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상에 자신의 영역 구축하기
새로운 SNS가 등장했다. 바로 ‘클럽하우스’다. 서비스가 나온 지는 1년 가까이 됐지만, 국내에서는 지난주부터 많은 이들이 가입했다. 기존의 SNS와 비슷한 측면도, 새로운 측면도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음성’ 기반이라는 점이다. 초대권을 받아야만 가입할 수 있다는 특성도 있다.
관건은 새로운 미디어를 대하는 태도다. 누군가는 하루라도 빨리 접속해 많은 팔로워를 확보하려 하고, 다른 누군가는 적극적으로 미디어를 소비하지 않는다. 이처럼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했을 때 언제 진입할지는 늘 고민으로 남는다. 물론 모든 사람이 SNS 활동을 활발하게 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온라인상에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은 사실이다.
인플루언서가 아닌 사람에게도 많은 팔로워가 필요할까?
코로나로 ‘언택트’ 시대가 도래하면서 온라인상에서의 활동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제 온라인은 오프라인의 보조적인 공간이 아니라, 그 자체로 삶의 공간이 되었다. 새로운 삶의 공간에 적응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온라인상에 자신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인맥을 구축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온라인 공간에서도 자신의 영역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예전에는 목 좋은 곳에 식당을 차리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지금은 번듯한 식당일지라도 SNS상에 평점이나 댓글이 없으면 사람들은 발걸음을 돌린다. 지갑을 열기 전의 불안을 해소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온라인으로만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 SNS 활동이 더욱 필수적이다. 개인은 어떨까. ‘사이드 프로젝트’, ‘N잡’, ‘부캐’ 등이 삶의 키워드가 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을 드러낼 일이 많아졌다.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사람들은 물론, 기업, 프리랜서, 심지어 회사원에게도 온라인에서 자신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해진 것이다.
온라인상에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맞는 미디어를 선택하는 일이다. ‘클럽하우스’가 유행이라고 해서 그 미디어를 무작정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특성을 파악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미디어를 능동적으로 고르는 것이다. 가령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면 인스타그램을, 글 쓰는 것에 흥미가 있다면 브런치나 페이스북을, 영상에 관심이 있다면 유튜브를 선택하는 식이다. 글보다 말이 편한 사람, 진행이나 중재를 잘하는 사람은 지금 유행하고 있는 클럽하우스가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것이다.
어떤 미디어든 상관없다. 팔로워가 아주 많을 필요도 없다. 문제는 온라인상에 나의 영역이 전혀 존재하지 않을 때다. 앞으로 온라인 영역은 오프라인만큼, 혹은 오프라인 공간보다 훨씬 더 확장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에 아예 진입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온라인상에서의 활동에 많은 이들이 피로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사회생활이 피로하다고 해서 세상으로 향하는 모든 문을 닫고 혼자 살아갈 수 없는 것처럼, 온라인 공간에서 활동하지 않고 살아가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온라인 생태계 구축에는 여러 단계가 있겠지만, 가장 첫 단계는 자신의 구독자를 만드는 일이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에게는 ‘콘텐츠’가 있다. 그 콘텐츠가 꼭 직업적인 것일 필요는 없다. 반려식물 잘 키우는 법, 손 글씨 예쁘게 쓰는 법, 미니멀리즘 실천법 같은 것들은 모두 콘텐츠가 된다. 사람은 대체로 자신이 이미 가진 것들에 대해서는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경우가 많지만, 주변인에게 물어보면 누구나 자신의 특별한 점을 발견해낼 수 있다. 이렇게 자신의 특기를 발견해 온라인상에 콘텐츠를 업로드하다 보면 그 콘텐츠들이 씨앗이 되어 직업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문제는 어떤 채널이든 ‘구독자’를 확보하기가 그리 녹록지 않다는 데 있다. 구독자를 확보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수익을 만들어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콘텐츠의 지속성을 담보해주기 때문이다. 콘텐츠가 쌓일수록 구독자가 늘어나고, 구독자가 늘어나면 콘텐츠의 질도 높아지는데, 이 선순환 구조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나의 콘텐츠를 좋게 봐주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좋아요’나 ‘댓글’, ‘구독’이 다음 콘텐츠를 만드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구독자를 확보해야 할까. ‘진입 시기’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자신에게 적합한 미디어를 선택했다면, 그 미디어가 발전 단계에 있는지, 성숙 단계에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미디어 발전 초기에 진입하느냐, 미디어의 성숙기에 진입하느냐에 따라 전략이 달라진다. 가령 유튜브에 영상이 많지 않았던 시절 유튜브를 시작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구독자를 늘릴 수 있었을 것이다. 최근 '클럽하우스'에 많은 사람이 유입된 것도 이 같은 이유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지금 들어가지 못했다고 해서 늦은 것은 아니다. 미디어의 성숙기를 거친 이후 진입하려는 사람들은 남들이 어떻게 하는지 분석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새로운 미디어가 나왔을 때 하나씩 배우면서 시작할지, 남들 하는 모습을 잘 관찰했다가 부족한 점을 개선하여 구독자를 확보할지, 선택은 자신의 몫이다. 진입 시기는 중요하지 않지만, 어떻게든 미디어 속 공간에 자신을 위치시켜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온라인 생태계 구축은 구독자 확보로 시작하여 수익 모델을 만드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고, 스스로가 인플루언서, 미디어, 더 나아가 플랫폼 자체가 되는 방법도 있다. 그 출발은 어떤 채널에서든 자신의 팬을 확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17세기 이후 세계는 크게 세 번의 패러다임의 전환을 겪었다. 인식론적 전환, 언어적 전환, 그리고 미디어적 전환이 그것이다. 인식론적 전환은 세계를 바라보기 전에 그것을 바라보는 정신의 본질부터 바라보자는 것이었고, 언어적 전환은 언어에 앞서 어떤 생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언어 없이는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17세기 인식론적 전환, 20세기 언어적 전환에 이은 21세기 미디어적 전환은 오늘날의 세계가 의식에 있거나 언어로 구조화되기보다는 ‘미디어’를 통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오늘날 우리의 체험은 ‘직접’ 경험이라기보다는 대부분 미디어로 매개된 ‘간접’ 경험으로 변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세계를 체험하는 방식 자체가 미디어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오늘날 우리는 미디어가 허용하는 범위 내 에서만 세계를 지각하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미디어를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세계를 직시하지 않는다는 말도 된다. 새로운 미디어가 나왔다고 해서 바로 그 미디어에 뛰어들 필요는 없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의 온라인 공간은 중요한 지위를 확보한 만큼, 온라인에서의 영역 확보는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온라인 공간이 오프라인 공간과 동등한 지위를 갖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
클럽하우스 사용하고 계신 브런치 구독자 님 계시다면 함께 이야기 나눠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제 브런치 작가명인 "슈뢰딩거의 나옹이"로 검색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구독자 여러분 덕에 제 책 <어제보다 오늘, 더 성장하고 싶은 너에게>(예스24 링크)가 2쇄를 찍었다고 합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