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을 따라 순순히 낙하하는 가을 잎을 보며
하늘 끝
닿은 끝
햇살 끝
닿은 끝
나무 끝
닿은 끝
잎새 끝
닿은 끝
가을 끝
내려앉은
계절 끝
마음 끝
- <다시, 가을>
여름의 추억에 매달려 있던
가을의 잎들은
차례를 기다리는 계절에게 자리를 내주고
기꺼이 바스락 말라 밟힐 작정을 했다.
빛나던 기억을 내려놓고 낙하한 잎들이
바닥에 소복히 쌓인 후에야
나무는 비로소
한 해에 걸쳐 가지 틈 사이로만 곁눈질하던 하늘과 마주하고
뿌리 밑둥까지 햇살로 가을 멱을 감는다.
계절의 끝은
늘
또 다른 계절의 시작이 되고
계절의 시작은
다시
또 같은 계절의 끝을 향해 달린다.
끝이 시작이고
시작이 끝이다.
끝의 시작을 위해
다시
잎을 떨구고
하늘로 기어올라 햇살을 먹자.
- @몬테크리스토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