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냄비에 밀어 빠뜨린 계란에게 바치는 속죄의 글
우리의 뜨겁던 시간이 날 성숙하게 해요.
당신이 날 까먹는다 해도 원망 안 해요.
그건 우리 만나던 순간부터 예정된 운명인 걸요.
- <계란을 벗겨 허기에 덧입히며 >
찐 나 때문에 죄없는 너를 찐다.
봄맞이 가족간의 다이어트 내기가
널 물에 밀어 빠뜨린 단초가 되었다.
1인당 5만원씩 걸고 1등이 15만원을 타 가는 빅게임이니,
널 펄펄 끓는 물 속으로 밀어 넣는 내 심정은
그저 앞 뒤 가릴 것 없는 독한 맘 뿐이었다.
찐 건 네가 아니지만,
난 널 찐다.
널 쪄서 찐 날 뺄 수 있다면
난 매일이라도 널 찔 수 있다.
찌고 벗기고 씹으며
찐 날 덜고 뺄 수 있다면,
난 언제까지나
널 찌고 벗기고 씹을 수 있다.
호로록 벗겨지는 네 껍질의 감촉이
언젠가 호로록 빠질
내 뱃살의 미래와 맞닿은 듯
날 흥분시키누나.
하나도 안 찐 날계란을
완전 살 찐 날 위해
물에 빠뜨려 찐다.
원망 마라.
이것이 우리의 운명이다.
#비장미넘치는끄적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