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지지 않는 사람

by 띤떵훈



시드니에 사는 친구가 한 명 있다. 절친한 사이고, 사업가로서도 존경하는 사람이다. 인간성도 좋고 배포도 있다. 넘어선 안 되는 도덕적 선이 분명하다. 예전에는 강한 실행력과 인간관계 능력으로 사업을 키웠다면, 이제는 그 위 단계에서 사업을 본다. 오래 남을 구조를 고민하고, 직원을 귀하게 여기고, 일관된 브랜딩을 만든다. 정리하면 그녀는 괜찮은 사업가에서 훌륭한 사업가로 진화하는 중이다.



작년 말 그 친구에게 건축가 한 명을 소개해줬다. 친구는 가게를 확장하려 했다. 기존 업장으로는 손님을 감당할 수 없는 단계에 왔다. 판을 키울 타이밍이었다. 공간을 찾았고 부동산과 조건을 협의했다. 원하는 브랜딩과 공간 레퍼런스도 이미 정리해 둔 상태였다. 다만 버짓이 제한적이었다. 그 조건 안에서 공간을 현실화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래서 시작 단계의 건축가가 적합했다. 수익보다는 레퍼런스를 만드는 프로젝트가 필요한 사람. 마침 그런 사람이 주변에 있었다. 최소 버짓으로 꽤 근사한 공간을 만들어낸 전적도 있었다. 건축가라는 직업은 결국 상대의 주머니 사정 안에서 최대치를 뽑아내는 일이다. 그 일을 훌륭하게 해낸 사람이라 친구에게 소개해도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확장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좋은 조건의 공간을 찾았고 입주 계약도 마쳤고 건축가와 계약서도 작성했다. 이제 남은 것은 도면을 완성하고 시공을 진행한 뒤 오픈하는 일이었다. 은행 대출 범위도 확정됐고 그 범위 안에서 공사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옆에서 보기에 거의 교과서 같은 확장 과정이었다. 나는 그 과정을 보며 기뻤다. 우리는 합작 회사를 하나 가지고 있다. 매년 유지비를 내며 언젠가 함께 무언가를 할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그녀의 성공은 곧 내 성공과도 연결된다. 능력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사업가와 함께할 기회는 흔하지 않다. 두 사업가가 만나면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아낌없이 격려했고 박수를 보냈다.



에스파는 말했다. “사건은 다가와 ah- oh- yeah.” 초신성은 별이 폭발하며 새로운 우주를 만드는 사건이다. 거대한 변화의 순간이다. 우주에서도 사건은 오고 개인에게도 사건은 온다. 친구는 사람이다. 고로 친구에게도 사건은 찾아온다. 논리적으로 완벽한 삼단논법이다. 그리고 실제로 사건이 찾아왔다.



건축가가 사임했다. 동업자와 관계가 끝났고 더 이상 프로젝트를 맡지 않겠다고 했다. 본인의 능력 밖이라는 설명이었다. 두 가지 이유로 마음이 좋지 않았다. 첫째, 계약서를 쓴 이후 계약을 포기했다. 계약은 장난이 아니다. 어른의 세계에서 계약은 약속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어떤 이유로든 계약을 어겼다면 법적이든 경제적이든 책임이 따른다. 책임을 버리는 태도는 달갑지 않다. 둘째, 그 건축가를 내가 소개했다. 이건 나의 책임이다. 몇 달 동안 친구의 신규 매장 프로젝트는 내가 소개한 건축가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공간이 결정된 시점에 사임하는 것은 사실상 등에 칼을 꽂는 일이다. 친구는 건축가를 다시 구해야 하고 시공사를 새로 찾아야 하고 버짓도 다시 짜야 한다. 지금의 예산은 내가 소개한 건축가가 맡을 때만 성립하는 구조였다. 프로젝트 자체가 무너질 가능성도 생겼다.



나에게는 몇 가지 바꾸지 않을 가치관이 있다. 그중 하나가 인간을 미워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하자가 있다. 나 역시 하자가 많은 인간이다. 누군가의 포용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 내가 포용을 바라듯 나도 타인의 결함을 포용해야 한다. 다소 기독교적인 말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인류 보편의 가치라는 점에서는 이해할 수 있다. 예수는 말했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만 이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 나는 죄 있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돌을 던지지 않겠다. 던지지 않다 보면 결국 던지고 싶은 마음도 사라진다. 훈련은 결심을 돕는다.



격렬한 감정은 속으로 갈무리한다. 다행히 타고난 하드웨어도 도움을 준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감정의 기세가 많이 꺾인다. 결국 가치관과 훈련, 그리고 하드웨어의 도움으로 나는 남을 미워하지 않는 방향으로 간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도 결국 미워하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다시 만나면 맥주 한 잔 나누며 웃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책임을 다시 생각한다. 내가 함께 일할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가 있다면 책임감이다. 최악의 상황이 와도 동료를 벼랑 끝으로 밀지 않겠다고 결심한 사람이다. 한 배를 탔다면 끝까지 함께 가야 한다. 어느 한쪽의 이익을 위해 다른 쪽의 손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던지지만 않으면 된다. 어떤 식으로든 버티고 이것저것 시도하다 보면 결국 생존한다. 던지지 않는 태도. 그것이 책임감이다. 동업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다. 동업은 능력보다 책임감으로 오래 간다.



내게 책임이 있다. 나는 중개인이다. 내가 소개한 사람으로 인해 친구의 프로젝트가 흔들렸다. 그래서 나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내가 아는 사람들을 최대한 동원해 확장 이전이 현실이 되도록 도울 생각이다. 아니, ‘돕는다’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 도움이라는 말에는 내 일이 아니지만 선의로 한다는 뉘앙스가 있다. 이번 일은 내 책임이다. 그러니 나는 선의를 베푸는 것이 아니라 내 몫을 하는 것이다. 책임감이란 실수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수 이후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는 태도라고 믿는다.



작가의 이전글10 out of 10 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