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인지가 필요한 이유
50개의 단어를 보여주고 카드를 덮은 뒤 단어들을 기억하는 메타인지 실험이 있다. 단어를 적어 내려 가기 전 자신이 몇 개의 단어를 기억할 수 있을지 숫자를 먼저 써야 한다. 중요한 것은 더 많은 단어를 적는 일이 아니다. 자신이 예상한 숫자와 실제 적은 단어 수가 비슷해야 메타인지가 높은 사람이다.
메타인지는 한 마디로 ‘자신의 생각을 판단하는 능력’을 말한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바로 메타인지다. 공부 좀 한다는 친구들은 모두 메타인지가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시험 종료와 동시에 자신이 어떤 문제를 틀렸는지 파악한다. 스스로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파악하면 원하는 것을 얻기가 쉬워진다.
사실 “모른다”라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은 쉽지 않다. 모른다는 답변을 하는 사람들에게 관대하지 않은 사회적 분위기도 확실히 존재한다. 하지만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점차 중요해고 있다. 물론 예나 지금이나 ‘내가 아는 건 내가 모른다는 사실뿐’이라는 명제는 똑같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사회가 더욱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면서 “모른다”가 거의 모든 질문에 대한 가장 적절한 답이 되고 있다.
전근대 시대에는 마을 어른의 말이 지표가 되었고, 비교적 최근까지만 해도 자신과 같은 분야에서 좀 더 경험이 있는 사람이 하는 말이면 대체로 수긍할 만했으나, 이제는 “안다”라고 말하는 것이 상당히 우스워진 시대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 남에게 조언하는 사람이나, 자기 확신을 남에게 투영하는 행위가 더 이상 가치를 얻지 못하게 된 것이다.
자신의 일은 자신이 제일 많이 고민하고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외부에서 해결책을 구하기보다는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 최상이다. 여기서 최상은 결과로써의 최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때론 실패가 따라올 수도 있지만, 실패는 실험의 과정일 뿐 결과가 아니다.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메타인지가 잘 되어 있다면 타인의 조언을 구하지 않고도 스스로 판단하여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아는 것을 안다고 말하기는 쉬워도,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는 것은 쉽지 않다. 최근 들은 강연에서 한 콘텐츠 회사 대표가 질문에 대해 “모른다”라고 답변한 것이 상당히 인상 깊었다.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하려는 다른 패널들과 대조적이었다. 이처럼 ‘모름’을 인정하고 자신이 잘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좋은 답을 찾아가는 길이다.
메타 인지를 높이는 데 기록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여기서 기록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해볼 수 있다. 1) 수치로 기록하는 것, 그리고 2) 문장으로 기록하는 것이다.
요즘 주변을 돌아보면 모두가 열심히 산다.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편인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붉은 여왕은 앨리스에게 “제자리에 있고 싶으면 죽어라 뛰어야 한다”라고 말했는데, 지금 우리의 상황을 보여주는 말 같다. 헬스장의 러닝머신 위에서 끊임없이 달려야 겨우 제자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모두가 열심히 살아도 누군가는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누군가는 도태된다. 내가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수치로 기록하는 일이 메타인지를 높이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스스로는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공부한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스톱워치로 시간을 기록해보면 실제로 집중한 시간은 얼마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오늘 몇 시에 일어났고, 얼마나 일했으며, 얼마만큼 운동했는지, 또 스마트폰 스크린 타임은 얼마나 되는지 매일 수치로 기록해보자. 내가 시간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메타인지 하게 된다.
꼭 수치로만 기록할 필요는 없다. 2) 문장으로 기록하는 것도 스스로를 파악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특히 감정을 기록하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된다. 우리는 거의 매 순간 감정을 느낀다. 그런데 느끼는 감정을 언어화하지는 않는다. 대강 ‘행복’, ‘화남’, ‘슬픔’ 정도로 단순화할 뿐이다. 하지만 ‘설레는’, ‘감동적인’, ‘벅찬’, ‘몰입한’, ‘평온한’처럼 자신의 감정을 미세하게 구분해서 표현할 수 있다면 메타인지가 높아져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기가 쉬워진다. 특정 상황에서 내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그 감정에 가장 적합한 단어는 무엇인지 기록을 해나가다 보면 좀 더 단단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메타인지가 높다면 실패하지 않을 확률이 높아진다. 메타인지가 높은 사람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과 못하는 일을 구분한 뒤, 잘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앞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미국의 명문대를 졸업한 한 수능 일타강사는 자신이 학원 강사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고 한다. 반면 석·박사 과정을 거쳐 학문적으로 나아가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살면서 실패한 적이 한 번도 없는 이유를 “잘하는 일만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는데, 그의 말대로 스스로에 대해 명확하게 메타인지가 된다면 실패를 피할 수 있다.
물론 일반적으로는 실패를 완전히 피하는 것은 어렵고, 실패한 이후 복기의 과정을 통해 메타인지를 조금씩 높여나가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다. 나의 경우 살면서 스스로를 과소평가하거나 때로는 과대평가하여 인생에서 크고 작은 실패를 맛보았는데, 그때마다 복기의 과정을 통해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복기라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니고 자신이 잘못 생각했던 부분을 기록하는 행위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은 깨달은 내용을 적어 내려가면서 메타인지를 강화해나가는 것이다. 실패를 복기하는 과정을 거치면 스스로에 대해서도 좀 더 세부적으로 메타인지를 할 수 있다. 내 능력치의 상한선에 대해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사람인지 아는 것도 필요하다. 이성적인 판단과 함께 나의 감정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는 말이다.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파악해야 변화하는 미래에 대응하기 쉬워진다.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지식은 그 자체만으로 더 이상 빛을 발하지 못한다. 오히려 그 정보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현재 무엇이 문제이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지, 내가 아는 것은 무엇이고 추가로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파악하는 사람이 내 안의 가능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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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한 해 하시는 모든 일 다 잘되시길 마음을 담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