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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m Oct 06. 2023

신박한 고문 방법 "강제글쓰기"

사람 미치게 하는 고문 방법

영상이 모든 것을 압도하고 있는 세상에서 나는 그래도 글을 조금씩 쓰기로 했다.

하지만 제목은 고문방법이 글쓰기라고 적혀있다.

나에게 글쓰기란 무엇인가? 난 왜 글을 쓰고자 하는가?

이 질문에 나 스스로 답하기 위해 거슬러 가다 보니,

어린 시절에 나에게 글쓰기가 어떤 의미였는지 생각이 나서 거기에서부터

내가 왜 글을 써가는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아주 어렸을 적으로 돌아가 보면 처음 글을 쓰게 되는 건 역시 학교가 아닌가 싶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는 일기를 매일같이 적어서 선생님께 검사받는 숙제가 있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참 신박한 고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일기지만 숙제이기 때문에 매일같이 써야 했다.

방학이 지나고 나면 한 달 치를 써야 하는 끔찍한 경우도 있었다.

글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선생님이 읽어보시기 때문에 읽어보시기에 적당해야 하고

그 양도 적당해야 했다.

일기를 한두 줄만 적을 수 없었고 글씨가 악필이면 지금과는 다른 시대라 사정없이 선생님의 사랑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던 시절이었기에 그 많은 빈 공간을 한 줄 한 줄을 억지로 채워야 했다.

한 번은 친구의 일기를 검사하던 선생님께서 일기의 당사자를 불러서 극대노를 하고 사랑의 매도 듬뿍 주신 사건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그 친구가 그렇게 혼이 나고 사랑의 매를 사정없이 맞게 된 것은 일기의 내용 때문이었는데

친구는 일기에 쓸 것이 없다. 쓸 것이 없다. 쓸 것이 없다. 쓸 것이 없다. 만 반복해서 적었다.

빈 공간을 채우고 채우다 지친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어리광이 통할 시절이 아니다.

감히 선생님의 기분을 상하게 한 죗값으로 그 친구는 선생님의 사랑을 온몸으로 감내해야 했다.



학창 시절은 나에게 글쓰기에 대한 반감을 무럭무럭 키워준 기억이 태반이다.

중학교에 입학해서도 노트나 교과서에는 빈 공간이 많았고 그 공간을 억지로 채워야 하는 건 별로 다를 바가 없었지만 초등학교와 다른 점은 그 양이 많아졌다. 노트의 간격은 더 좁아져서 노트 한 페이지를 채우기 위해서는 더 많은 글자를 적어서 채워야 했다.

솔직한 내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고 그저 선생님이 읽어보시기에 적당한 글을 채워야 하는 이런 행위는 의미 없고 고통스러운 행동의 반복일 뿐이었다.

선생님께 검사를 받을 때는 어차피 제대로 읽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에 교묘하게 날짜만 바꾸거나, 수업과 전혀 상관없는 내용을 펼쳐 보였지만 다행히도 잘 넘어가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그런 나에게도 질풍노도의 시기가 왔을 무렵인 것 같다.  

어느 때처럼 노트에 또 무언가를 채워야 하는 그 빌어먹을 고문을 또 받고 있었는데 정말로 내 안에서 무언가 끊어진 기분이 들었다.

그날도 열심히 노트를 억지로 생각을 쥐어짜 내서 빈 공간을 겨우겨우 채워 넣고 있었는데 내 글을 보고 선생님께서 내용을 수정하라고 하셨다.

성실하게 수감생활하면서 특별사면만을 바라는 모범수인 나에게 그 말은 형량이 늘었다는 말처럼 들렸다.

지워서 수정하지도 못하는데 다시 이 운동장처럼 넓은 하얀 노트를 채워야 하다니, 나는 선생님이 보는 앞에서 팬으로 노트를 찢어버릴 듯이 지그재그로 휘저어버렸다.

선생님의 폭력이 너무도 당연하던 시절에 선생님의 사랑도 무섭지 않을 정도로 폭발하는 분노를 그렇게 표현했다.


그러나 글쓰기가 싫어도 어쩔 수 없었다.

고등학교를 진학했을 때는 논술을 이유로 다시 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대학에 가서 간호과를 진학해서도 실습 나가서 실습일지를 적어야 했다.

군대를 가서는 수양록이라고 군대에서 다시 일기를 쓰게 했다.

정말이지 이 지긋지긋한 글쓰기라는 고문은 꽤나 오랫동안 나를 괴롭혀왔다.

이후로 나는 글쓰기를 해야 할 때가 되면 이에 대한 반감으로 설문지나 글을 쓸 때 정말 최고로 성의 없게 적어서 제출했다.

예를 들어  A4 용지처럼 빈 공간이 많은 용지에 단 한 줄을 적어서 제출하거나, 내 생각을 적어야 하는 곳에 생각이 없다고 만 적어서 제출했다.

이처럼 글쓰기는, 나에게 무언가를 적어야 하는 행위는 형벌이자 고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내가 10년간 일기를 써왔고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그리고 글을 계속 꾸준히 써서 차곡차곡 쌓기로 마음먹었다.

다음 글에서 내가 이렇게 싫어하던 글쓰기가 인식이 바뀌게 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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