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들 한다. 한 업계에서의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기술성이 뛰어난 제품을 만들어 수십, 수백억 원의 매출을 일으키는 사장님들도 있고, 돈을 가장 많이 버는 직업으로 선박의 출입항을 인도하는 도선사가 꼽히는데, 도선사가 되려면 각종 선박의 조종술을 꿰뚫어야 하는 건 기본이다. 그도 아니면 도배 기술, 타일 시공 기술이 있으면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는 데다, 해외에서 근무도 가능하고, 체력 관리만 잘 한다면 정년도 없다.
나의 경우, 기술과는 먼 문과 인종인지라 과학기술의 수혜를 받기만 해보았지, 내가 기술을 익힌다는 건 아주 머나먼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굳이 생각해 보자면 프로그램을 다루는 능력이 기술이라면 기술이라 할 수 있겠다.
내가 처음으로 습득한 기술은 엑셀 프로그램을 다루는 것이었다. 무슨 바람에서 인지 나는 중3 때 컴활 자격증을 땄다. 컴퓨터뿐만 아니라 수학, 한자까지 가르치던, 어딘지 묘한 컴퓨터 학원에 다니면서다.
학원의 선생님들은 부부셨는데, 본업은 컴퓨터 강의이면서도 어쩐지 한자 선생님들처럼 법복을 즐겨 입으셨다. 선생님들은 온갖 시험의 족집게 강사셨다. 또한 “면학 분위기 조성차” 그들은 청 테이프로 둘러싼 각목 회초리를 무장하셨는데, 덕분에 그 당시 아이들의 근성은 자라나고 있었다. 나는 집중력 리즈 시절을 그때 맛보았다. 맞는 건 아무래도 싫으니 말이다. 그분들의 얼굴과 목소리, 황토색 법복이 아직도 기억 속에 뚜렷이 남아있다. 그때의 온도와 습도, 조명은 물론이다.
다시 기술로 돌아와서… 엑셀을 본격적으로 다루게 된 것은 회사에 들어오고 나서부터다. 나의 업무는 기한을 넘겨선 안 되는 일이 있는데, 또 그런 일이 너무 많다. 스케줄 관리를 엑셀로 하고 나서부터는 무수한 일정을 통제하고 있다는 생각에 다소 여유가 생겼다. 이 파일이 있다면, 일정을 결코 놓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실전으로 다져진 야매 엑셀 실력으로 여러 업무 자료를 만들고 있다.
다음으로는 작곡 프로그램을 다룬 적이 있다. 곡의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서도, 작곡을 손으로 악보에 적어가며 하는 경우는 드물다. 가상악기를 사용할 수 있는 작곡 프로그램을 활용해 악기의 소리, 보컬 트랙을 차곡차곡 쌓아나간다. 하지만 작곡 프로그램들은 엑셀같이 글로벌 공룡기업이 만들어 수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게 아니다 보니 다소 불안정하기에 때때로 원인을 알 수 없는 에러가 발생하면 대략 난감했다. 물론 나의 미숙함도 한몫했음을 고백한다.
그래도 이때의 야매 대처 능력, 혹은 프로그램에 대한 감정이입 능력-프로그램이 이래서 먹통이겠거니 하는-은 향후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사용하면서 막히는 순간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늘어나는 것은 기술력이 아니라 잔머리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만용이 심했는지 코딩까지 배우려고 연수를 신청했는데 크게 후회했다.
휴대전화 또한 잘 활용하고자 한다면 배울 게 많기 때문에 필요할 때마다 새로운 기능을 배우곤 한다. 다행히도 유튜브에는 수많은 선생님이 계시고, 오늘 배우게 된 것은 단축어와 미리 알림 기능을 활용해서 배경 화면에 오늘의 스케줄 텍스트를 입히는 것이다. 하루의 목표 몰입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향후 나의 하루하루가 기대된다. 이런 기술 하나를 배울 때마다 어쩐지 일잘러가 된 것만 같고, 스마트력이 한 단계 상승한 것 같아 뿌듯하다.
최근엔 영어 회화 실력을 늘리고 싶어 또 정보의 바다를 헤엄치다 Anki라는 어플을 알게 되었다. 오늘 처음 써 보았는데, 단어와 문장을 암기했는지 자가 테스트할 수 있다 보니 참 유용하다. UI가 예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직관적이기에 이보다 쉽고 편하게 쓸 수 있는 어플이 있을까 싶다. 처음이라 헤매기도 하고 시간도 많이 들었다. 새로운 기능, 새로운 어플들을 알게 되는 단계에서는 나의 뇌가 아스팔트가 아니라 눈이 녹고 있는 설산의 암벽 자갈길을 걷는 것 같지만, 결국 정상에 오르게 되면,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풍경이 보인다. 새로운 언어 하나를 배우는 것처럼 새로운 세상이 하나 열리게 되는 것이다. 노션이 그랬고, 굿노트도 그랬다.
도구가 있으면 어렵게만 보이던 새로운 도전이 수월해진다.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것은 내가 새로운 도전을 지속하게 하고, 새로운 경험이 가능해져 나의 삶을 풍성하게 해준다. 그렇기에 유용한 어플들, 기능들을 알게 되는 건 나에게 단순한 능력 습득이 아니라 큰 기쁨이다.
물론 기술이라는 것이 프로그램을 다루는 것에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내가 능숙해지는 데 도움을 주어 일상생활을 풍성하고 다채롭게 만드는 어떠한 것도 기술이 아닐까. 요리, 집 고치기, 말하기, 글쓰기 또한. 앞으로도 나를 도와줄 기술들을 계속해서 배워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