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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몬테크리스토르 Nov 02. 2021

다시, 가을

- 끝을 따라 순순히 낙하하는 가을 잎을 보며

하늘 끝

닿은 끝


햇살 끝

닿은 끝


나무 끝

닿은 끝


잎새 끝

닿은 끝


가을 끝

내려앉은


계절 끝

마음 끝


- <다시, 가을>





여름의 추억에 매달려 있던
가을의 잎들은

차례를 기다리는 계절에게 자리를 내주고

기꺼이 바스락 말라 밟힐 작정을 했다.



빛나던 기억을 내려놓고 낙하한 잎들이

바닥에 소복히 쌓인 후에야

나무는 비로소

한 해에 걸쳐 가지 틈 사이로만 곁눈질하던 하늘과 마주하고

뿌리 밑둥까지 햇살로 가을 멱을 감는다.



계절의 끝은

또 다른 계절의 시작이 되고

계절의 시작은

다시

또 같은 계절의 끝을 향해 달린다.



끝이 시작이고

시작이 끝이다.



끝의 시작을 위해

다시

잎을 떨구고

하늘로 기어올라 햇살을 먹자.



#가을 #낙엽 #계절

#생각하는글 #글쓰기


#끄적이는하루


- @몬테크리스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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