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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경 Jan 01. 2018

한 시간 독서

2년 전 오늘. 제주도의 작은 책방 LABA BOOKS의 창문에 적힌 글귀다. "한 시간 독서로 누그러지지 않은 걱정은 결코 없다." 할 수 있는 최대한 고개를 끄덕이고 싶다. 

하지만, 손에 책을 쥐는 일은 스마트폰을 손에서 내려놓는 것보다(혹은 마음에서 떠나보내기보다) 흔하지 않은 일이 되어 버렸다. 심지어 Kindle이나 eBook의 형태로 텍스트가 통째로 전자기기 속으로 들어왔지만, 이마저도 소유 그 자체로 자족하는 일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야말로 책을 읽는 행위는 마음을 먹었을 때 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

새해 계획으로 '독서'를 꼽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마찬가지지만, 여간해선 지키기 어려운 결심 중 하나다. 하지만, 페이스북을 들여다보는 시간만 독서에 할애하더라도 하루에 1시간 정도의 독서 시간은 확보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해 가장 감명깊게 읽었던 책은 한강의 <채식주의자>. 어떤 구속에서 해방된 것 같다가도, 무거운 바위에 짓눌린 기분이 교차했다. 분명한 건 가슴 속에 <채식주의자> 방이 하나 열린 일이다. 비록 보잘 것 없지만, 은행빚 없이 나의 세계에 만들어진 나의 공간이다. 돌이켜보니 그렇다. 

일을 위한 '상품독서'가 아니라, 내 안의 세계를 풍요롭게 하는 '독서'는 내 마음의 영토를 확장시킨다. 방을 만들기도 하고, 부수기도 하며, 노숙하기도 하지만 하나하나 나의 손으로 건설한 나의 세계다. 올해는 하루 한 시간 독서로 건축업자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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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해볼까 싶어 제주도의 작은 서점을 돌아다녔던 적이 있다. 'LABA BOOKS', 'LIKE IT', '평화책방', '소심한 책방', 'BOOK TIME'를 찾아 제주도 작은 서점의 정서를 느끼고 싶었다. 소박함이 향기로웠다. 가난한 음식이 건강한 몸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가난한 독서도 마찬가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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