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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리 Apr 17. 2021

예술 같은 사랑 말고 가족 같은 사랑하세요

김윤아가 2019년 솔로 콘서트 때 했던 말이다. 뻔하다면 뻔한 말이지만, 예술이라는 단어와 찰떡처럼 어울리는 그가 한 말이기에 묵직하게 다가온 문장이다. '예술 같은 사랑'은 저마다 이해하는 바가 다르겠지만, 공통적으로 불같이 타오르는 면을 모두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타오르는 순간이 아예 없진 않겠지만, 김윤아는 그게 관계에서 지배적인 감정이면 안 된다고 외친 것이다.


타오르는 감정이 지배하는 관계는 왜 생길까. 내 결론은 불안정이다. 관계 혹은 본인이 불안정하면 집착이 심해져 그걸 더욱 찐하고 격렬한 사랑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불륜이 그렇듯 말이다. 


지난해 누구를 만나도 재미가 없던 시점이 있었다. 그냥 내게 큰 매력이 없는 사람만 만나서 그랬다. 친구도 그랬다. 그가 내게 물었다. 


"누구를 만나도 재미가 없네. 예전처럼 격렬하게 사랑할 수 있을까?"

"관악산 갔을 때 옆에 등반하던 아저씨 아줌마들 불륜 이야기만 듣다 정상에 도착했어. 그들도 그렇게 타오르는데 우리도 앞으로 그럴 수 있지 않을까"

"그건 불륜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만들어낸 착각 아닐까"


친구가 맞았다. 아마 그들은 불륜 관계가 아닌 일대일 연애였다면 저렇게 불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 게다. 인간의 감정은 기본적으로 외부에 대한 반응이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달라지면 그에 따른 감정도 달라진다. 하나의 연인 관계에서도 다양한 상황에 따라 다양한 감정이 피어오른다. 연애를 기술적으로 '잘' 한다고 느꼈던 사람은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상황을 만들고 통제하는 능력이 있었다. 


나도 같은 경험이 있다. 불안정한 취준생 시절, 5년 사귄 남자친구가 있던 사람과 잠시 만났다. 중간에 그가 한 번 헤어진 적도 있었지만, 여러 상황을 겪은 뒤 전남친에게 돌아갔다. 이전에 그와 연인 관계가 될 것이라는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지만, 불륜 관계에 들어서고 나니 내 집착이 심해짐을 느꼈다. 항상 사랑 받고 있는가를 확인 받고 싶어했다. 이전 연애에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불안정한 관계가 나를 갉아먹고 있던 걸 사랑이라 착각했다. 인생 전부가 한 사람에게 매몰돼 있는 자신을 향해 '너 지금 사랑하고 있구나'라는 헛소리를 내뱉었다. 그와 헤어지고도 저 수렁에서 벗어나는데 몇 개월은 걸렸다.  


3년 만에 그를 다시 만났다. 그는 과거의 내가 돼 있었다. 여자친구가 있는 사람과 1년 넘게 교제중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집착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집착해 본 적이 없어서인지 진짜 사랑이라고 믿는 듯 보였다. 


안타깝게도 이 착각은 외부에서 깰 수 없다. 하지만 그가 안타까워 정신차리라는 한 마디는 남겼다. 여러분, 예술 같은 사랑 말고 가족 같은 사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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