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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율 Sep 03. 2024

SNS 대신 FNS 합니다

엄마가 되고 Social에서 Family로 좁고 단단해진 세계

Family Network Service.

내가 만든 말이다.

진짜 있는 말일까 해서 찾아보니 없다. 다행히도?!


임신하고부터 정확히는 유산하고부터 SNS를 (거의) 끊었다.

조심할 겸, 스트레스도 줄일 겸, 겸사겸사.

그게 지금까지 나만의 굳은 터부, 

소문내고 자랑삼으면 부정을 탄다.

누군가 나를 시샘하고 내 불행을 바라고 있는 것처럼

공언하는 순간 아이를 잃고, 입원을 하고, 사고가 나고, 아이가 아팠다.


"일어날 일은 그냥 일어나게 되어있어.

마음껏 자랑하고 얘기해."


누군가 그렇게 조언해 주었으나 축하를 받고 연결되고자 하는 욕구보다

불안감과 죄책감이 훨씬 거대한 것이었다.


'아무도 내 소식을 몰라도 괜찮아. 궁금하면 연락을 주겠지.'


그렇게 연결 없는 삶을 사는 편안함과 외로움.

지독히도 고독하고 또 안락하다.


그래서 나눴다. 가족 앨범에 아이와 나의 일상을.

사진으로, 영상으로.

아이의 자람을 진심으로 기뻐해주고 축복해 주며

우리의 건강과 행복을 바라는 유일한 사람들, 가족.

살뜰히 달아주시는 댓글에 SNS의 좋아요보다 더 큰 힘을 받았고,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


'아무도 모르지만 우리 가족은 다 알지. 그거면 충분해.'


이 아이의 '지금 예쁨', '지금 자람'을 너무나 혼자보기 아까워서

실시간으로 올릴 때도 있었다.

그래서 하루라도 사진이나 영상을 안 올리면 궁금해하시거나 걱정하시던 때도 있었다.

이제는 아이가 원에 가서 하루 중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지 않은 데다

아이와 있는 동안 사진 촬영이나 핸드폰 사용 시간을 의식적으로 줄이면서 

한 주에 한두 번 한꺼번에 올린다.

그러면서 엄마들의 온라인 책모임에서 연결감과 위안을 얻고 있다.


'패밀리 앨범'에 쌓인 사진과 영상만 수천 개.. 언제 다 정리하고 볼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언제 세상에 다시 연결될 수 있을까?

나는 그걸 바라고 있을까?

SNS를 끊고 확실히 피로감과 우울감이 적어지고 숙면을 취한다.

FNS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얼마만큼 연결되고 또 얼마만큼 고독하길 바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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