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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브장 Jun 18. 2023

#2. 뮤지컬을 몰라도 <레베카>는 안다

대극장 뮤지컬의 묘미를 느끼다

*뮤지컬, 연극, 공연에 대한 깊은 지식이나 이해가 담겨있는 글이 아닌 그저 취미생활의 기록입니다.


뮤지컬을 몰라도 <레베카>는 들어봤을지도...?


뮤지컬을 직접 보지 못했어도 사람들이 아는 넘버들이 있습니다.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 같은 곡이 대표적인데요. 그렇다면 혹시 레~베~~카~~~ 라고 외치는 노래를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지금 이 순간 못지않게 유명한 넘버 중 하나인 바로 <레베카>에 나오는 '레베카'인데요. 옥주현, 신영숙 배우가 부른 '레베카'는 굉장히 강렬한 카리스마와 함께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레베카라는 외침이 압도적이죠. 그래서 예능에서도 종종 따라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는데요. 이번에는 바로 이 넘버가 나오는 뮤지컬 <레베카>를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레베카>를 보기 위해 충무아트센터를 찾았습니다. 평일인 금요일 낮이었음에도 어마어마한 인파가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세상에 이 시간에 이 비싼 뮤지컬을 보러 오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니!!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마티네 할인 덕분인지, <레베카>가 워낙 유명해서인지 평일 낮에도 엄청난 인파를 목격할 수 있었는데요. 보고 나니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긴 했습니다. 


잠깐 가격 얘기를 하자면 대극장 뮤지컬 같은 경우는 VIP석 기준으로 가격이 대략 15만원 정도인데요. (최근에는 극에 따라서 18,19만원까지도 가격이 올랐습니다...ㅠ_ㅠ) 대학로 공연은 규모에 따라 소극장이면 5~6만원, 중대극장은 8~12만원 정도까지 가격이 다양하지만 그래도 2,30% 정도의 할인은 쉽게 찾을 수가 있고, 재관람 할인이나 여러 번 관람하면 특별한 선물도 받을 수가 있습니다. 이에 반해 대극장 공연은 할인이 많지 않은데 특히나 <레베카>처럼 잘 팔리는 작품이라면 더욱더 할인 찾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평일 낮에 하는 공연은 마티네라고 해서 약간의 할인을 적용해주고 있습니다.



압도적인 스케일, '대극장 뮤지컬'의 힘을 느끼다


여기가 충무아트센터입니다

충무아트센터는 지하에 있는 중극장만 가보고, 대극장은 처음이었는데요. 들어서자마자 대극장은 이런 곳이야 라고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규모로 관객을 압도합니다. 지난번에 소개한 <시데레우스>처럼 3명이 나오는 소극장과는 비교를 거부하죠. 출연진만 해도 앙상블까지 하면 2,30명은 되고, 객석은 3층까지 가득가득 차면 천명이 넘는 관객이 들어옵니다. 그뿐만 아니라, 무대 아래에 자리 잡고 있는 대규모의 오케스트라와 함께 노래가 퍼져 나오는 스피커의 사운드도 차원이 다릅니다.


물론 규모가 크다고 극이 다 좋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비싼 티켓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 하려면 일단 화려하고 거대한 무대와 웅장한 사운드는 기본이라고 할 수 있겠죠. <레베카> 역시 무대가 굉장히 멋집니다. 저택을 표현한 무대부터 무대가 앞으로 나왔다가 들어갔다 하는 모습도 흥미롭습니다. 이 맛에 현질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마음속에서 마구 샘솟습니다.


우리나라 대극장 뮤지컬은 <레베카>처럼 해외의 작품들을 수입해 들어온 라이선스 뮤지컬이 많습니다. 최근에 공연한 <영웅> 같은 대극장용 창작뮤지컬도 있지만 대중적으로 알려진 작품들은 대부분 라이선스 뮤지컬입니다. <지킬 앤 하이드>, <맨오브라만차>, <모차르트> 등등 말이죠. 아무래도 해외에서 스케일 큰 작품들을 들여오기도 하지만 그만큼 비용이 들다 보니 수익을 위해 스타를 캐스팅하고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덕분에 대중적으로 알려진 스타도 보고, 나 뮤지컬 좀 봤다 자랑하기도 좋은 작품들이 아주 많으니 기회가 된다면 찾아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잊혀지지 않은 이름, <레베카>


이제 작품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사실 <레베카>하면 가장 유명한 건 뮤지컬이 아니라,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레베카> 일 겁니다. 세계적인 명장인 히치콕의 대표작 중에 하나이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이 영화도 알고 보면 원작인 소설 <레베카>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뮤지컬 <레베카>는 이 작품들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는데요.


극의 주인공은 바로 '나'입니다. 원작에서도 이히(ich), 즉 '나'입니다. 극 중에서 단 한 번도 실제 이름이 나오지 않습니다. 극은 현재의 '나'가 옛날 떠오르며 이야기를 시작하는 넘버인 '프롤로그-어젯밤 꿈속 멘덜리'로 시작됩니다. 그리고 막이 올라가고 장면은 '나'가 '막심 드 윈터'를 처음 만났던 몬테카를로의 호텔로 넘어갑니다. 사고로 아내를 잃고 여행 중인 '막심'은' 이곳에서 '나'를 만나서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위해 자신의 집인 맨덜리 저택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이곳에는 오래된 집사, 댄버스 부인이 있습니다. 레베카를 잊지 못한 댄버스 부인은 새로 온 드 윈터 부인인 '나'를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여전히 레베카의 흔적이 가득한 이 저택에는 조금씩 묘한 긴장감이 돌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레베카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는데요... 여기서 더 이야기를 하면 스포가 될 것 같아서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뮤지컬 <레베카> 캐스팅 보드


놀랍게도 이 극에서 제일 유명한 장면이자, 넘버인 '레베카'를 외치는 댄버스 부인은 분량이 많지 않습니다. 역할은 오랜 시간 맡아온 옥주현, 신영숙 배우가 워낙 강렬하게 노래한 영상들 덕분인지 이 장면을 보려고 오는 분들이 꽤 많을 것 같은데요. 극 전체로 따지자면 조연 정도의 분량이지만 존재감만은 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날 댄버스 부인은 신영숙 배우가 맡았는데 명불허전! 정말 카리스마가 대단합니다.)


오히려 이 극의 진짜 주인공은 바로 나야 나 나야 나! 극의 화자이기도 한 '나'라고 볼 수 있는데요. 제가 봤을 때는 박지연 배우가 이 역할을 맡았는데 저 체구에서 어떻게 저런 성량이 나올 수가 있을까 감탄하면서 봤던 기억이 납니다. (최근에는 드라마를 많이 하시는데 제발 뮤지컬 좀 해주세요... 그리고 당시에 유약하지만 멋진 '막심' 역할을 했던 에녹 배우는 지금 불타는 트롯맨....ㅠㅠ)


뮤지컬 <레베카>는 레베카를 외치는 한 장면만으로도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는 극입니다. 극장을 나와도 귀 속에 레베카가 한참 동안 맴돌 거라고 확신합니다. 8월이 되면 2년 만에 레베카가 돌아옵니다. 레베카 10주년 공연이 8월 19일부터 11월 19일까지 블루스퀘어에서 열린다고 하니까 관심 있는 분들은 한 번씩 가보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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