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던 일을 멈추고 잠깐 쉬려다가 하루를 통째로 날려버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후회의 연속이지만 후회해서 뭐 하나 싶어서 도전하고 싶거나 호기심이 생기는 일을 찾아 나섰다. 나름의 계획형 인간이다. 큰 틀의 계획을 세워서 온전하고 합리적으로 잘 쉬기 위해 행동하고 실천해야 할 것들을 건설하는 것은 내 생활 루틴 중에 하나이다. 지루하고 늘어지는 일상을 의외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겨울을 제외한 계절에는 바삐 움직이는 것을 선호한다. 오랜만에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를 들어가 봤다. 공지사항 페이지로 향한다. 흥미로운 모집이 없는지 쓱 둘러봤다. 서울거리예술축제에서 선보일 거리예술 공연에 참여 퍼포머를 모집한다는 공고글이 눈에 띄었다. 총 8명을 모집한다고 되어 있었고, 일정이 매우 상세하게 나와 있었다. 일정을 꼼꼼하게 체크해 보고 모든 날에 참석을 할 수 있는 사람만 퍼포머로 지원을 해주길 권고했다. 늘어지는 여름을 보내고 있던 찰나, 새로운 일상 루틴을 만들고 싶어서 성심성의껏 지원서를 작성해 메일을 보냈다. 거의 마감 직전에 발견한 공고문이라 결과는 이틀 내로 알 수 있게 됐다.
선정되어서 두 가지 기분이 동시에 들었다.
'역시 지후트리~ 한다면 하는 사람~ 참여 퍼포머 선정된 거 축하해! 멋지게 만들어 나가 보자!'
'집이랑 정반대 거리에 있는 광진구까지 출퇴근하는 시스템이네? 쉽지는 않겠구먼! 이것 또한 시간을 알차게 쓸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마인드 세팅 하자! '
서울거리예술축제는 서울시청광장에서 9/16-9/18일까지 진행된다. 내가 소속된 뭎팀의 공연은 9월 18일에 공연을 하며 하루 총 3회 공연을 앞두고 있다.
*홈페이지에 축제에 대한 소개와 공연 일정표가 상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궁금하신분들을 참고하세양.
레인저스케이크 공연을 시연하기에 앞서 선정된 퍼포머들과 뭎팀이 함께 OT를 진행하며 아이스브레이킹을 했다. 대화를 통해 어떤 특징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는지 파악하는 시간이었다. 이유는 공연 내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설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수어를 기반으로 예술을 하는 사람이고 대화를 할 때 적극적으로 손을 많이 사용을 했기에 '지휘자 및 심판'의 역할을 맡게 됐다. 뭎팀의 일 진행방식이 궁금하기도 해서 지원하게 된 이유도 조금 있었어서 그들이 문서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는지 관찰했다. 뭎은 건축설계하는 손민선과 현대무용가 조형준이 함께하는 팀이다. 그래서 각자의 역할이 잘 나뉘어 있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둘은 부부다. 쿵작이 잘 맞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부부라고 해서 바로 이해가 됐다. 사람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이 모든 과정들이 휴식을 하는 과정이다. 레인저스 케이크 공연 연습을 하는 것도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를 방문하는 것도 일종의 휴식을 취하러 가는 것이다. 왜냐하면 내게 휴식이라는 정의를 내려봤을 때, 가만히 쉰다는 개념보다는 흥미로운 대상을 관찰하고 연구하고 바라보는 것이 내게 휴식이라 느껴왔던 것 같다.
일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레인저스 케이크> 휴식의 일정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오늘도 산책하러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로 향해야겠다.
글 지후트리 ghootree
그림 지후트리 ghoo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