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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용석 Sep 18. 2021

게임 셧다운제: 게임이 아이들을 폭력적으로 만드는가?

헌법재판소 2014. 4. 24. 선고 2011헌마659 전원재판부

I. 들어가며

  게임 셧다운제가 2021년 8월 25일 폐지되었다.  김재경, 김종률, 최영희 의원의 3개의 법률안을 골자로 2011년 4월 27일 여성가족위원장이 발의해 2011년 공포된 뒤, 10년이 흘러 문체부와 이 법안을 발의했던 여가부가 제도 폐지에 합의하게 된 것이다.  게임 셧다운제와 게임 시간 선택제가 공존하던 합리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모습으로 유지된 약 10년간의 세월은 이제 역사가들의 판단을 받기 위해 역사책 속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이 기간은 이미 대한민국 게임산업의 흑역사로 평가받고 있고, 급속도로 성장하던 대한민국 게임산업의 발목을 잡아 우리나라 게임 산업의 세계 경쟁력을 떨어뜨린 법이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하지만 '게임'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시야를 넓혀보면, 이 기간은 대한민국 청소년 인권의 흑역사로 불리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애당초 입법 과정에서부터 심각한 우려가 여러 차례 지적되었던 이 법은 어떻게 입법될 수 있었고 또 어떻게 10년간 유지될 수 있었는지가 궁금해진다.  법이 통과되고 몇 년 지나지 않아 몇몇 시민들의 헌법소원에 의해 법은 헌법재판소의 판결대 앞으로 나가게 되었는데, 어떻게 헌법재판소에서 합헌결정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생긴다.  전반적인 입법과정을 비롯해, 이 법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았던 헌법재판소 2014. 4. 24. 선고 2011헌마659 전원재판부 결정을 중심으로 이제 과거로 사라진 '게임 셧다운제'를 살펴보자.


II. 강제적 셧다운제 입법 과정

1. 1차 입법 시도: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 등  12인

  사단법인 청소년마을은 2004년 10월 9일 온라인게임에 셧다운제가 도입 관련 포럼을 개최했고, 이것이 "셧다운제"라는 단어가 공식적으로 사용된 시작점이다.  이어서 각종 인사들의 게임의 유해성 발언, TV 프로그램의 게임의 부작용 보도 등 많은 논의가 이루어졌고 이를 놓칠세라 2005년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이 발의가 이어진다.  그러나 게임 업계의 반발이 이어지자 의원들은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고, 현재 게임을 오래 하면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문구가 나오는 근거조문이 입법된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12조의2(게임과몰입의 예방 등) ①정부는 게임과몰입이나 게임물의 사행성ㆍ선정성ㆍ폭력성 등(이하 “게임과몰입등”이라 한다)의 예방 등을 위해 다음 각 호의 정책을 수립ㆍ시행하여야 한다....     
[172263]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김재경의원등 12인)

- 제안자 12인: 김재경, 김재원, 김학송, 나경원, 박세환, 박승환, 박재완, 엄호성, 유기준, 이계경, 최구식, 황우여

- 제안 이유: 청소년의 온라인게임 이용시간이 과도하게 증가함에 따라 인터넷 중독, 폭력성 증가, 사회성 결여 등의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뿐만 아니라 수면시간 부족으로 인하여 성장기 청소년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등 온라인게임으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 실정임. 따라서 심야의 특정시간대에는 청소년에게 온라인게임을 제공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유해한 매체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여 청소년이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하는 데 기여하려는 것임.


2. 2차 입법 시도: 한나라당 김재경의원등 30인

  하지만 그 이후 폭력과 청소년 비행이 게임 탓이라는 언론의 보도가 여론에 불을 지피면서, 다시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의 2차 입법 시도가 이어진다.

[1800213]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김재경의원등 30인)

- 제안자 30인: 김재경, 강석호, 권경석, 김동성, 김성곤, 김성조, 김성태, 김정권, 김정훈, 김춘진, 김태원, 김태환, 김효재, 박대해, 박민식, 박종희, 박준선, 배영식, 손범규, 송영선, 신상진, 안상수, 윤석용, 이범래, 이성헌, 이정선, 이진삼, 이한성, 이혜훈, 임해규

- 제안 이유: 최근 청소년들의 온라인게임 이용시간이 과도하게 증가하면서 인터넷중독, 사이버폭력 등 사회적 문제가 심화되어 가고 있으나 가정 및 학교차원의 자율적 감독만으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효율적인 대처가 어려운 실정임. 또한 2007년 1월「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의 개정으로 ‘게임과몰입의 예방 등’에 관한 조항이 신설되었으나 청소년의 과도한 온라인 게임 이용 방지에 적절한 대책이 되지 못하고 있음.


3. 3차 입법 시도: 통합민주당 김종률의원등 18인

[1802696]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김종률의원등 18인)

- 제안자 18인: 김종률, 김용태, 김을동, 박준선, 손범규, 안민석, 오제세, 원희목, 이명수, 이범래, 이성남, 전병헌, 정진석, 정진섭, 조진래, 주광덕, 진수희, 홍희덕

- 제안 이유: 현행 양벌규정은 문언상 영업주가 종업원 등에 대한 관리·감독상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영업주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어 책임주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으므로, 영업주가 종업원 등에 대한 관리·감독상 주의의무를 다한 경우에는 처벌을 면하게 함으로써 양벌 규정에도 책임주의 원칙이 관철되도록 하는 한편, 양벌규정의 적용대상이 되는 벌칙조항에 벌금형이 별도로 규정되어 있지 않는 경우가 있어 이를 시정하기 위해 양벌규정에서 벌금액을 개별적으로 규정함으로써 벌칙 적용을 명확히 함.


4. 4차 입법 시도: 통합민주당 최영희의원등 21인

[1804656]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최영희의원등 21인)

- 제안자 21인: 최영희, 강창일, 곽정숙, 김동철, 김상희, 김성수, 김소남, 김영진, 김재윤, 김충조, 김효석, 박은수, 송민순, 송영길, 신상진, 안상수, 양승조, 오제세, 우제창, 임영호, 홍재형

- 제안 이유: 최근 인터넷 이용자 수의 급속한 증대와 함께 청소년들의 인터넷사용으로 인한 부작용, 특히 과도한 인터넷게임으로 인한 중독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음.인터넷의 이용은 다양한 정보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지는 순기능도 있지만 그 역기능으로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의 과도한 인터넷게임 몰입으로 인하여 일상생활에서 쉽게 회복할 수 없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기능 손상을 입을 수 있으나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은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 실정임.


5. 최종 입법: 여성가족위원장 (재적 299, 재석 210, 찬성 118, 반대 63, 기권 29)

 상기 소개한 2차 입법시도, 3차 입법시도, 4차 입법시도의 세 법률안을 토대로 여성가족위원회에 상정하여 최종 입법이 이루어지게 된다.  발의자는 여성가족위원장이며, 재적 299명 중 210명이 재석 하였고 약 56%의 찬성표를 받아 법이 통과되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이 법안을 거부하지 않았고(대통령 거부권 불행사), 2011년 5월 19일에 공포하여 강제적 셧다운제는 청소년 보호법의 일부가 되었다.  대한민국에 있는 청소년은 국가에 의해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의 심야 시간대에 인터넷 게임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강제적 셧다운제 법안” (의안번호: 1811597) (발의일: 2011년 4월 27일) (의결일: 2011년 4월 29일)

찬성: 한나라당 77인(강성천 고승덕 고흥길 권성동 김광림 김금래 김기현 김동성 김선동 김성동 김성조 김소남 김영선 김용태 김재경 김충환 김학용 나성린 박보환 박영아 박진 배은희 서상기 성윤환 손숙미 신상진 신지호 안경률 안홍준 안효대 여상규 원유철 원희목 유정현 윤상현 윤석용 윤영 이경재 이범관 이병석 이상득 이성헌 이애주 이윤성 이은재 이인기 이정선 이종구 이주영 이철우 이한구 이한성 이혜훈 임동규 임해규 장광근 장윤석 전여옥 전재희 정미경 정의화 정진섭 정해걸 조진래 조진형 주광덕 주성영 진성호 진영 차명진 최경환 최경희 한기호 허천 현경병 홍일표 황우여), 민주당 25인(강기정 강봉균 김부겸 김상희 김성곤 김영진 김유정 김재윤 김진표 김충조 김학재 김효석 백원우 백재현 송훈석 신건 신낙균 안규백 안민석 오제세 유선호 이미경 이윤석 이종걸 이춘석 장병완 정범구 정장선 조경태 조배숙 주승용 최규성 최영희 추미애 홍영표), 미래희망연대 4인(김을동 김혜성 노철래 박종근), 자유선진당 2인(김낙성, 이용희)


III. 헌법재판소 2014. 4. 24. 선고 2011헌마659 전원재판부

1. 개요

  입법 직후 강제적 셧다운제는 헌법재판소 재판대 앞에 서게 된다.  헌법재판소 판사 9명이 모두 모이는 전합 사건이다.  정식 명칭은 다음과 같다.  청소년보호법제23조의3 등위헌확인(심야시간대 청소년의 인터넷게임 이용금지 강제적 셧다운제 사건).


  사건의 쟁점(판시사항)은 크게 네 가지였다. (1) 처벌조항의 고유한 위헌성을 주장하지 않는 경우 처벌조항에 대한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 인정 여부, (2)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게임의 제공을 금지하는 이른바 ‘강제적 셧다운제’를 규정한 구 청소년보호법 제23조의3 제1항 및 제26조 제1항 중 ‘인터넷게임’의 의미가 불명확하여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3) 이 사건 금지조항이 인터넷게임 제공자의 직업수행의 자유, 16세 미만 청소년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부모의 자녀교육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4) 이 사건 금지조항이 다른 게임과 달리 인터넷게임만 규제하고, 해외 게임업체와 달리 국내 게임업체만 규율함으로써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


  다양한 쟁점들이 존재하지만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핵심적인 쟁점인 (3)번 쟁점을 중심으로,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이 어떠한 답을 내놨는지 중요한 부분들을 간추려서 살펴보자.


2. 다수의견(7명: 재판장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

  다수의견은 앞서 소개한 모든 쟁점들에 '소극'이란 부정적 입장을 내놓았다.  '인터넷게임'의 의미는 충분히 명확하다며 명확성원칙을 만족하고, 인터넷게임은 그 중독성이 더 강하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며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특히 (3)번 쟁점에 대해 인터넷게임 자체는 부정적이지 않으나 ① 우리 청소년의 높은 인터넷게임 이용률, ② 게임 중독시 나타나는 부정적 결과 ③ 자발적 중단이 쉽지 않다는 점을 들어 16세 미만 청소년에 한하여 오전 0시에서 6시까지 인터넷게임을 금지하는 것이 '과도한 규제'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피해 최소화 장치가 마련되어 있어 침해최소성 요건이 만족하고, '청소년의 건강 보호 및 인터넷게임 중독 예방'이라는 공익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법익균형성을 유지한다고 보았다.  해당 부분을 읽어보심이 좋을 거 같아 발췌하였으니 읽어보시길 바란다.


재판장 박한철, 재판관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안창호, 강일원, 서기석의 다수의견

이 사건 금지조항은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 및 인터넷게임 중독을 예방하려는 것으로, 인터넷게임 자체는 오락 내지 여가활동의 일종으로 부정적이라고 볼 수 없으나, 우리나라 청소년의 높은 인터넷게임 이용률, 인터넷게임에 과몰입되거나 중독될 경우에 나타나는 부정적 결과 및 자발적 중단이 쉽지 않은 인터넷게임의 특성 등을 고려할 때, 16세 미만의 청소년에 한하여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만 인터넷게임을 금지하는 것이 과도한 규제라고 보기 어렵다. 여성가족부장관으로 하여금 2년마다 적절성 여부를 평가하도록 하고, 시험용 또는 교육용 게임물에 대해서 그 적용을 배제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는 장치도 마련되어 있으며, 본인 또는 법정대리인의 자발적 요청을 전제로 하는 게임산업법상 선택적 셧다운제는 그 이용률이 지극히 저조한 점 등에 비추어 대체수단이 되기에는 부족하므로 침해최소성 요건도 충족한다. 나아가 청소년의 건강 보호 및 인터넷게임 중독 예방이라는 공익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법익균형성도 유지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금지조항이 인터넷게임 제공자의 직업수행의 자유, 여가와 오락 활동에 관한 청소년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및 부모의 자녀교육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3. 반대의견(2명: 재판관 김창종, 조용호)

  반대의견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내놓는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전근대적'이고 '국가주의적'이며 '행정편의적' 발상에 기초한 것으로 문화의 자율성과 다양성 보장에 국가가 지나친 간섭 및 개입을 하는 것이라는 아주 강한 어조로 첫 문장을 시작한다.  주목할만한 부분은 ① 입법목적 중 '청소년의 수면시간 확보'가 청소년들의 기본권 제한을 정당화할 수 있는 사유가 아니라는 점, ② 다수의견이 기본적으로 인터넷게임을 유해하고 무가치한 것으로 보는 시각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수단의 적절성이 부정된다는 점, ③ 전면적인 금지가 이루어지고, 선택적 셧다운제가 이미 존재하고 있기에 침해 최소성에 반한다는 점, ④ 청소년의 심야시간대 인터넷게임 이용률이 원래 높지 않고 타인명의로 접속할 경우 통제방법이 없어 실효성이 적으나 과도한 규제로 '기본권 침해'와 '국내 인터넷게임 시장의 위축'을 고려하면 법익균형성이 없다는 점을 들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는 부분이다.


재판관 김창종, 조용호의 반대의견

강제적 셧다운제는 전근대적이고 국가주의적이며 행정편의적인 발상에 기초한 것으로, 문화에 대한 자율성과 다양성 보장에 반하여 국가가 지나친 간섭과 개입을 하는 것이다 ... 또한 이 사건 금지조항의 입법목적 중 ‘청소년의 수면시간 확보’가 기본권 제한을 정당화할 수 있는 사유인지 의심스럽고, 기본적으로 인터넷게임을 유해하고 무가치한 것으로 보는 시각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수단의 적절성도 인정하기 어렵다. 나아가 청소년이용가능 게임이 실질적으로 그 적용대상임에도 예외 없이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게임산업법상 ‘선택적 셧다운제’가 이미 마련되어 있으므로 침해최소성에도 반한다. 나아가 청소년의 심야시간대 인터넷게임 이용률이 원래 높지 않았고, 타인명의로 접속하는 경우 통제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제도의 실효성이 적은 반면, 과도한 규제로 인한 기본권 침해 및 국내 인터넷게임 시장의 위축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법익균형성도 갖추고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


  반대의견의 백미는 요약본인 결정요지에는 등장하지 않고 전문을 봐야지만 볼 수 있는 반대의견이 미국의 평론가 멘켄의 명언을 인용한 부분이다.  두 재판관은 일곱 명의 재판관에 맞서 청소년 보호라는 명분에 치우쳐 국가가 청소년의 수면시간까지 챙기고 간섭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이 과연 올바른 것이냐고 질문을 던진다.  모든 문제에는 간단하고 멋지지만 잘못된 해결책이 있다는 멘켄의 이야기를 인용하며 이러한 법이 '전체주의'의 단초를 허용하는 '전근대적', '국가주의적',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 아니냐고 외치는 부분을 읽으면서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다수의견과 같이 청소년 보호라는 명분(입법목적의 정당성)에 치우쳐 국가가 청소년의 수면시간까지 챙기고 간섭하는 것을 허용한다면 21세기 이 문명의 시대에 새로운 전체주의의 단초(端初)를 허용하는 우(遇)를 범하지 않을까 두려울 따름이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선진국에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제도이고, 게임정책의 국제기준은 자율규제임을 고려할 때, 이 사건 금지조항은 전근대적이고 국가주의적일 뿐만 아니라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에 기대고 있는 것이다. "모든 문제에는 간단하고 멋지지만 잘못된 해결책이 있다."라는 H.L. Mencken의 말은 이 사건 금지조항에 꼭 들어맞는다.

재판관 김창종, 조용호의 반대의견



4. 검토 및 소결

  이상으로 강제적 셧다운제 합헌결정에 대한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을 간략하게 알아보았다.  폐지라는 결과를 이미 알고 소개를 하다보니 반대의견쪽으로 글의 무게가 실린거 같기도 하다.  여러분은 어떤 의견에 더 고개가 끄덕여지시는가?  게임을 좋아하는 청소년과 청년들은 반대의견에 큰 공감을 하실지도, 게임을 좋아하는 자녀를 두신 부모님은 다수의견에 고개를 끄덕이실지로 모르겠다.


  이러한 논의가 의미 있는 것은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게 되는 문제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가치판단의 문제이기 때문에 각자의 의견은 다를 것이다.  청소년의 수면권을 충분히 보장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을 넘어 국가가 개입하여야 하는 문제인지, 나아가 청소년의 수면권이 그들이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기본권을 침해하면서까지 지켜야 하는 부분인지 논의가 가지고 있는 내용은 생각보다 그 깊이가 깊다.


  해당 판례에 대해 다루는 학술 논문은 크게 두 가지를 찾았는데, 판례를 비판하는 입장이었다.  어떠한 부분에서 판례를 비판하였는지 간략하게 해당 부분을 요약, 발췌하였으니 편하게 읽어보시면 좋을 듯싶다.

청소년의 행복추구권 침해, 게임물 제작자의 직업의 자유 침해, 가족의 자율성 및 자녀에 대한 부모의 교육양육권의 침해, 평등원칙 위반, 과잉금지의 원칙 위반 및 중복규제 가능성과 관련하여 판례에 대해 비판적인 검토

이준복, 「청소년보호법 상 셧다운제에 관한 헌법적 연구」, 서울법학, 21(3), 2014, 567-578면.
청소년 보호, 가족의 자율성과 국가후견주의, 문화영역에서의 국가 역할의 한계, 인권주체로서의 청소년에 대한 인식 결여, 청소년 보호에서의 가족의 자율성의 의미에 대한 이해 부족, 청소년 보호에서의 국가후견주의의 한계에 대한 고찰 미흡, 문화영역에서의 국가 역할의 한계에 대한 고찰 미흡, 청소년 보호와 관련 법제도 전반에 대한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고찰 부재, 인터넷의 특성에 대한 몰이해로 인한 비교집단 설정 및 평가의 오류와 관련해 판례를 비판적 검토

황성기, 「청소년 보호와 국가후견주의의 한계 -헌재 2014. 4. 24. 2011헌마659등(병합), 청소년보호법 제23조의3 등 위헌확인의 평석을 중심으로-」. 법학논총, 31(3), 2014, 30-42면.


  많은 헌법 교과서에서는 이 판례에 대해 크게 다루고 있지 않았지만, 도서관에서 두꺼운 헌법교과서 3-4개를 펼쳐놓고 보던 도중 한 교과서에서 이 판례를 다루는 것을 발견했다(다루지 않거나, 단순히 판례번호만 소개하는 교과서가 많았는데 개인적으로는 위에서 소개한 것 같은 멋진 반대의견들도 소개하는 교과서가 많이 존재했으면 한다).  


  한수웅 저에서는 부모의 자녀 양육권과 국가의 감독권으로 이 결정을 분류하고 있었다.  부모의 자녀 양육권은 국가의 감독권과 늘 대척점에 서있다.  하나가 강조되면 하나가 약해지고, 하나가 약해지면 반대쪽이 강해진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점점 우리나라는 기존 부모의 자녀 양육권이 차지했던 거대한 자리를 점점 커지는 국가의 감독권이 빼앗고 있는 모습이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저는 반대의견 쪽에 조금 더 마음이 치우치는 거 같다.


<헌법재판소 2014. 4. 24. 선고 2011헌마659 전원재판부>
부모의 양육권은 본질적으로 자녀의 이익을 위한 권리,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행사되어야 하는 의무적 성격의 기본권이다(98헌가16: 과외금지). 국가는 학교교육의 영역을 제외한다면 부모의 양육 및 교육권과 경쟁하는 독자적인 교육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감독자적 지위에서 부모의 양육권의 남용을 방지할 권한과 의무만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가정 내에서의 양육과 교육은 원칙적으로 부모의 권리에 속한다...부모가 자신의 헌법적 책임을 이행하지 않거나 이행할 수 없는 경우에만 부모의 양육권에 대한 제한은 정당화된다.

한수웅, 『헌법학』, 1081-1083면.


IV. 나오며: "책임은 누가 지는가?"

  반대의견에서 이야기하듯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입법과정에서 이러한 입법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과 가까운 미래에 미치게 될 악영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나 법은 일사천리로 통과되었고, 위헌적 입법을 한 입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가진 헌법재판소는 합헌 도장을 찍어주었다.  수많은 비판 속에 10년이 흘렀고, 이제 우리 사회에서 자라나는 새로운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고 부모가 허락한다면 밤늦게도 인터넷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앞서 소개했듯이 각 입법 시도들은 각각의 입법 이유를 가지고 있었다.  대부분은 언론의 보도에서 시작되었고, 당시 전문적인 연구나 해외의 사례들을 가지고 비교법적으로 깊이 연구한 내용은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언론에서 그리던 게임의 모습은 사회악 그 자체였다.  중범죄 사건이 생기면, 그 범인이 게임을 좋아하는지 여부를 찾아내어 게임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가지고 '게임을 해서 중범죄에 이르렀으니, 게임 때문에 중범죄가 벌어진 것이다'라는 식의 비논리적인 기사와 보도가 쏟아졌다.  이제는 너무 유명해진 pc방에서 한창 게임 중인 학생들의 컴퓨터를 강제 종료시킨 뒤 사람들이 화를 내자 '게임이 폭력성을 부추겼다'는 창피한 뉴스도 등장했었다.  당시 국민들도 이러한 보도를 크게 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정치인들 역시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여 입법을 진행했다.  입법 이후에도 이는 계속되었다.


ⓒMBC, 경향신문
2011년 KBS 추적60분 ⓒKBS


  입법의 정당성을 뒷받침했던 연구 분석도 존재한다.  ‘온라인게임 셧다운제 도입에 따른 비용편익 분석 연구’라는 용역 프로젝트를 입법 직전이던 2010년 가톨릭대 산학협력단에서 맡게 되었다.  이해국 교수의 주도로 이루어진 이 연구는 셧다운제 도입이 약 5600억 원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시킬 것이라는 결과를 내놓았었고, 입법의 좋은 근거가 되었다.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가 폐지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해당 입법의 모든 일련의 과정들을 조사하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검토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어? 근데 이러한 10년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는 거지?'라는 생각이었다.  결국 실패한 입법으로서 폐지된 위 입법을 발의했던 국회의원들, 의결에서 찬성표를 던졌던 국회의원들, 법안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던 대통령, 각종 기사와 보도를 통해 법안을 지지하고 부추켰던 언론, 용역 프로젝트를 통해 입법에 도움이 되었던 이들, 합헌의견을 내었던 7명의 대법관들중 아무도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 문제를 삼는 사람도 아무도 없다.


인터넷게임이 전세계 문화를 선도하고, 아시안게임 시범종목에까지 선정된 요즘이다.  10년 전에는 이러한 생각이 더 자연스러웠지만, 이제 와서 보니 무리한 입법이었다거나 당시 생각이 짧았던 거 같다는 솔직한 이야기를 내놓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점은 나를 슬프게 만든다.


  개인적으로는 아무런 관계가 없지만, 조사를 진행하면서 접했던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신 황성기 교수님의 논문이 참 좋았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겪고 있는 수면부족은 사실 과도한 교육열과 사교육에 있는 것인데, 우리는 그 사실을 외면하고자 애꿎은 대상을 가져다 놓고 모두의 분노를 퍼붓고 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부분을 읽으며 바로 이 논점이 지난 10년간 강제적 셧다운제가 우리에게 남겨준 교훈과 같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강제적 셧다운제는 우리 사회에서 제안이 이루어진 애초부터 ‘문제의 소재’와 ‘비난의 대상’을 잘못 파악한 것이었다. 즉 청소년의 수면부족의 근본적인 원인은 과도한 교육열 및 사교육에 있다. 이러한 근본적인 원인을 외면한 채, 인터넷게임만 비난함으로써, 오히려 부모와 국가의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는 것이 강제적 셧다운제의 본질이다. 필자는 청소년보호법상의 강제적셧다운제는, 비록 헌법재판소로부터 합헌결정을 받았지만, 결코 ‘좋은 규제’가 아니라 ‘잘못된 규제’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향후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운동을 진행해야 할 뿐만 아니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각종 규제법안의 입법을 저지하는데 매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황성기, 위의 논문, 44-45면.


  해당 논문의 마지막 문장이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보호하진 못하면서 규제만 하는 어른들은 어디에 있는가!  지난 10년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는가!  애써 그 누구도 못 본 척하고 있지만, 현재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결코 가릴 수 없는 결함일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우리 어른 세대들이 과연 청소년 보호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에 관해 고민의 화두를 던지는 다음과 같은 글을 인용하면서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로 많은 학생들을 잃었다. 수많은 어른들이 있었지만, 학생들을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했다.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지난 한 주 동안 무력감과 자괴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이번 판결을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청소년들은 어른들에 대해 “보호하는 덴 서툴고 규제하는 덴 능한 사람들”이란 인식을 가질 수도 있겠단 생각. 물론 세월호 참사와 강제적 셧다운제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 점 잘 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자꾸만 두 사건이 오버랩된다. ‘보호하진 못하면서 규제만 하는 어른’들이란 되뇌임과 함께.

황성기, 위의 논문, 4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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