분이 완료된다. 5시 5분 시작해 13분에 끝나는 예정이다. 7분은 어마어마하게 길었다. 8분은 어마어마한 길이에 1분을 더한 길이가 될 것이다. 어마어마하고 1분 더 긴 시간을 보낸다.




맥주를 마시고 있다. 오피스에 오면 마실 걱정이 없다. 키친에 정수기가 있다. 뜨거운 물, 찬물 마음껏 마실 수 있다. 옆에는 커피 머신이 있다. 뜨거운 물을 조금 받아 그 위로 에스프레소를 내리면 맛난 롱 블랙이 된다. 그 옆에는 티백이 있다. 냉침한 냉티를 마실 수도, 따뜻한 티를 마실 수도 있다. 그 아래에 냉장고가 있다. 저마다 냉장고를 이용할 수 있다. 자기 음식만 잘 구분하면 된다. 다들 잘 배운 덕인지, 내 음식을 뺏어가지 않는다. 내 음식이라 해봤자 맥주가 전부다. 맥주 6캔들이 한 팩을 구매했다. 2캔을 구매한 날 마시고 4캔이 남았다. 한 캔씩 야금야금 마시고 있다.




오늘로써 맥주가 동났다. 마지막 잎새를 꺼냈다. 도착하자마자 커피를 마셨고, 커피를 한 잔 더 마시고 싶진 않아 맥주를 꺼냈다. 맥주를 마시며 사업계획서를 수정했다. 사업계획서의 완성도가 한층 올랐다. 물론 아무리 올라도 누군가의 피드백을 듣다 보면 부족한 점이 보인다. 사업 오픈한 이후에도 부족한 점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니 완성이란 없다. 이 즐거운 머리 쓰는 일에 맥주가 더해지니 금상첨화다. 5시 8분이다. 5분이나 남았군. 이번엔 3분을 잘 활용한 듯하다.




이 글은 5분 뒤 마무리된다. 사실 글쓰기를 시작한 이후로 시간에 쫓겨 맥주를 마실 수 없었다. 단 한 모금도 말이다. 이래서 시간제한은 도움이 된다. 어마어마한 집중력을 불러온다. 즐겁다. 역시 제약이 있어야 인간은 활력을 느낀다. 마치 수족관에 들어간 상어 같다. 상어 피해서 이 한 목숨 부지하기 위해 열심히 지느러미를 움직인다. 활력이 넘치니 살고자 하는 욕구가 샘솟는다. 그와 마찬가지로 끝나는 시간이 다가오니 미친 듯이 자판을 두드린다. 제약은 좋아. 나는 살아있어.




맥주를 한 모금 더 마시면 좋으련만. 그 맥주캔을 잡고 입에 가져다 대는 시간이 아깝다. 그 시간이면 한 문장을 쓸 수 있다. 집중이 깨지고 다음 문장 작성에 영향을 받는다. 그 시간 자체가 아니라 영향받는 뒷 시간까지 고려하면 도저히 맥주를 마실 수 없다. 게다가 마시멜로를 참았다 먹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인내한 자신에 대한 보상이다. 인내는 쓰고 맥주는 달다. 그러니까 참고 5시 13분에 글을 끝내고, 그때 마시자. 어른이다.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일을 구분하고, 나는 해야 할 일을 한다. 하고 싶은 맥주 마시기를 뒤로 미루고, 그 덕에 맥주 마시는 행위에 어떤 아우라가 덧씌워진다. 나는 단순히 보리로 만든 알콜 3% 들어간 배터 비어를 마시는 게 아니라 어른의 책임감과 만족감을 함께 마신다. 이것이 우리 시대 제품에 입혀진 이미지다. 나는 이미지를 활용해 자신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끈다. 이것이야말로 현대인의 미덕. 효율적인 삶.



12분이다. 1분 남았다. 사실 1분이 아니다. 몇 초가 남은 셈. 그동안 무슨 마무리를 지을까? 어떤 마무리가 아름다울까?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가 아름답다는데 13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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