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쭈꾸미 Feb 19. 2024

반셀프 인테리어 리뷰2

입주민 동의서와 승강기 사용료

  슬슬 공사 시작날이 다가온다. 관리사무소에 전화해서 메일로 입주민 동의서 양식을 전달받는다. 해당 건물에 사는 주민들에게 50% 넘게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웃에게 선물로 보통 쓰레기봉투를 준비한다고 하는데, 나는 찾아보다가 초코파이에 “정”이란 의미가 좋아 보여서 초코파이 100개를 돌렸다. 의도가 잘 전달이 되었는지 동의서 받는 건 굉장히 수월했다. 쌀쌀맞은 분도 계신가 하면, 축하한다는 말과 추운 날씨에 고생한다며 따뜻한 말씀을 건네는 이웃들이 많아서 좋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초코파이 하나는 가볍지만, 초코파이 100개는 쌀 한 가마니 정도의 부피로 생각보다 꽤 크고 무거워서 힘들었다. 초인종을 눌러도 안에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공사 안내문을 테이프로 붙여두곤 했는데, 매서운 겨울바람에 초코파이는 자꾸 떨어져서 결국 못 만난 세대의 초코파이는 다시 수거해 갔다. 그래도 저녁 두 번 왔다 갔다 했더니, 다 끝났다.

  동의서를 받고 보니 요 아파트는 아이 있는 집이 많았다. 그리고 저녁에 돌아다니니 대부분 파자마 차림으로 나오셨는데, 알록달록 귀여운 옷차림이라 꽤나 포근한 인상으로 느껴졌다.

  이제 동의서를 들고 관리사무소로 간다. 관리사무소에 가면 엘리베이터 사용료를 내라고 하는데 이때 쇼부를 잘 봐야 한다. 간식을 챙겨가서 좋게 좋게 넘어가면 좋았을 테지만, 그날따라 손에 짐이 많아서 빈손으로 갔었다. 역시나 처음엔 대략 한 달로 일정 잡아 사용료를 40만 원을 내라고 하셨다. 양중하는 날짜만 공유드리며, 당근으로 산 조명 직접 설치하는데도 엘리베이터 사용료를 내는 건지, 철거할 때 사다리차 이용하는데 이때도 사용료를 내는 건지, 하나하나 따져 얘기하다 보면 알았다고 조용히 공사하라 하시곤 16만 원으로 잘 얘기가 되었다. 얘기가 길어지게 되기도 하고 쇼부 보는 게 힘들었지만, 지인의 조언으로 미리 준비해 둔 정보덕에 잘 헤쳐 나갈 수 있었다.

  원래 엘리베이터 보양 작업도 셀프로 하려 했는데, 이 부분은 철거 쪽에서 보양 작업을 해주신다 하셔서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주차, 화장실, 분리수거, 공동현관 비번 변경까지 안내를 받으면 관리사무소와 할 일은 끝이다. 이것저것 세세하게 챙겨야 할게 많은데, 뭐 하나 빠지면 계속 관리사무소에 들르거나 전화할 일이 많아 번거로웠다. 그래도 셀프로 하고 보니 별거 아니네 싶었다. 대체로 안내문을 세세히 읽어보지 않고, 후딱 사인하고 들어가셨다. 문이 열리기만 하면 100퍼센트 동의를 받을 수 있었다. 꽤나 정이 많은 주민을 만난 거 같아 좋았다.


작가의 이전글 반셀프 인테리어 리뷰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