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되고자 하는 인간상을 떠올려보자
그런 시기가 온다. 나 자신이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는 그런 시기. 그럴 때는 감정이 요동치고 스트레스로 온 몸이 짓눌리고 괜히 가까운 이에게 뾰족해져 버린다. 그런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아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순환의 고리에 빠지는 그런 시기가 종종 찾아오곤 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칼 로저스'는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로서 자아실현 경향성이 있기 때문에 능동적으로 선택을 하는 자유의지를 가지고 그 결과에 따라 삶이 결정되고 자기 자신을 성장시키고 이를 유지하며 도움이 되도록 자신의 잠재 능력을 발전시킨다고 보았다. 로저스는 인간의 자아를 현재 자신이 인식하고 있는 현실적 자아와 개인이 되고자 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이상적 자아로 구분하였다. 그리고 현실적 자아와 이상적 자아 간에 차이가 있을 때 정서적 혼란을 경험한다고 보았다.
그러니까,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그런 때에는 이렇게 생각을 해보자. 아, 지금 현실적 자아가 이상적 자아와 조금 멀어져있는 그런 상태구나. 그러면 이상적 자아의 모습과 다른 현실적 자아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자. 그리고 이상적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서 해야 할 행동이 무엇인지를 정리해보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지금 왜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일까. 나의 이상적 자아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사회생활이 적성에 맞지는 않는 편이다. 소심하고 소극적이고 혼자서 끙끙거리는, 나를 갉아먹는 그런 스타일이라 그냥 집에 있는 편이 정신 건강에 이로울 것 같다. 그런 한편으로 일에 대한 욕심이 없지는 않다. 나는 내가 일을 할 때 누군가에게 도움을 줌으로써 보람을 느끼는 편이다. 그래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무를 맡고 싶은 마음이 있다. 물론, 지금 하는 일에도 가끔은 보람을 느끼지만 직무상 보람과는 거리가 먼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게다가 내가 하는 일들을 알아주지 않을 뿐 아니라 나의 실수를 잡아내기에 급급해 보이는 상사와 일을 하다보니 가슴 한 구석에서 답답한 마음이 한가득이다. 그런데 승진대상에서도 배제되고 부서에서도 마음 터놓을 이가 없다보니 어딘가 붕 떠있는 상태로 업무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 아마도 이런 상태가 지속되다보니 이상적 자아에서 멀어져 가고 있었나보다. 어제 문득, 며칠 밤잠을 설치다가 다시 내가 해야 할 일들을 머리 속으로 정리하고 나니 그동안 무엇이 문제였는지 이제야 눈에 보이는 것 같다.
부서 내에서 인간관계가 나를 괴롭히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가 할 일을 정리하고 업무에 임하는 자세를 조금 고쳐먹고 나니 인간관계는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내가 늘 내 마음에 새기고 있는 좌우명은 '나 자신에게 떳떳한 사람이 되자'이다. 내가 떳떳하게 행동하면 주변에서 들려오는 어떤 말도 이겨낼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다양한 이유로 나는 당장 해야 할 일을 조금 미뤄두고, 해야 할 말을 삼키다가 나의 이상적 자아를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완전히 나의 고민이 해소가 되지는 않았지만 오늘은 조금 내 자신이 마음에 든다. 마음이 혼란스러운 그런 순간이 올 때는 잠시 멈추고 나를 살펴보는 시간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조금씩 나아가다보면 이상적 자아와 현실적 자아가 일치하는 그런 순간이 올 것이라 생각하며 하루하루 이상적 자아에 다가가는 일상을 담담히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