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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현호 Feb 14. 2020

밤만 되면 만지작 속 태우는 아이

하루 종일 피곤한 우리 아이 

고등학교 2학년 B는 방학기간인 요즘 하루 12시간 공부를 해내고 있습니다. 대견하고 또 뭉클합니다.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모습이 지켜보는 이에겐 숭고한 마음까지 들거든요. 방학기간 동안 아침 일찍부터 자습실로 B가 오게 된 이유는 사실 정규 학기 중에 계속해서 아침시간에 학교에서 졸게 된다는 B의 고민을 듣고서부터였습니다. 방학기간동안 수면 패턴을 잡기 위해서 특별 훈련을 하고 있거든요.


책상에만 앉으면 잠만 자는 우리 아이 


B 가 오늘따라 유달리 힘들어 보입니다. 말 그대로 정말 힘들어 보입니다. 자습시간에 글로 표현하기 힘든 각도로 반쯤 넋이 나간 상태로 졸고 있네요. 관리 선생님께서 벌써 깨운 지가 3번째인데 정신을 거의 차리질 못하고 있습니다.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자습을 하는 자습실에서 아이가 자발적으로 등원하여 공부를 하고 있는데 며칠째 아침마다 잠을 이겨내질 못하고 있네요. 


아이의 성적이 오르려면 자기 주도적인 학습 습관이 반드시 갖춰져야 합니다. 자습을 해야 하는 충분한 시간이 확보가 되어야 하죠. 학부모님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그러면 아이가 공부하는 법을 알아야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일 텐데 우리 아이는 공부하는 법을 모릅니다라고 하세요. 네 맞습니다. 자기 주도 학습이 되려면 사실 공부하는 법을 알아야 하고 더 나아가 자습하다가 모르는 것을 해결해줄 수 있는 전문 담당 선생님이 필요하죠. 


기존에 학원을 다니며 수동적으로 아이들이 교실에 앉아 선생님의 강의를 듣는 방식의 문제점에 저는 오랜 시간 고민을 해왔습니다. 아이들과 현장에 만나며 여러 학원을 거치고 오며 아이의 성적은 물론 공부에 대한 흥미마저 떨어진 경우를 많이 접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랜 시간 현장 경험을 통해 대학 너머를 바라보는 교육의 핵심은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을 이끌어나가는 것이란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바람직한 자기 주도 학습을 다른 말로 하며 "체계화되고 시스템적인 스스로 학습" 정도로 볼 수 있겠지요.


자습 환경에서 관리 선생님이 함께 하며 적당한 긴장감이 있는 분위기 속에 아이들의 자습 환경을 조성하고 자습시간을 대폭 늘리되 아이들의 질문에 체계적이고 전문화된 답변을 줄 수 있다면 하고 오랜 시간 고민을 해왔습니다. 덧붙여 정기적인 관리 상담을 학생부 종합과 교과 그리고 정시 입시를 종합적으로 준비하는 입시 과정과 결과의 효율과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우공이산 프로그램을 만들어낸 계기이죠. 우공이산 프로그램을 방학기간 동안 운영하며 저는 다양한 아이들의 학습 패턴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중 반드시 개선해야 할 것이 아침잠이 많은 아이들의 생활 불규칙성이란 걸 알게 되었죠.


아침잠이 많은 우리 아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루 종일 육아에 지쳐 아이들을 재우고 난 다음 부모님들은 세상의 천사를 보는 듯한 느낌이죠. 애를 먹이고 속을 달래도 예쁜 우리 오리들입니다. 화가 나고 서운했던 부분들이 눈 녹듯이 사라지죠. 부스스하게 잠을 자고 일어난 아이들의 모습이 사랑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이런 러블리한 현상이 아이들이 학령기에 접어들고 입시준비생이 되면 조금씩 바뀌어갑니다. 늦잠을 자면 걱정이 되고, 너무 많이 자면 또 걱정이 됩니다. 공부할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죠. 


정규 상담시간이 되어 B와 마주 앉았습니다. 자습실 선생님이 시간마다 체크해준 아이의 공부 현황표를 살펴보니 거의 아침시간에는 많이 졸고 있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제가 물어볼 질문은 너무도 당연한 거죠. 


"어제 몇 시에 잤어요?"


"선생님 ㅠ.ㅠ 어제요 새벽 3시에 잤어요."


스마트폰, 컴퓨터 밤늦게 자는 아이들의 동반자


OTL. 그렇죠. 그럴 겁니다. 아침에 이렇게 조는 모습이 반복되는 것은 분명 무언가 수면 패턴이 안 잡혔다는 것이죠. 아이와 함께할 때 사실 일주일에 3시간 정도 수업을 하고 아이를 지켜보는 일반적인 사교육의 선생님들은 시간적으로 아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함께 제대로 된 지도를 하는 것에 한계가 있어요. 아이들이 말로 표현하는 것과 오랜 시간 아이의 학습 패턴과 습관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진단하고 내어놓을 수 있는 솔루션은 정말 다르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정규 상담과 코칭 이외에 아이들의 자습을 가능하면 지켜보고 함께할 수 있도록 구조화를 진행합니다. 평소 자습시간에 얼마나 많이 집중 패턴이 깨어지는지 집중력이 유지되는 시간은 어느 정도인지 얼마나 자주 자리를 일어나는지 같은 사소한 것들도 아이의 공부 패턴에 드러나기 때문이에요. 


결국, 아침 시간에 조는 현상은 그 전날 밤늦게 자는 이유가 대부분입니다. B뿐만이 아니라 많은 학생들이 요즘 스마트폰을 보며 침대에 누워 밤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습니다. 이유는 이러합니다. 아이들이 거의 하루 종일 밖에서 학원들을 돌고 있는데 유일하게 자신에게 주어지는 하루 중 가장 편한 자유시간이 밤이니까요. 잠을 자기가 아쉽고 아까운 겁니다. 내일이 오면 또 하루 종일 공부를 해야 하니까요. 


"우와, 새벽 3시까지 안 잤어요? 뭐 했어요?"


유튜브 짤방, 게임 방송, 이런저런 웹 뉴스 등 이런 것들을 밤에 자기 전에 스마트폰으로 폭풍 검색 흡수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립니다. 1시만 되면 자야지 하다가도 어느덧 시계는 3시를 가리키고 있죠. 어쩌다 가끔 또 이렇다면 이해해볼 수도 있습니다. 이해하려고 노력해볼 수도 있지만 입시 기간 중에 하루 패턴이 이렇다면 절대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겠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아이가 하루 중의 대부분을 제대로 공부하는데 시간을 써야 하는데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수면 패턴이 불규칙적이어서 다음날 하루 종일 머리가 멍하거나, 졸거나, 이런 현상들 때문에 공부 집중도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아이 방에 CCTV를 설치하고 감시하고 지켜볼 수도 없고 부모님의 속 타는 마음은 이만저만이 아닐 겁니다. 


우리 청소년들만 그런 것은 아니죠. 청소년들이 자라서 청년이 되면 더 많은 자유가 주어집니다. 물론 그에 따른 더 많은 책임이 따르죠. 대학가에서는 배달음식점이 늘 성황을 이루는데 거의 대부분 자취생들이 많은 대학가에서는 밤늦게까지 불이 켜진 방이 많습니다. 밤늦게 야식을 먹고 다음날 늦잠을 자는 청년들의 숫자가 또한 적지 않거든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이들이 밤에 제시간에 자고 다음날 제시간에 일어나 정상적인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우리가 사회생활을 할 때, 직장생활을 할 때와 똑같은 이치입니다. 해야만 하는 일을 위해서 자기 절제와 자기 규율을 실천하는 일지요. 


B의 수면 패턴을 잡기 위해서 제가 제안했던 것은 숨 쉬는 하루를 만들어주는 것이었어요. 학창 시절 공부를 열심히 해본 분들이라면 누구나 금요일 밤은 공부가 잘 되질 않는 경험을 하셨을 거예요. 한주 동안 최선을 다해 공부했다면 금요일 즈음이 되면 방전이 됩니다. 그런데 마음이 설레고 다음날 토요일이라는 생각에 기분이 들떠 있지요. 그래서 금요일 밤은 잠을 늦게 자게 됩니다. 보고 싶었던 영화도 한편 보고 이런저런 취미활동을 덧붙이는 거죠. 그게 금요일 밤이 될 수도 있고, 토요일 밤이 될 수 도 있고요, 어찌 되었든 다음날이 휴일인 느낌인 하루 전 조금 늦게 자도 괜찮다는 배출구를 만들어주는 것이죠. 그리고 늦잠을 자도 괜찮은 날은 그다음 날 오전 공부 계획을 조금은 느슨하게 하거나 아니면 오전 시간을 비워주는 거예요. 마음 편히 쉴 수 있게요. 


전심을 다해 공부를 하는 것은 지식의 파도를 타는 일처럼 정신적 에너지 소비가 크죠


그런데 사실 매일 하루를 진심을 다해 공부하고 고민하고 질문하고 답을 모색하면 집에 도착할 시간에면 거의 지쳐 침대에 눕는 게 정상이에요. 온 힘을 다해 공부를 했다면 말이죠. 공부 패턴이 잘 잡혀있고 자습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친구들은 공부할 때의 집중력이 남다릅니다. 이 친구들은 정말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법을 알고 있는 것이죠. 같은 시간을 앉아 공부해도 집중력이 다르니 공부량이 다르고 이로 인해 결론적으로 성적이 달라집니다. 그리고 대다수 우등생들은 자습시간에 졸지 않아요. 그리고 자습시간에 졸지 않는 친구들은 수업시간에도 잘 졸지 않습니다. 자습시간에 조는 친구들이 수업시간에도 졸고 수업시간에 조는 친구들이 자습시간에도 조는 경향이 있어요. 말 그대로 잠에 취해 하루를 보내는 거죠. 


아이들은 입시를 치러내고 있지만 사실은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겁니다. 자기 절제와 성실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몸에 익히는 기간이기도 하죠. 


어떤 사람은 올빼미형, 어떤 사람은 새벽형 다를 수 있지요? 그래도 입시를 준비하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수험 날에 그리고 학교 내신 기간에 자신이 낼 수 있는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평소 생활패턴을 바꿔두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습관은 바로 오늘부터 만들어 나가야 하는 거죠.


책상 앞에서 졸고 있는 우리 아이. 아이가 졸고 있다는 현상을 깊이 있게 파 들어가 보면 결국 또한 목적에 대한 간절함의 부재, 공부 습관의 부재, 자기 절제와 생활 습관 개선 방법의 부재와 같은 원인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패턴을 잡기 위해서는 이러한 일들이 병행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위대합니다. 습관도 바꿔낼 수 있습니다. 그러한 믿음을 가지고 적절한 개입을 통해 습관이 바뀌어지는 시간을 함께 기다려주는 것  그것 또한 부모와 선생님이 지도할 부분인 거죠. 


하루하루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는 느낌이라면 입시불안, 공부상처에 머무르지 않겠죠


안쓰럽게 책상에서 조는 우리 아이, 

책상에선 미래의 꿈을 이루는 공부를 하게끔 우리가 함께 도와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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