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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현호 Feb 13. 2020

그 집 아들 공부법

우등생 판타지에 속지 말아야 하는 이유 

A를 만난 것은 2년 전 봄이었습니다. A는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을 앞두고 있었는데요, A의 어머님께서 다급히 연락이 왔습니다. 친구로부터 저희 회사에 대한 소개를 듣고 자제분의 진로와 입시 관련 솔루션을 모색하고 싶다고 연락이 오셨지요. 저희는 초도 상담을 통해 A가 상당히 중학생 시절 우등생이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A에게 좌절이 시작된 것은 자신이 원했던 영재고등학교에 입학하지 못하게 되면서부터였다고 합니다. 최선을 다해 준비한 고등학교 입시에서 좌절을 맛봤고 고등학교 1학년을 공부와 담을 짓고 살았다고 했습니다. 현재 성적은 반에서 하위권이었고 그 상태로 입시가 지속된다면 지방 사립대도 입학이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대개 첫 상담에 아이들은 입을 닫고 있고 어머님과 아버님이 많은 말씀을 하십니다. 


이 세상 최고의 선생님은 부모님이죠.


"제가 우리 딸(아들)을 키워오면서 느낀 건데, 얘는 노트필기가 전혀 안되고 꼼꼼하지 못한 단점이 있고요, 무엇보다도 공부 자체를 안 해요, 공부 자체를 안 하는데 성적이 오를 수가 없지요." 


그런 이야기를 같이 듣고 있는 동안 아이들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는 않아 보입니다. 조속히 이 불편한 만남이 끝이 나길 원하고 이번에는 부모님 손에 끌려 어디론가 정처 없이 떠밀려 왔는데 이 상담의 끝이 뻔한 결론이라는 생각을 하는 듯이 보였습니다. 상당히 많은 사교육과 교육을 거치고 이 자리까지 왔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A는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고 얼굴빛은 어두웠습니다. 약 1시간의 초도 상담이 끝날 때까지 A가 한 대답은 단답형인 "예", "아니오", "잘 모르겠어요." 3 단어였습니다. 그간의 경험을 봤을 때 제법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청소년기 시절은 평생 기억이 나는 준 어른입니다.   


부모님들이 상담 시에 그러지 않아야지 하면서도 마음속에 염두에 두는 친구들과 자제분을 비교하며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친구 자제분, 모임에서 만난 동료들의 자제분 그리고 그들의 공부 스토리, 비약적으로 성적을 향상시킨 스토리를 꺼내 들며 우리 아이는 왜 안되는지 답답해하십니다. 소위 말하는 00집 공부법, 학습법에 대해서 이론적 중무장을 한 상태로 아이에게 그 방법대로 진행해보려 하지만 그게 뜻대로 될 리가 만무합니다. 


__학습법을 쓴 사람들의 대부분이 아이에게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쓸 수 있는 맥락 속에 있는 부모님일 가능성이 큽니다. 심지어 어느 부모님은 교육업체를 운영하기도 하기에 하루 종일 아이들 학습과 교육에 대한 고민과 액션을 취할 수 있는 맥락에 계신 거지요. 그런데 이러한 학습법에 대한 매인으로 책만 보며 우리 아이들도 이렇게 교육을 해야 하겠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많이 따릅니다. 설령 그 학습법이 효과가 깊었다고 해도 그게 우리 아이와 맞지 않다면 어떨까요? 아이들이 가진 학습성향과 습득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아주 섬세하고 예민한 감각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그 수많은 학습법을 맹목적으로 따라 했다가 실패했다는 이야기는 우리가 들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 학습법에 대한 맹신을 하는 건데요, 실패한 이야기를 성공한 이야기처럼 공공연하게 이야기하진 않을 테죠. 그래서 소수의 성공했다고 알려진 학습법이 맹목적으로 선호될 때 우리가 조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런저런 선생님, 이런저런 방법. 이건 마음 수술을 계속하는 것과 같습니다. 아프고 힘든 거죠.

A는 그간 다양한 학습법에 노출되고 이리저리 부모님의 손에 떠밀려 목적도 없이, 이유도 모른 체 다양한 사교육기관에서 공부를 하였습니다. 어느 정도 진행을 하다가 효과가 없으면 또 다른 방법을 찾고 또 새로운 방법을 찾으면 그 방법이 채 몸에 붙기도 전에 또 다른 방법을 찾아 이동을 하고 그렇게 공부법 유목민, 학원 유목민이 되어버린 것이죠. 


가장 많이 현장에서 듣는 이야기는 선행학습 진도입니다. 옆집 아이는, 같은 반 누구는 수학 상을 중학교 2학년인데 다 떼었다고 하는데 저는 아직 중 3 수학도 다 떼질 못했어요, 특히 선행에 대한 압박이 높은 과목이 수학인데요, 그럼 그 수학 상을 다 떼었다고 하는 아이와 마주 앉아 중2 학년도 시험문제를 제출하고 풀게 해 보면 다 맞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선행이 문제인 게 아니라 지금 하고 있는 것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죠. 선행을 하는 이유는 학교 현장에서 진도를 제대로 따라갈 때 한번 노출되어서 더 편하게 느껴지게 하기 위함이거나 너무 뛰어나서 지금 학교의 진도 속도가 더디고 답답해 먼저 공부하는 두 부류로 나눠볼 수 있을 텐데요, 문제는 과도한 선행으로 인한 학습 결손이 심각해지는 현상이 반복된다는 점입니다. 


1분은 60초이지만 그 60초를 살아내는 우리들의 속도는 다릅니다


결국 입시 공부의 끝은 대학 입학이고, 

대학 입학 이후에는 그전에 어디서 얼마나 어떻게 공부했든 다 똑같아집니다. 


저는 A와 6개월간 같이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매주 1회 90분가량 주기적이고 정기적인 만남을 진행했는데 그 기간 동안 제가 한 일은 첫 번째 아이의 흥미와 관심을 다시금 고민해보는 일이었습니다. 누가 강조하고 그러면 좋겠다고 입력한 목표와 흥미가 아니라 자신이 진정으로 관심 있고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도록 노력했습니다. 말이 없던 A는 점차로 자신의 마음속에 있던 많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주었습니다. 그 안에는 상처 받은 아이가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부모님의 과도한 기대 그리고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압박감이 큰 상황이었습니다. 우선은 중학교 시절 내내 우등생이었던 A의 성취와 성과가 최선을 노력으로 만들어진 결과라는 걸 다시금 칭찬하고 격려해주는 일이 우선이었습니다. 떨어진 자존감과 자신감을 북돋워주는 일이 제일 선행되어야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이가 스스로 자신을 칭찬할 만한 논리적 납득이 되지 않는 경우 이러한 자존감 회복이 쉽지 않기 때문에 다시금 쉽게 성취할 수 있는 작은 단위의 목표를 설정하게 하고 그 단계 하나하나의 성취 순간을 극대화하여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스케줄을 짰습니다. 


멘토링이 시작되고 아이는 학원을 모두 끊었습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학습계획표를 작성했고 그 학습계획표대로 이행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닙니다. 그 사이에 수많은 감정교환이 있었습니다. 중간고사를 치고 A는 자신의 공부방향과 새로운 자기 주도 공부습관이 효율적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학원을 모두 끊고도 성적은 오히려 올랐기 때문입니다. 


멘토링은 기법이 아닌 관심과 지속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결실을 맺습니다


수업시간에 수동적으로 앉아 공부했다는 안도감을 느끼는 것은 공부가 아닙니다. 공부는 책을 읽는 수동적인 수준이 아니라 개념을 이해하고 문제를 통해 개념을 심화 발전시켜나가는 끊임없는 소통의 과정입니다. A는 공부에 대한 근본적 프레임의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기말고사에서도 소폭의 성적 향상이 있었습니다. 놀라운 변화들이었고 그러한 변화를 겪기 시작하자 얼굴 표정과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도 긍정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A는 서울의 목표했던 대학에 최종 합격하였습니다. A가 2년간 보낸 시간은 그 이전의 8년과는 달랐습니다. 누군가를 따라가는 공부를 하지 않았고 자신을 바라보고 자신의 장단점을 채우고 발전시켜나가는 자기 주도 학습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짐작하건대 이러한 자기 주도 학습으로 대학에서도 훌륭한 대학생활을 이어나가리라고 생각해 봅니다.


이런저런 합격 수기, 공부법 등에 너무 매몰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학생들마다 그리고 개인마다 필요한 방법과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요.   그럼에도 공통적으로 공부의 효율이 높은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습관 몇 가지를 공유합니다. 


 

1) 공부를 할 때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서 한다 

2) 공부를 전후해서 공부에 방해되는 활동을 최대한 삼간다. 

3) 쉬는 시간과 공부시간을 확실히 구분한다. 

4) 그날 배운 공부는 확실히 복습을 하고 복습한 내용은 주기적인 싸이클로 점검한다.

5) 각 과목별(국영수과사, 기타)로 자신만의 공부법이 있고 지속적으로 시험에 맞게 공부법을 발전시켜 나간다.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 있어야 하는 학생들이 그 앉아있는 시간이 결코 의미 없는 시간이 되지 않기를, 

공부를 흉내 내는 시간이 아니라 공부를 정말 하는 시간으로 바뀌어가기를 바라고 희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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