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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수 Jul 31. 2020

시간만 잘 지켜도 인생이 꼬이지는 않을 거예요

부모가 되는 과정은 매 순간 쉽지 않았습니다. 처음 하는 부모 노릇이 서툴렀고,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이 지킨 아이의 수면 시간은 저희 가정에 수많은 선순환을 가지고 왔습니다. 왜 하필이면 한결같이 지킨 수면시간일까요? 수면 시간을 지키기 위해서는 일상생활 속에서 많은 절제,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습니다. 

            

무엇이든, 

아주 작은 것이라도, 

한결같이 실천할 때 힘이 생깁니다.


한결같이 실천한 좋은 습관 하나는 또 다른 좋은 습관을 마치 자석의 반대 극처럼 끌어당깁니다. 지극히 평범하고 단순한 행동이지만 반복된 시간이 길면 길어질수록, 횟수가 반복될수록 좋은 습관의 힘은 마치 복리 이자처럼,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아주 사소한 습관이었습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잠자기 “ 아이의 학년이 올라갈수록 실천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공부할 량이 늘어납니다. 학교 숙제도 늘어났고, 학원 숙제도 만만치 않습니다. 악기를 배우면 악기 연습도 해야 합니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 때 가족토론에서 이런 주제를 아이가 꺼냈습니다. 토론이라기보다는 아이가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아빠, 요즘에 저녁 9시에 자는 어린이가 어디 있어요. 9시에 자는 사람은 저희 반에서 저밖에 없는 거 있죠! 그리고 할 일이 많아서 이제 9시에 자는 건 어려울 것 같아요. 이제 자는 시간을 좀 뒤로 늦춰주세요.” 아이는 억울하다는 듯이 볼맨 소리로 하소연을 합니다.   

   

아이도 많이 생각하고 부모에게 건의를 하는 듯해 보입니다. 막상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저는 잠시 생각에 잠겼는데 남편이 대신 대답을 해줍니다. “그렇지. 할 일이 점점 많아지니 좀 바쁘긴 하지? 할 일이 많으니 잠자는 시간을 뒤로 미루려고 하지 말고, 낮에 허투루 쓰는 시간은 없는지 잘 돌아보고, 시간을 아껴 쓰면 어떨까?” 

    

“아. 아빠~~” 아직 사춘기가 오기 전, 부모의 말에 별 저항 없이 받아들이고 순응하는 기간이었습니다. 그 뒤로도 한동안 잠자는 시간을 뒤로 늦춰주기보다는 여전히 9시 취침 시간을 유지했습니다. 그때 만해도 남편의 이 말 한마디가 아이들에게 자기 주도 학습력을 심어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아이는 밤에 잠자는 시간은 정해져 있고, 학교 선생님과의 약속, 학원 선생님과의 약속은 있는데 할 일을 다 하지 못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섰는지 하교하자마자부터 할 일을 서둘러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물론 이 습관이 하루아침에 생긴 건 아닙니다. 유아기부터 가족 루틴에 따라서 생활하는 생활습관에 익숙했기 때문에 학습이 시작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학습습관으로 이어졌습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시간을 제한했을 때 아이가 공부를 제대로 못 할까 봐 앞서 걱정을 합니다. 그리고 잠시의 기간도 기다려주지 못하고 아이가 공부를 한다고 하면 자는 시간을 뒤로 미뤄서라도 아이의 의견을 수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초등학생 때아주 짧은 기간이라도 아이에게 제한된 시간만 허락해주는 규칙을 만들어서 실천해본다면 시간을 활용하는 아이의 근본적인 태도가 달라질 것입니다.     


게임이나 유튜브 하지 말라고 매번 규제를 하기보다는 큰 맥락에서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고 판단하고 책임지는 생활을 하게 해야 부모와의 마찰이 줄어듭니다. 수면시간이 정해지지 않았다면 아이는 낮에 부모님이 집에 없을 때 유튜브 영상 보고 허투루 보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더 길었을 것입니다. 부모님이 퇴근해서 집에 오면 그때부터 공부를 시작한다고 하나둘씩 과제를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그때부터 공부를 시작하면 보나 마나 최상의 컨디션에서 공부를 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이미 피곤하기 때문입니다. 초조한 마음에 감정은 쉽게 고조되고 서로에게 짜증이 쉽게 오고 갑니다. 공부 정서가 좋아질 수가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을 것입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지금은 자연스럽게 잠드는 시간이 늦춰졌지만 학습량이 살짝 많아지는 시기에도 끄덕하지 않고 잠시 동안 유지했던 9시 취침의 습관은 일의 우선순위를 판단하고 집중력 있게 할 일을 처리하는 시간관리 능력을 선물로 안겨주었습니다.  

극도로 예민할 사춘기 아이가 지금도 약속 시간은 철저하게 지키는 모습을 보며 늘 미안한 마음 한가득인 엄마가 나지막이 속삭여 봅니다. 


미안한 거 투성이지만.
너희들에게 이 습관 하나만은 몸으로 체득하게 해서 참 다행이다. 


인생이란 알 수 없지만.

늘 예상치 못한 변수를 친구처럼 인정하며 살아야 하지만,

적어도 인생이 어이없게 꼬여서 괴롭지는 않을 거라 믿는다.


시간만 잘 지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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