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가득 쌓여있는 일본의 한 마을.
우체통에 누군가 한 통의 편지를 넣습니다.
그 편지는 한국에 있는 윤희에게 보내는 편지였습니다.
그리고 윤희의 딸 새봄이 이 편지를 읽게 되면서 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새봄은 이 편지를 보낸 사람이 궁금합니다.
그래서 그 편지의 정체는 숨긴 채 윤희에게 일본으로 여행을 가자고 합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편지에 적혀있는 주소에 가까이 다가갑니다.
이 영화는 한국과 일본에 살고 있는 윤희와 준의 일상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두 사람은 삶은 어딘가 모르게 슬퍼 보입니다.
무언가 풀지 못한 숙제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처럼 말이죠.
하지만 그들의 옆에는 그 숙제를 풀어주려는 사람이 있습니다.
한 사람은 윤희의 딸 새봄이고, 다른 한 사람은 준의 고모 마사코입니다.
그들은 나이도 직업도 살아온 환경도 무척이나 다르지만
이들이 보는 윤희와 준의 모습을 무척이나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그들은 윤희와 준을 만나게 해 줍니다.
준의 편지를 보낸 것은 마사코였고, 그 편지를 받은 것은 윤희가 아닌 새봄이었기 때문이죠.
그들은 그 편지가 이 숙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을 겁니다.
윤희와 준이 살고 있는 기나긴 겨울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것도 말입니다.
영화는 끊임없이 눈이 내리는 도시를 배경으로 합니다.
마치 윤희와 준의 인생에서 겪고 있는 긴 겨울을 보여주는 것처럼 말이죠.
마사코는 습관처럼 '눈은 언제 그치려나'라는 말을 되뇌입니다.
긴 겨울 동안 눈이 그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계속 그 말을 반복하죠.
마사코는 준의 겨울에 눈이 그치고, 그 겨울이 끝나길 바라면서 그 말을 했던 건 아닐까요.
눈이 그치길 바라는 마음은 마사코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윤희의 딸 새봄도 이름처럼 엄마에게 새로운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눈이 가득 덮인 그곳을 찾아온 것이겠죠.
새봄은 모른 척하면서 윤희와 준을 만나게 해 줍니다.
그 순간, 오랜 시간 묻어두었던 두 사람의 감정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 만남은 그들에게 어떤 의미였을까요.
그곳의 눈은 그치지 않았지만 그들의 마음에 쌓여있던 눈은 조금은 녹아내렸을까요?
영화의 시작이 준이 보내는 편지였다면 영화의 마지막은 윤희가 보내는 답장입니다.
이 영화는 이 대답을 보여주기 위해 긴 시간을 달려왔습니다.
마지막 한 통의 편지에는 윤희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아름다웠던 과거도 아픈 과거도
모든 것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오래된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잊을 수 없는 이야기가 담겨있죠.
그리고 그 안에는 윤희의 새로운 시작이 담겨있습니다.
아마 그 편지를 받아본 준도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지 않았을까요.
그들의 새로운 봄은 어떤 모습일까요...
<윤희에게>는 영화의 배경이 되는 눈이 가득 덮인 마을처럼
고요하고 잔잔하지만 깊은 여운을 주는 영화입니다.
그렇지만 그 여운을 말로 설명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큰 울림이 주기 때문일까요.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오는 순간,
기나긴 겨울을 견뎌 온 윤희와 준의 새로운 봄을 기대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저도 어쩌면 여러분도 그들의 꿈을 꾸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