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후트리 Oct 25. 2024

놀아주는 여자 사람

수어그림 <놀다> / 지후트리 / 2016 



놀아주는 여자 사람


기질적으로는 내향적 성향을 가진 사람이지만 사회화된 외향적 성향 덕분에 주변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드는 편이다. 단순히 모여들게만 하지 않고 잘 맞을 것 같은 사람들에게 서로를 소개한다. 오며 가며 인사도 나누고 함께 할 수 있는 작업물들이나 취향을 이야기하다 보면 서로 세계관도 넓혀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어서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관계를 넓힐 수 있는 도움을 받았었고 작업으로까지 이어졌다. 친밀도만 쌓이는 관계도 좋고, 친밀도와 취향과 작업물도 공유해서 나중에는 협업을 하여도 좋고, 프로젝트 매니저가 되어서 또 다른 일을 제안할 수 있어서 좋고 두루두루 나쁘지 않은 방향성이라고 본다.


어쩌다 나는 사람들과 잘 놀아주는 여자 사람이 되었는지 소개해보려 한다. 소외당했던 시절을 기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들을 모아두고 서로 시간을 보내게 만들어서 하나의 크루의 개념을 만든다. 보고 싶은 전시나 혹은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혼자 먹는 것보다 소수정예(5~6명 이하) 멤버를 선별해서 전시를 관람하거나 맛있는 요리를 해 먹는다. 공동체의식 같은 것들이 가져다주는 행복감이 관계적으로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주기도 한다. 이런 관계들이 평생 간다고 장담할 순 없다. 이사, 이민, 출산, 이직, 퇴사, 가정의 불화, 건강악화 등등 다양한 이유로 각자의 안위를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히 말할 수 있는 한 가지 사실은 그 시절을 같이 보내줄 수 있는 시절인연이라는 점이다. 공감해 주고 동감해 주고 위로해 주고 기뻐해주고 슬퍼해주고 함께 고민해 주고 일상을 공유할 사람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힘겨운 시간들을 버텨낼 힘이 생긴다. 


서로 모여 만나는 사람들의 성향은 대체적으로 털털하고 어떤 사실을 받아들일 때 수용력과 포용력이 강한 사람들이 많다. 유연한 사고관을 지닌 사람들 말이다. 감정적 혹은 감성적으로만 관계를 이어나가는 사람들과는 처음에는 공감적인 측면에서는 재밌을 수는 있으나 일방적으로 지치는 쪽이 생기는 것 같아 지양하는 편이다. 대체적으로 남자 사람들과 남성성이 강한 여성들이 내 주변에 많은 편이다. 오빠, 남동생, 동갑 등등 주변에 온통 수컷 향기 나는 인물들로 가득하다. 이런 나를 보는 엄마는 항상 이렇게 말했었다. 


" 지후는 성향이 남자 같아서 주변에 남사친이 많은가 봐~ "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1. 딸이 애교가 없어서 엄마한테 아들이 2명 있는 것 같다 느낀다. 반대로 남동생이 애교가 더 많아서

우리는 성별이 바뀌었나? 싶을 정도였다.

2. 쿨해서 가끔 과감하고 대범하다 생각한다.


그렇다. 나는 생물학적으로는 여성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지만 중성적인 면모를 많이 가지고 있는 성향의 사람인 것이었다. 이러한 성향 덕분에 잘 놀아주는 사람이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오늘도 동네 주민 남동생들과 남산도서관에서 나란히 책을 읽고 빌린 후 옆구리에 끼고 남산 산책을 한바퀴 돌았다. 건강도 챙기고 지성도 챙기는 멋진 하루 였다.


지후트리 ghootree

그림 지후트리 ghootree


매거진의 이전글 미쳐야 미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