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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Aug 22. 2022

이직률이 아주 낮은 회사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

고여있음을 경계할 것

옆자리를 늘 지키던 사람이 퇴직 인사를 했다.


틈날 때마다 회사 욕도 하고, 직무는 달랐지만 앞날에 대해 같이 고민도 하며 나름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직이 결정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이직의 이유는 당연히 회사에 대한 불만과 현재보다 더 좋은 조건이었다. 이놈의 회사는 또 인재를 이렇게 잃는구나. 퇴사일을 묻고, 마지막 점심 약속을 잡고 행복을 빌어주었다.


<나는 '일을 위한 일'을 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자리엔 새로운 사람이 들어왔다. 원래 있던 사람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이었다. 우리 회사보다 더 작은 규모의 조직에서, 규정되지 않는 직무로 온갖 일을 혼자서 해왔었다. 그만큼 일의 방식도 우리가 해오던 방식과는 전혀 달랐다. 우리가 으레 다음 스텝에 해야 한다 생각하던 일을 먼저 챙기는 경우가 있었지만, 스스로 해야 한다고 느끼지 않아 건너뛰는 일들도 있었다. 우리 회사에서의 일은 효율을 위해 다른 회사보다 더 분업화되어 있었고 거쳐야 하는 과정이 정해져 있었다. 다년간 이 회사에 다니며 이런 방식이 최선이라 느꼈지만, 그 사람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편의라고 생각하며 만들었던 절차가 사실은 오래전부터 '일을 위한 일이 되었다는 것'을 우리는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곧 절차는 개선되었고 조금이라도 더 일찍 퇴근할 수 있게 되었다.


<이직률이 낮다는 것이 꼭 좋을까?>

이직률이 아주 낮았던 회사에 다닌 적이 있다. 낮은 이직률은 그들의 자랑이었다. 그곳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구성원 대부분이 설립 당시에 입사한 초기 멤버들이었고 오랜 기간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만큼 그들의 결속력은 말 그대로 가족만큼이나 대단했다. 이직률이 낮다는 건 여러 가지를 시사했다. 일단 이 회사는 업계에서 유명했다. 큰 회사는 아니었지만 이직할 이유가 없을 만큼 이 회사에 다닌다는 것은 큰 커리어가 됐다. 이런 류의 업을 한다면 대체할 회사도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봉을 조금이라도 더 받고 다른 곳으로 이직한다 한들, 이미 적응한 이곳의 안락함을 이길 순 없어 보였다. 항상 매력적인 프로젝트가 가동 중이었고 업계를 선도한다는 이미지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이든 고이면 썩는다. 어느 순간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늘 새로웠던 그들의 프로젝트들은 특유의 신선함을 잃어갔다. 회사 이름을 가려도 그 회사에서 만든 프로젝트임이 뻔한 결과물이 늘어갔다. 좋게 말하면 그 회사다운 결과물이었지만 포장만 다르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된 것이다. 기획하고 실행하고 컨펌하는 구성원 모두가 겪어왔던 것들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문제였다. 누구나 성공하길 원한다. 하지만 성공에는 양면성이 있어, 성공 이후에 그 안에 갇히는 경우도 생긴다. 그 회사도 성공해보지 않은 회사가 아니니 그 나름의 성공 방정식이 생겨버린 것이다. 그 방정식은 다음, 다다음 프로젝트들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곧 모든 프로젝트에 적용이 되었다. 가끔가다 나오는 다른 방정식은 통과되기 힘들었다. 구성원들은 그야말로 하나가 되어 단일한 사고를 하기에 이르렀다.


<우리 조직은 퇴사자가 없다>

우리 조직의 이직률이 낮다고 생각될 때 생각해본다. 나는 고여있지 않은가, 우리 조직은 고여있지 않은가. 고여있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꼭 이직만은 아니다.


먼저는 가끔 먼발치서 자기 일을 관망해볼  있는 조직  구조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 일에 집중하다 보면 매몰될 때가 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 사소한 일들이 계속 진행되면 눈덩이가 굴러가듯 커지기도 한다. 비효율을 효율로 착각하게 된다.


조직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할  없다면 나의 일에 관성대로 진행하는 일은 무엇인지 리뷰해본다. 타성에 젖어 '하던 대로' 진행하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 성공 방정식은 영원하지 않다는  기억해야 한다.


이직률이 낮으면 그만큼 조직원 간의 유대가 쌓여 더욱 친밀해진다. 구성원의 출입이 거의 없으니 서로 적응해야 할 일도 줄어들고 맞춰나가기 위해 충돌하는 일도 적어진다. 평화의 시대가 도래한다. 하지만 긴장의 끈은 놓지 말자. 위기는 항상 평화로울 때 갑자기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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