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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리 Mar 10. 2022

코로나(COVID-19) 확진

무엇이 나를 외롭게 만들었을까

첫 선별검사를 받은지 22개월만에 코로나 확진이 됐다. 월요일 저녁부터 열이 나고 어지럼증까지 겹친 탓에 화요일 점심 약속을 취소한 후 신속항원검사를 받았다. 아무래도 불길한 예감이 들어 보건소를 떠나지 않고 검사를 기다렸다. 20분 뒤에 돌아온 답은 "양성이니 얼른 옆에 가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으세요"였다.


몸에 나타난 증상을 살펴보니 PCR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확진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몸살 감기를 몇 번 걸려본 적은 있지만, 이토록 고통스러웠던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보건소에 걸어가는 일조차 고역이었다. 조금만 숨이 차오르고 정신을 놓으면 당장 쓰러져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은 느낌.


올 게 왔다 싶었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30만명을 넘어섰고, 최근 통화한 이들의 1/3 가량이 이미 코로나에 걸렸던 터였다. 나라고 이를 피해갈 수 있을까. 하는 일의 특성 상 매일 사람을 만나러 쏘다닌다. 이전부터 확진 가능성은 그 누구보다 높았다.


그럼에도 할 일이 쌓여있다는 게 마음의 짐이었다. 끝내지 못한 일이 두 개 있었다. 정신을 부여잡고 노트북을 두드렸다. 하나는 검사 당일 마쳤고, 다른 하나는 다음날 오전에 마무리했다.


확진이 됐다고 여기기로 마음먹자 알 수 없는 외로움이 솟구쳤다. 여자친구와 도란도란 결혼준비도 하는 상황인데 이 외로움의 근원은 무엇일까. 단지 애인과 1주일 얼굴을 볼 수 없음에서 나타난 것이 아니었다. 마음 속 깊숙한 곳에서 쓸쓸함이 차올랐다. 


자가진단을 통해 최근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아 쌓인 스트레스가 폭발한 것이라 결론지었다. 직장 부서 내 팀을 옮겼는데, 아직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고 갈길이 멀다는 상황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1번, 예비신혼집으로 구할 월세집을 4월 8일 전까지 마련해야 한다는 압박이 2번, 진짜 신혼집(아파트 매매)을 위해 임장 다니고, 알아보는 과정에서 오는 부담이 3번이었다. 최근에는 결혼식을 위한 여러가지 중요한 선택을 하는데서 오는 압박도 있었다. 


결혼할 사람은 어쩌면 나보다 더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평균 퇴근시간도 나보다는 한참 늦고, 주말에 일하는 비중도 나보다 높다. 사실 결혼식을 위한 스드메를 전적으로 알아본 건 그다. 바쁜 와중에도 더 바쁘게 결혼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에게 쉽게 내 마음을 털어놓지 못했다. 은근슬쩍 말하긴 했지만, 확실하게는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과 힘듦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데, 그 방식에 대한 고민을 더 해야한다. 사실 이 고민도 힘든 상황에서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ㅎ


여러 스트레스를 혼자 꽁꽁 싸매고 앓게 되면 외로움이 몰려든다. 코로나 확진의 순간에는 이것들이 얽히고 설켜 폭발한 것 같다. 하나하나 떼어보면 쉬이 컨트롤 할 수 있는 일들이지만, 저 모든 것들이 한 번에 닥쳐오니 스스로도 지쳤다고 느꼈으니 말이다. 어찌보면 코로나 증상도 이런 맥락에서 나타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요일 아침, 대선날 7시 반에 눈을 뜨자 이미 7시에 문자가 와 있었다. 래리님은 코로나 양성이라는. 얼른 팀방과 부장께 보고를 하고 남은 일을 끝냈다. 


코로나 확진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일주일 간 제대로 쉬며 돌아볼 것들을 돌아보고 내다볼 것들을 내다볼 시간을 합법적으로 갖게 됐다는 이유에서. 이 시간을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는 게 가장 좋을 수도 있겠으나, 성격상 그렇지 못하다. 여유가 생겼을 때만 할 수 있는 일을 하리라 다짐했다. 누군가에게 편지도 쓰고, 재료를 주문해 시간이 걸리는 요리도 하고, 사 놓고 펼쳐보지 않았던 책도 열어 보고.


건강한 몸과 정신은 서로 맞닿아있다. '건강함'을 실제로 체감해봤다면, 보통 이를 지속적으로 추구하게 된다. 모든 걸 할 수 있을 것 같은 그 당당함과, 몸에서 솟구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해 단거리 전력질주라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 건강함은 그 자체로 사람을 들뜨게 한다. 강제로 받게 된 이번 휴가를 통해 나의 건강함을 되찾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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