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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쟤와 별 May 27. 2022

모래, 클리셰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모조리 적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 조금이나마  얘기들은 모두 진부하고 클리셰로 가득하다.

그렇게도 싫어하는 유치한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하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 그러니까 내말은,

그때의 기다림과 반가움과 불안함을 모두 적는다는 , 불가능하다, 는 말이다.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내가 언젠가 글로 정확하게 그때를 기워서 펼쳐볼 수 있을까.

어느 순간에도 접속할 수 있도록.

그녀에 대한 모든 것이 흐려지고 있지만 단 하나 흐려지지 않는 건 그녀의 마음이다.

그녀가 내게 전한 이야기들 그 마음들을 매일 매일 매일 지치지도 않고

늦은 낮잠을 자다  저녁에도 병원 앞을 지나면서도 

같이 갔던 바다 위에  있는 보트를  때도 

그녀가 자신의 학생들에게 어떻게 대했는지  고운 마음씨를,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모든 것을 기억할  있던 내가 놀랍던 시절도 같이.


아니, 사실 떠올린다는 표현은 너무나 능동적이다.

그 마음 앞에서 나는 초라했으며, 작별마저 초라해진 뒤에는 어떤 방법도 통하지 않고 온전히 초라한 나를 견뎌야 했다. 지금도 견디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자주 먹던 박하사탕을 습관적으로 씹으며 이제 그 박하사탕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누어주며 나는 그때로부터 얼마만큼 멀어져 있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나의 보폭은 어느 정도였을까. 너무나 가벼워서 어떤 모래도 밀어내지 않고 금세 사라져버리는 얕은 발자국만 남긴 그녀는 얼마만큼 멀어진 걸까.

왜 우리는 이런 순서로 마주쳤다가 지나가게 된 것일까. 질문만, 질문만은 흐려지지 않고 또렷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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