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드러내지 않으며 엄마로서 인연을 맺는 건 여간 외로운 일이 아니에요. 만나도 만나지 않은 것 같은. 드물게 그걸 깨고 싶은 인연을 만나기도 하지만요.
딱 그런 날이었어요. 너무 오랜만에 아이가 아닌 나에 대해 신이 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생각했어요.
'나 뭐 하는 사람이었지?'
당혹스러웠어요. 퍼뜩 생각이 안 나는 거예요.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처럼 나를 더듬어 찾아가게 됐어요. 그러다 나의 지난날이 글로, 노래로 남아 한 꼭지 한 꼭지, 한 챕터 한 챕터로 기록되어 있다는 게, 그런 나의 쓸데없는바지런함에 처음으로 참 감사했어요. 누군가에게 내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적어도 나에게서는 잊히지 않기 위해서 하는 기록이라 오래 지속할 수 있어요.
나는 나를 행복하게 하는 중입니다. 나의 그런 쓸데없는 노력들이 모여서 지금 나는 나를 기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