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자라면 공매도 알고 가자
공매도 재개하면 주가 떨어질까?
공매도(空賣渡)는 ‘비어 있다’, ‘없다’는 뜻의 공(空)과 ‘판다’는 뜻의 매도(賣渡)를 합친 말로, “없는 주식을 판다”는 뜻이다. 없는 주식을 무슨 수로 판다는 건지 의아한데, 주식을 빌려서 팔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 놓았다. 공매도를 이용하면 하락장에서도 이익을 낼 수 있다.
공매도 기법은 이렇다. A 회사의 주가가 현재 5만 원이다. 그런데 4만 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 투자자는 여기서 취할 수 있는 포지션이 ‘매도 후 차익 실현’, ‘손절’, 혹은 ‘존버’ 뿐이다. 하지만 공매도를 할 수 있는 주체(기관, 외국인)는 A 회사의 주식을 현재가인 5만 원을 주고 빌린다. 빌린 다음 팔아서 현금 5만 원을 챙긴다. 이후 A 주식은 4만 원으로 떨어지고, 이때 4만 원을 주고 주식을 산다. 그렇다면 나에게는 4만 원짜리 A 주식과 현금 1만 원이 남는다. 여기서 빌린 주식을 갚고 총 1만 원의 현금을 얻는다.
공매도 기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하지만 관건은 1번, 즉 빌릴 수 있느냐다. 제도상으로는 기관, 외국인, 개인 모두에게 주식을 빌려준다고 돼 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는 현실적으로 주식을 빌리기 어렵다. 이자가 너무 높고, 종목 제한이 있으며, 대량으로만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개인에겐 안 빌려준다는 말이다. 모두에게 공평한 조건이 아니기 때문에 공매도 재개를 반대하는 측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
공매도라는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나름의 순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공매도는 주가에 거품이 끼는 것을 방지한다. 주가는 매수와 매도의 균형으로 이루어지는데, 만약 공매도라는 제도가 없다면 시장이 하락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반영되기 어렵다. 해당 주식을 보유한 사람만 ‘매도’라는 행위로 주식 하락 의견을 낼 수 있으므로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사람은 ‘하락’이라는 의견을 주가에 반영시킬 수 없다. 공매도가 없는 시장에서는 주가가 본래 가치보다 고평가 받는 상황, 즉 버블이 형성된다. 버블은 언젠가는 꺼지기 마련이므로 공매도는 버블을 방지하여 주가를 실제 가치에 맞게 형성하도록 돕는다. 이는 시장의 효율성과도 연결된다.
공매도는 또 주가 하락에도 수익을 낼 수 있게 한다. 금융 시장에서 중요한 개념 중 하나는 바로 ‘헤지(hedge)’다. 헤지는 리스크를 분산하는 것을 뜻한다. 공매도는 하락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적절 비율로 활용한다면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다. 물론 지금은 ‘인버스 ETF’를 매수하는 방식 등으로 시장에서 ‘숏 포지션’을 잡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꼭 공매도를 이용해서만 하락장에서 손실을 헤지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 19 사태로 2020년 3월부터 공매도가 금지된 상태다. 주가는 기업 실적이나 수급뿐만 아니라 심리에 의해서도 움직이는데, 주가가 떨어진다는 쪽에 돈을 거는 사람이 많아지면 불안이 커져 실제 상황보다 시장이 더 안 좋아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즉, 코로나 19로 주가가 폭락한 상황에서 공매도로 이익을 보려는 세력이 늘어나면 주가가 크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한 것이다.
주식 시장에서 공매도를 금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공매도는 1990년대 기관 투자자와 외국인을 대상으로 처음 도입됐다가 2008년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 일시적으로 금지한 적이 있었다. 즉, 주가가 폭락할 것이 예상될 때 선제적으로 금지시키는 것이다. 금융시장이 발달한 미국 정도를 제외하면 해외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흐름으로 금지와 재개를 반복한다.
문제는 금융위원회가 2021년 3월 중 공매도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의 우려를 인식한 듯 개인도 공매도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고, 외국인의 불법 공매도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개선안도 덧붙였다. 그럼에도 개인 투자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공매도를 재개하면 주가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하락 요인임에는 틀림없다. 주식 시장은 심리적인 요인이 많이 반영된다. 코로나 장세에서 지수 상승을 견인했던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재개’를 이유로 주식 시장에서 빠져나가고 하락이 가속화되면 주가가 더 떨어질 수 있다. 작년 한 해 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하락에 베팅하려는 세력도 존재한다. 주가를 결정짓는 여러 요인 중 하락 요인인 것은 맞다.
하지만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는 “알 수 없다.” 왜냐하면 공매도라는 하나의 제도 때문에 주식 시장 향방이 결정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작년 3월 공매도를 금지했을 때 주가가 바로 오르지 않은 것처럼, 주가는 너무나도 다양한 요인으로 움직인다. 기본적으로는 기업 실적이 잘 나와야 주가가 올라가지만, 수급, 유동성, 금리, 환율, 심리 등 너무나도 많은 요인이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 ‘공매도 재개=주가 하락’이라고 단순화하여 생각하기보다는, 공매도가 주식 시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고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는 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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