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의미 회복
'사회혁신'과 '사회적경제'를 구분하는 관점은 '접근방식', '방법론'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사회적경제'는 '경제논리'를 떠나기 어렵고, 드러나는 형태 역시 (주류형태는 아니지만) '경제조직'으로 나타난다.
어떤 이들은 새로운 구상과 연결로, 어떤 이들은 제도의 변화로, 어떤 이들은 시민의식의 계몽으로, 어떤 이들은 투쟁과 저항으로 '사회혁신'을 이끌어낸다. '사회적경제'는 '사회혁신'을 도모하기 위해 '경제적 수단'을 동원한다. 동시에 '사회적경제'는 '사회혁신'이라는 플랫폼이 단단한 곳에서만 성장 가능하다. 사람과 문화, 제도 개혁 등 그 어느 것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능하기 어렵다.
하지만, '사회적경제'는 때로 '사회혁신'을 견인하고, 실행하는 주체가 된다. 어쩌면 핵심주체라 할만하다. 다만, '사회적경제'를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 등의 대표적 조직형태에 국한해서 이해할 경우 그 역할을 다하기 어렵다. 사회적경제는 가치와 철학, 방법론으로 접근하고 이해해야 한다. '사회'와 '경제'는 불가분의 관계이며, 현대 사회에서 어느 한 가지 방법으로 경도될 경우 지속가능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런 논의 이전에 '경제'에 대한 기존의 관념체계를 흔드는 일이 필요하다. 최소한 '경제'를 '자본주의' 맥락이 아닌 '생산적 활동'이라는 맥락에서 이해하는 것이 어떨까. '경제'를 구성하는 '생산'과 '소비'는 태고부터 내려온 삶의 방식이다. 어쩌면 사람과 사회의 생존을 위한 자연스러운 활동(생산, 소비)의 가치가 '화폐'로 환원되고, 주인의 자리를 차지하면서 생산활동과 소비활동 그 자체는 부차적인 것으로 소외되어 왔다. 경제활동을 호혜적인 '생산'과 '소비' 활동으로 이해할 때, 비로소 사회적경제의 '경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진보가 임금노동의 전형을 흔들고 있다. 자기도 모르게 '자본주의'의 근간을 구성하는 노동력과 임금이 교환되는 노동시장을 부정하면서 다른 전형을 요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글을 쓰는 이 활동 역시 '생산' 활동으로서 '경제를 구성한다. 아니 이제는 '경제'이기보다는 '삶'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삶을 긍정하는 일에 다름 아니다. 살아있다는 것이 일한다는 의미 아닌가. 노동이 화폐가치로 치환되면서 발생한 문제들이었던 거다. 일의 의미, 노동의 의미 회복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