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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현호 Feb 17. 2020

모르는 것의 미학

자기주도학습의 비밀

D가 처음 저를 찾아왔을 때 D는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었고 중학교 때까지는 공부를 잘하다가 (전교 5등 내) 고등학교 입학 후 성적이 많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려주었어요. 성적이 떨어지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이번 글에서는 "학습"의 "습"에 초점을 맞춘 자기 주도 학습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여러 학생들을 만나다 보면 무엇을 물어봐야 할지 감이 와요. 


저는 D의 주중 스케줄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거짓말을 1도 보태지 않고 D의 일주일 스케줄을 보면 월화수목금은 (수학, 영어, 국어) 주요 과목 학원 배치로 밤 12시에 가까워 집에 돌아온다는 것이었죠. 10시에 학원 수업을 대부분 마치지만 10시에 마치고 난 이후에 학원 주변 스터디 카페에서 12시까지 공부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각 학원의 보충수업, 문제풀이 수업 등의 참가로 하루 7-9시간을 학원에서 지낸다고 하네요. 


저의 첫 질문은 

"그건 그런데요, 혼자 공부하는 시간은 몇 시간이에요? 하루에?"


제가 묻고 싶은 질문의 핵심은 학원에 다니는 시간 말고 혼자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시간을 물어본 건데요, 순간 학원 가는 시간을 빼고 나니 자기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일주일에 채 15시간이 될까 말까 하다는 것에 스스로도 놀란 눈치였어요. 그런데 문제는 그 15시간이란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15시간 동안 앉아있을 때의 학습의 질에 대한 부분인데요, 하루 종일 학교 수업 듣고 또 학원 수업 들으며 선행을 하고 자습을 하려고 책상 앞에 앉았을 때의 에너지 상태를 한번 생각해봐요.


인간의 뇌는 포도당을 사용하는 장기입니다. 그런데 공부는 뇌만 하는 게 아니라 온몸이 하는 거예요.


우리는 생물이고 생물은 에너지를 소비하며 활동을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죠. 하루 중 대부분의 에너지를 학교 수업과 학원 수업에 다 쓰고 나면 정작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체화하는 시간에는 어떻게 될까요? 네 맞습니다. 자습한다고 앉아있는 책상에서는 집중이 될 리가 만무하죠. 하루에 쓸 수 있는 집중력의 대부분을 사용해버렸으니까요. 


학원 투어를 할 정도로 많은 학원을 다니지만 결국 성적이 오르지 않았던 학생들의 패턴을 보면 본질적으로 공부를 안 한다는 결론이 나요.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공부를 안 한다/한다를 어떤 기준으로 구분할 거냐 하는 문제에 봉착하죠. 학교 수업 듣고, 인강 듣고, 학원 수업 듣는 것이요, 네 공부는 맞는데 자기 공부는 아니에요. 학습의 학에 해당하죠. 배운 거예요. 그런데 배웠으면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하거든요. 네, 습을 해야 하죠. 그걸 우리는 배울 학, 익힐 습 이렇게 해서 학습이라고 하고 학습에서 배우고 익히는 조화의 중요성을 깊이 있게 생각해봐야 하죠.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보면 우리 아이들 배우는 것은 너무 많은데 정작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 습의 시간이 부족해요. 소화불량처럼 수업이 과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 시간도 여유도 없죠. 수업 시간에 듣는 태도도 또 여러 문제가 있어요. 과도한 선행을 하게 되면 수업시간에 다시 배우는 것들이 안다는 착각을 일으키고 수업시간에 안다는 느낌을 받은 것으로 공부가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혼자 해 보면 관련 문제를 못 풀어내죠. 


과도한 학의 결말은 결코 성적 향상이 아니거든요. 다수의 학생들을 한 방에 넣고 수업하는 학원은 웬만하면 끊고 공부를 하며 모르는 문제에 대해서 질문하면 답해줄 수 있는 전문과목 튜터를 구하는 게 나아요. 그리고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자신이 아는 것, 혼자 할 수 있는 것을 과도하게 남에게 의존하며 해결하려 들지 않아요. 스스로 고민하고 탐색하고 분석하며 답답함을 느낀 부분에 대해서 멘토링, 튜터링을 통해서 그 부분만 해결하는 거죠. 시간도 절약되고 기억에도 오래 남는답니다. 


저는 20대에 운이 좋게도 다양한 대학에서 여러 과정을 공부할 기회가 있었는데요, 하버드 대학에서는 인간은 왜변 하는가라는 주제의 여름학기를 수강했고, 예일대학교에서는 출판 언론인 리더십 과정을 이수했어요. 하버드와 예일대학은 미국의 최고 학교죠. 이 곳의 수업시간은 말 그대로 튜터링의 진수를 연상케 하는데 학생들은 교수와 교실에서의  소통을 통해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고 공부를 하다가 막혔던 부분에 대한 새로운 질문과 답을 얻어가죠. 영국도 마찬가지예요. 저는 옥스퍼드대학교에서는 영어 교수법 세미나에 캠브리지대학에서는 사회적 기업가 엑셀레이팅 과정을 이수했어요. 이 과정에서 옥스퍼드 대학과 캠브리지 대학의 학습법도 간접 경험할 기회가 있었죠. 여기서도 학습의 전체 방식이 튜터링과 멘토링으로 이뤄져요. 

하바드의 수업시간은 토론의 장이죠


세계 최고의 대학들이 학습과정을 그렇게 설계한 데는 그것이 가장 배움에 효율적이고 효과가 좋다는 것을 우리가 생각해봐야 하죠. 오랜 세월에 걸쳐 증명되고 또 반증을 거쳐 증명된 학습법이 바로 1) 자기 주도 학습을 통한 능동적 공부 2) 자신이 모르는 질문에 대해 그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전문가와의 튜터링, 멘토링을 통한 문제 해결인 거죠. 


대학 수학능력시험은 대학에 입학해 공부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체크하는 거죠. 대학이 중시하는 것은 질문의 힘.

실제로 다수의 우등생의 공부 패턴을 분석해보면 1) 혼자 자습하는 시간이 월등히 많고 2) 그 자습하는 동안 나온 질문에 대해서 집요하게 파고들고 선생님께 질문하고 피드백을 받으며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사회에서 취업을 할 때도 그리고 사업을 할 때도 이런 패턴이 반복되죠. 어떤 어려움이 생기면 사회생활에서도 무엇보다 스스로 고민을 많이 하고 자신의 기준을 바로 세우는 것이 중요하고 그런 다음 자신의 한계에 부딪히면 그 고민의 결과물과 과정을 들고 멘토, 코치, 선배에게 질문을 하죠. 질문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공부고 모르는 것을 발견하는 과정이 공부니까요. 


D는 저희를 만나고 모든 학원을 끊고 새벽 3시에 잠들던 생활패턴도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성적은 완만하게 오르기 시작했죠. 제자리 성적을 올리는 비법은 결국 자신의 학습시간을 늘리고 자기 주도적 학습을 하는 동안 능동적으로 모르는 부분을 찾고 질문을 만들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듣고 모르는 부분을 채워나가는 거예요.


똑같은 개념을 보고 문제를 풀어도 왜?라는 질문을 습관적으로 하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우리 아이 학원은 많이 다니는데 왜 성적이 안 오를까요? 네. 학원에 다니면서 수업하는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있는 것은 아이가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학원 선생님이 공부를 하는 거니까요. 아이가 성적이 오르려면 선생님이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공부를 해야 하는 거죠.


혼자 공부를 해나가려면 1) 공부 동기 2) 공부방법 3) 피드백, 지원 시스템 이 3가지가 지속적으로 필요한데요, 다음 글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 볼게요. 


공부가 우리 아이들에게 상처가 아니라 드 넓은 세상을 향해 나가는 날개가 되기를 희망하고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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