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브뤼셀 교환학생 일기
파티를 한 번도 가보지 않아서 도대체 뭐하는 델까 싶었는데 그냥 한국의 개총이랑 비슷했다. 파티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꽤나 친해졌다. 교환학생을 다녀온 친구들이 유럽에선 우리가 가만히 있기만 하면 그냥 쟤는 그런 사람인가 보다 생각해서 계속 가만히 있게 놔둔다고 들었다. 그러기에는 내가 여기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완전 바람잡이? 분위키 메이커 같은 친구가 한 명 있는데 오늘 나한테 이런 말을 했다. 한국인들은 너무 shy 하고 그런 애들밖에 못 봤는데 너는 다르다고. 그래서 오늘 너무 '슈퍼 서프라이징'하다고. 칭찬 받아서 기쁘기보다는 우울했다. 사실 한국인들은 안 샤이한데.. 단지 말 꺼내기를 어려워할 뿐.
마이클이라는 친구랑 많이 친해졌다. 그냥 웃고 웃는 그런 친구가 아니라 진짜 교감이 되는 친구라고 느낀다. 그리스에서 온 친구인데 공부 열심히 하고 학구적이고 꿈이 있는 친구다. 원래 샤이보이라서 그걸 고치려고 노력해서 지금만큼 친화력이 생긴 멋진 친구다. 성격이 좋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착한데, 인성 자체가 너무 좋다.
좀 전에 파티가 끝나고 집에 오는 길에 마이클과 같이 왔는데, 어떤 남자가 나한테 "니하오"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난 중국인이 아니라 한국인이라고 하니까 한국은 그럼 니하오를 뭐라고 하냐고 물어서 안녕하세요를 교육시켰다. 그랬더니 우리에게 코카인을 권했다. 물론 거절했다.
집에 가는 길에 마이클에게 사람들은 아시아인을 보면 다 중국인인 줄 안다고.. 중국이 너무나 커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고 말했더니 마이클이 그 특유의 조용하고 울림 있는 목소리로 "Yeah... but they shouldn't."라고 말했다. "그러면 안돼." 당연한 말인데 이 친구한테 이런 말을 들으니 맘이 찡했다. 감동받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다.
오늘 파티에 대해 얘기하면서 우리 테이블에 앉은 faculty of Economics and Bussiness의 사람들이 하나같이 착하고 오픈 마인드라는 얘기를 했다. 마이클은 모두가 다 친절했는데 가끔 무례한 사람들도 봤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어딜 가든 나쁜 사람이 있다고 말했더니 마이클이 "맞아, 근데 우린 착한 사람들에게 집중해야 해. 나쁜 사람들이 아니라."라고 말했다.
어딜가나 나쁜 사람들이 있지만, 우린 착한 사람들에게 집중해야해. 나쁜 사람들이 아니라.
나쁜 사람들을 생각하면 내가 착하게 한 것들이 억울하게 느껴져서 '나도 나쁘게 해 볼까?' 하는 맘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나 하나쯤이야 한번 나빠져도 괜찮다고 생각하게 된다. 세상에 나쁜 사람들은 많으니까. 근데 마이클처럼 착한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면 나쁜 짓을 하기가 부끄러워진다. 이 세상 대부분은 착한 사람들이 살고 있고 그들이 세상을 유지시키고 있다는 걸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이클은 남 듣기 좋은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넘나 착하고 솔직해서 속에 있는 말을 그대로 말한다. 하지만 맘속에 비양심적이거나 도리에 어긋나는 게 전혀 없어서 하는 말마다 너무 착하다. 넘나 착한 내 친구 마이클... 집갈 때 뭐랬더라.. 하이튼 오늘 즐거웠고 가슴 깊이? 친한 친구를 만나게 되어서 기쁘다 그러길래 안아줬다.
너무나 좋은 친구를 벌써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