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쓰담 Oct 23. 2023

극 내향인의 출산기 1

웃으면서 들어오시는 산모님은 처음이세요.

 나는 두 번 출산의 고통을 겪었다. 첫 아이 때는 40주를 꽉 채운 어느 날, 배가 살살 아파왔다. 밥 하기가 귀찮으니 신랑에게 김밥을 사서 퇴근하라고 하였다. 여전히 배가 조금 아프긴 했지만 고통에 몸부림칠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진통의 주기가 일정해지는 것을 느꼈다. 혹시나 하고 밥을 먹다 말고 시간을 재보니 딱 병원을 가라고 알려준 주기가 10분이었나, 그 정도 주기인 것을 확인하고 병원에 전화를 했다. 별로 아프진 않지만 주기가 일정하다고 하니 와 보시라고 안내를 받았다. 그렇게 김밥을 어떻게 처리해뒀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바로 일어나 미리 싸둔 출산가방을 들고 차를 탔다. 30분 좀 안 되는 거리에 병원이 있었고, 가는 길에 2번인가 3번인가 역시나 진통을 겪고 병원에 도착했다. 누구는 고기를 먹고 힘내서 출산을 했다고도 하던데, 내가 먹은 거라곤 겨우 김밥 반 줄뿐이라니. 너무나 서글펐다.


 마침 도착한 시간에 막 진통이 멎은 시간이라 너무나 멀쩡히 웃으면서 간호사 선생님들께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며 들어갔다. 간호사들은 놀라며 너무 멀쩡하다며, "웃으면서 들어오시는 산모님은 처음이세요."라고 말하며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렇게 일단 확인해볼게요, 라고 안내받고 들어간 곳에서 충격과 공포의 내진을 처음 받았다. 막달에 진료가면 받았던 내진과는 비교 불가의 충격적인 내진에 소리를 질러버렸다. 내진과 함께 뜨끈한 무언가가 침대를 적시는 것이 느껴졌다. '양수 터졌어요.'라며 길게 설명하지 않고 갈아입을 옷을 두고 나가신 간호사 선생님. 신랑이 들어와 옷 갈아 입는 것을 도와주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지만, 나는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내진이란 단어를 분명히 들었는데, 나는 내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해를 못했다. 무지한 초산모. 


 게다가 내진하자마자 자궁문이 5cm가 열려서 무통 주사도 못 맞는다고 했다. 사실 진통의 정도를 모르니, 아 그렇구나, 하고 말았지만 본격적으로 시작된 진통은 정말 어마무시했다. 신랑 손을 부여잡고 손가락을 깨물려고 하자 신랑은 손을 놓진 않았지만 필사적으로 자기 손을 사수했다. 고통을 참기 위해서 뭐라도 입에 물어야 할 거 같았는지 신랑 손을 깨물려고 했나본데, 정말 있는 힘껏 물리지 않기 위해 애쓰던 신랑의 손을 잊을 수 없다.


신기한 것은 진통주기가 찾아오고 한참 진통과 씨름하고나면 시간이 훌쩍 사라져버린다는 것이다. 고통에 몸부림 치다가 자연 무통의 시간이 다가와 시계를 보면 1시간정도 지나가 버렸다. 마치 타임 슬립이라도 한 것 처럼. 그렇게 3시간여의 시간이 흘러 첫 아이를 만났다. 뱃 속에 있던 아이가 내 가슴 위에 묵직하게 올라가니, 신기하기만 했다. 분명 내 뱃 속에 있었는데도, 그렇게 안고 무게를 느끼니 그제야 아이의 존재를 실감할 수 있었다. 당연히 배에서 느끼던 만큼 아이에게 어느 정도 무게가 있는 것이 당연한데도, 경험해보니 다른 느낌이었다. 


 물론, 무통의 시간에 병원으로 당당히 걸어올라가긴 했지만, 내향적인 나는 나의 아픔을 남에게 보이기 힘들었기 때문에 더 밝게 웃으며 들어갔던 것은 아닐까 싶다. 첫 출산기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으니 하라는 대로 하고 얼렁뚱땅 지나버렸지만 둘째를 낳을 때는 나도 경산모가 되었으니 잘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내향인의 두번째 출산기도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았다. 


드라마 산후조리원 이미지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마음에 안 드는 그런 때에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