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모조리 적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 조금이나마 할 얘기들은 모두 진부하고 클리셰로 가득하다.
그렇게도 싫어하는 유치한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하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 그러니까 내말은,
그때의 기다림과 반가움과 불안함을 모두 적는다는 건, 불가능하다, 는 말이다.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내가 언젠가 글로 정확하게 그때를 기워서 펼쳐볼 수 있을까.
어느 순간에도 접속할 수 있도록.
그녀에 대한 모든 것이 흐려지고 있지만 단 하나 흐려지지 않는 건 그녀의 마음이다.
그녀가 내게 전한 이야기들 그 마음들을 매일 매일 매일 지치지도 않고
늦은 낮잠을 자다 깬 저녁에도 병원 앞을 지나면서도
같이 갔던 바다 위에 떠 있는 보트를 볼 때도
그녀가 자신의 학생들에게 어떻게 대했는지 그 고운 마음씨를,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던 내가 놀랍던 시절도 같이.
아니, 사실 떠올린다는 표현은 너무나 능동적이다.
그 마음 앞에서 나는 초라했으며, 작별마저 초라해진 뒤에는 어떤 방법도 통하지 않고 온전히 초라한 나를 견뎌야 했다. 지금도 견디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자주 먹던 박하사탕을 습관적으로 씹으며 이제 그 박하사탕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누어주며 나는 그때로부터 얼마만큼 멀어져 있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나의 보폭은 어느 정도였을까. 너무나 가벼워서 어떤 모래도 밀어내지 않고 금세 사라져버리는 얕은 발자국만 남긴 그녀는 얼마만큼 멀어진 걸까.
왜 우리는 이런 순서로 마주쳤다가 지나가게 된 것일까. 질문만, 질문만은 흐려지지 않고 또렷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