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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현호 May 06. 2020

고등학교 자퇴를 고민하는 너에게

학교만 나가면 더 나아질까

최근 몇몇 학생들을 상담하면서 이 부분에 대한 글을 꼭 정리해서 써야 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상담을 하면서 아래의 경우에 자퇴에 대한 고민이 극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요.


(1) 학교폭력이나 왕따 등으로 인한 교유관계에서 오는 어려움

(2) 부득이한 가정상황으로 경제활동에 나서야 하는 경우 

(3) 학교 내신 시험에 대한 부담 및 내신과 수능 준비에서 오는 혼란스러움 


1번과 2번에 대한 고민은 상황에 대한 솔루션 자체가 학업적인 부분의 범위를 벗어나 있기 때문에 추후 다른 글에서 다루도록 하고 이 글에서는 위 상황 중 1학년 때 내신성적이 좋지 않은 예비 고2학년 학생들이 고등학교 자퇴 이후 정시에 올인하고 싶어 하는 고민에 초점을 맞춰보았습니다. 


I는 지역의 명문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고2학년 학생으로 중학교 때까지는 지역의 최고 명문중학교에서 전교 순위권 안에 드는 성적을 유지하였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난 후부터 성적이 하락하기 시작해서 고1학년 겨울방학 시점에까지는 내신 등급이 주요 과목 3-5등급에 해당하는 상황이었는데요, 목표하는 대학은 수의대여서 현실적으로 내신을 기반으로 하는 수시전형으로 수의대학에 입학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하지 않은 공부를 따라가려고 하니 절대적 시간이 부족하다고 본인도 느끼고 있었고 학교 내신 공부에 대한 거부감이 강했던 터라 학교를 그만두고 재수종합학원이나 독학재수학원을 통해서 정시를 노리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검정고시가 1년에 2번 시행이 되는데 검정고시 응시 전 6개월 이전 자퇴 처리가 되어야 하는 상황으로 서둘러서 일을 진행한다 하더라도 수능은 차년도 수능에 응시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저희에게 찾아왔을 때 I학생은 고민이 깊었습니다. 주요 과목 수학은 후행 학습에 대한 부담도 높은 상황이었고 국어와 영어는 아직 탄탄하지 않아 비문학과 영어 3점 빈칸 추론 문제에서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I학생은 만약 학교를 나와서 하루 종일 본인의 취약과목에 집중할 수 있다면 정시에서 원하는 성적을 얻어 동차 연도 수의대 입학에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낙관하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몇 가지점에서 우려가 되었는데요. 

현재를 냉철하게 보는 것이 우선 필요해요.

1) 공부습관이 아직 안정적이지가 않아 절대적 시간이 늘어난다고 그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을지

2) 학교를 벗어나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단절감을 잘 견뎌낼 수 있을지

3) 정시 올인으로 수능에서 승부를 보려면 주기적인 시험 모의 훈련이 필요한데 이것을 혼자 설계할 수 있을지

4) 한 번도 집 밖을 나서서 생활해본 적이 없는데 재수종합이나 독학재수학원에 다니기 위해서 고향을 벗어날 때 생활관리가 가능할지 


이런 부분들이 걱정이 되었습니다. 저는 우선 2달간 i학생의 공부습관을 함께 검토하고 공부 플랜과 공부일기 작성 그리고 주요 과목 개념 정리, 유형 정리, 응용 심화로 이어지는 공부 코드를 지속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시간을 함께 마련하였습니다. 과정에서 우리는 i학생이 자유롭고 창의적이며 앉아서 장시간 하는 공부 스타일이 맞지 않는 유형임을 확인하였고 공부하는 환경에서의 주기적인 변화가 오히려 효율을 높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즉 한 곳에서 오래 앉아 집중하는 타입이 아닌 집, 독서실, 학교 등을 오가며 적절한 환경변화가 이 학생에게는 더 높은 효율을 가져다주었습니다. 


2달간의 공부 일지 작성 훈련과 공부일기 훈련을 거친 후 저희는 그 학생이 자신의 훈련 무대로 삼을 노량진으로 전격 투어를 떠났습니다. 학교를 자퇴하게 될 시 다니게 될 학원의 커리큘럼을 세세히 살펴보고 함께 시설을 둘러보았습니다. 학원 인근의 고시원과 오피스텔을 돌아보며 생활권역과 자퇴 이후 어떤 환경에서 어떤 방식으로 공부하게 될지를 현장에서 직접 보여주었습니다. 


서울역 기차 플랫폼에 앉아 기차를 기다리며 저는 I에게 물었습니다. 


'이건 선생님 생각인데, 이 먼길을 떠나와서 홀로 그 고독을 참으며 공부하겠다는 그 의지를 잘 유지할 수 있다면 학교를 다니면서도 충분히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 거야. 잘 고민해보렴, " 


I는 며칠 후 아주 밝은 표정으로 찾아왔습니다. 


혼자하는 공부도 중요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법은 배워야 하거든요


"선생님, 저 학교 자퇴 안 하고 학교 열심히 다니면서 도전해보기로 결정했어요."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마음이 한결 놓였습니다. 


이 글을 읽는 학부모님, 학생들 중에서 고등학교 내신 때문에 자퇴를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을 줄로 압니다. 그런데 좀 우리가 현실적이고 객관적으로 생각을 해봐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1) 의지력 

학교를 다니면서 해야 하는 다양한 활동들이 입시에 필요한 시간을 갉아먹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학교를 다니면서 전인적 인격체로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하는 다양한 활동은 사회를 배워가는 중요한 시간이 됩니다. 심지어 그 과정이 수능시험과 직결되지 않아도 그 유용성은 충분합니다. 학생들이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은 늘 있어왔던 일입니다. 그 부족한 시간을 그래서 더 잘 활용하고 아깝게 생각하며 집중력을 올린다면 충분히 학교를 다니면서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학교만 나가면 의지력이 폭발 상승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아주 소수의 학생을 빼고는 의지력은 학교를 다닐 때와 자퇴 이후 큰 차이가 없을 확률이 높습니다. 


(2) 장소 

학교는 학생들의 공부를 위해서 많은 선생님들이 안전하고 교육에 적합한 환경으로 만들어나가고자 교육청과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만들어진 곳입니다. 검증되고 또 오랜 시간 체계화된 곳이기에 우선은 믿을 수 있습니다. 학생에게는 학교 안이 가장 안전합니다. 학교 밖에서 공부를 해 나가려면 다양한 유혹과 위험에 노출됩니다. 이를 다 이겨내고 위험을 잘 추려 내려면 충분히 사회에 대해서 현명해져야 하는데 그런 사회적 현명함을 기르기에는 아직 경험이 부족합니다. 


(3) 루틴

학교를 다니면 일과 시간과 비 일과 시간이 나누어집니다. 어른들이 회사에 나가고 퇴근 후가 있는 것처럼 학교를 다니게 되면 학교 생활과 학교 하원 이후의 생활이 나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삶의 카테고리가 생기는 겁니다. 학교는 시간표가 있어 그 시간표대로 잘 따라간다면 입시 준비의 많은 부분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물론 100% 개인화된 준비를 학교가 다 해주지는 못하므로 소수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짧은 시간 사교육의 도움을 받을 필요도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를 벗어나는 선택과 학교 안에 머무르는 선택지를 고민해본다면 루틴을 잡아주는 역할을 학교가 해주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도 학교는 아주 큰 가이드라인이 됩니다. 


(4) 교우관계 

학교를 벗어나면 재수학원에서 재수생, N수생과 공부를 하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물론 이분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추억을 쌓을 수도 있지만 이미 입시에서 실패의 고베를 마시고 한 해의 목표를 입시 성공만을 위해 달려 나가는 분들과 개인적이고 친밀한 관계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학교가 수능을 준비하는 곳만은 아닙니다. 학교는 그래서 매력적인 곳입니다.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함께 사는 법을 배우는 곳이니까요, 그 안에서 대학이 요구하는 자질들을 다방면에서 훈련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학은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키우는 곳이기 때문에 곧 사회에 적합한 인재가 되어가는 중요한 훈련장소이기도 하죠. 학창 시절의 교우관계는 청소년기의 가장 값진 자산이기도 합니다. 


공부를 하는 이유는 더 행복하고 더 잘 살아가기 위함이지 성적만을 잘 받기 위함은 아니거든요

위의 이유들을 들어 저는 학교 자퇴를 반대합니다. 

하지만 아래의 경우들은 학교 자퇴가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1) 정말 똑똑한 친구 

이 친구들은 학교의 정상적인 속도가 너무 더뎌서 자신만의 속도로 달려 나갈 필요가 있는 아주 극소수의 학생들입니다. 대학교를 15살에 입학하고 박사과정을 20대 중반에 마쳐 30세 전에 대학교수가 될만한 속도를 가진 학생들 말이죠. 


(2) 의지력 가득 친구 

거의 스티븐 코비급의 자기 관리 능력과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 선수들 급의 의지력을 가진 학생들입니다. 


저를 포함해서 제가 이제껏 만난 많은 친구들은 아래 2그룹에 속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교를 다니면서 입시를 차근히, 착실히 준비해나갈 것을 권합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부류의 친구들은 어딜 가도 성공하지 않겠습니까? 의지력과 속도의 차원이 아닌 새로운 환경으로 가야만 하는 경우도 학교 자퇴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바로 아래와 같은 경우죠. 


(3) 한국 교육이 아닌 외국에서의 교육을 준비

절대적인 시간을 외국 교육과정에 입학하고 과정을 이수하기 위한 외국어 능력 관련 능력을 습득하는데 쓰는 것이 필요한 학생들입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학창 시절을 보내는 경우에도, 학교를 자퇴하고 나와서 자신만의 학창 시절을 만들어가는 경우에도 그 어느 경우에도 자신들의 목표와 공부에 대한 이유를 발견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것이 명확하다면 자신이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고 지속하게 됩니다. 최선을 지속해서 다하는 것이야말로 제가 만나온 최상위 그룹에 속한 많은 분들이 가진 공통 코드였습니다. 


여러분, 인생은 깁니다. 

여러분의 꿈이 있다면 그 꿈을 이루는데 걸리는 시간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닐 거예요. 왜 그 꿈을 이루고 싶은지 그 과정과 결과에서 본인은 얼마나 행복한 건지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충분히 고민해보기를 권합니다. 


이제 코로나가 한국에서도 안정을 찾아가는 상황입니다. 드디어 5월에 이제 고3부터 학교 등교를 시작하죠? 혼란과 불안의 시대에도 묵묵히 자신의 목표를 향해 뚜벅이 걸어가는 수험생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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