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자주 듣는 소리가 있다.
"진짜 열심히 하는구나!"
"꾸준하네!"
"요즘 바쁘지?"
생각보다 그렇게 열심히 살지도 꾸준하지도 바쁘지 않다. 각자의 기준은 다르겠지만 말이다.
수화언어로 그림을 그려서 멋진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에피소드를 쌓아나갔었다. 그런 시간들이 열심히 살아냈던 시간이라기보다 그냥 나 좋아서 멋지고 재밌고 즐거운 거 하고 다녔던 것이라 삶을 즐겼다고 볼 수 있다. 20대가 되면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을 나이가 아니겠는가. 전남 광양에서 서울로 올라온 때는 22살 2월의 겨울이었다. 볼거리 많은 서울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고향에서 풀지 못한 한을 푸는 느낌으로 쉬지 않고 무엇이던 만들고 그렸고 공연과 전시도 보러 다녔다. 한마디로 열정과다 했던 시절이었다. 때로는 힘든 시절도 있었지만 서울에서 살아내는 시간들이 어떻게 보면 하나의 기회를 찾아내고 나의 가능성을 마주할 수 있었기 때문에 즐거운 순간들로 더 가득했다.
시간을 쌓아간다 해서 전문가가 되는 건 아니지만 즐거움과 좋아하는 마음으로 꾸준히 해나는 과정들이 자연스럽게 더 많이 알아가게 되는 시간으로 변하는 게 아닌가 싶다.
전문수어통역을 하지도 농인들과 자주 만나서 이야기를 하진 못하지만 (간헐적으로 연락만 하고) 수화 언어가 시각언어로써 주는 힘을 믿기 때문에 나만의 방식으로 수어 예술이 닿을 수 있는 작업들을 해나가고 있다. 수어 예술은 내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하는 하나의 매개자 이자 매체이다. ‘시각언어인 수어를 어떻게 하면 대중에게 낯설지 않게 다가가게 할 수 있을까?’ 내가 끊임없이 일상에 던지는 질문이자 고민이기도 하다.
어느 날 오랜만에 마주친 지인 뮤지션과 서로의 근황을 묻다가 깨달음을 얻은 적이 있다.
지후 : 수어가 홀로는 자신의 매력 어필이 안되어서 벽을 깨부수는 게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른 장르들과 협업을 통해 매력 발산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서 제한을 두진 않고 뭐든지 다 해나가 보는 중입니다!
폴라프런트 : 지후 씨가 하는 수어예술 너무 멋있고 잘하고 있는 것 같아요! 지후 씨가 말한 것처럼 홀로 일 수도 있지만 언어이기 때문에 무슨 장르든 다 스며들 수 있다는 게 더 큰 장점 같습니다. 특히나 지후 씨가 하는 행보들이 다 좋아요. 응원할게요!
오랜만에 건강한 대화를 나누었던 것 같다.
작업을 하다 보면 이게 맞나?라고 끊임없이 의심하게 되는데, 그냥 계속 밀고 나아가는 게 정답이라는 생각 한다. 결과는 나중에 놓고 보면 된다. 그리고 다시 하면 된다. 응원해 주는 이들이 있고 나 스스로가 나를 제일 많이 응원하고 격려해 주며 오늘을 살아내야겠다.
봉준호 님의 명언을 공유하며 글을 마무리 해야겠다.
"본인에게 재능이 있다 생각하고 근거없는 자신감으로 무장하세요."
즐겁다 즐거워 내 인생
글 지후트리 ghootree
그림 지후트리 ghoo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