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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동재 Mar 29. 2024

더 깊은 퇴직면담을 위한 가이드

오늘은 오래전 친구에게 들었던 따뜻한 이야기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함께 일하는 상사인 팀장님이 있었는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친구는 팀장님과 함께 일하면서 좋은 기억들이 많았고, 아쉬움이 더욱 컸습니다. 그래서 서프라이즈로 팀장 몰래 동료들에게 팀장의 미담이나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제보받는다는 메일을 전사에 보냈습니다. 팀장님이 퇴사하던 날, 점심시간에 친구는 사내방송시스템에서 마이크를 잡고 라디오DJ처럼 여러가지 사연들을 하나씩 소개했고, 점심시간이 끝날 때 까지 에피소드가 이어져 눈물바다가 되었다는 이야기 입니다.


좋은 이별은 당사자에게도 필요하지만 남아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너무나 중요한 법이죠. 회자정리(會者定離)라는 말이 있는 것 처럼 만남이 있으면 반드시 이별이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도 그러하지만, 사람들이 모여있는 ‘조직’이라면 이 같은 만남과 이별이 일상인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능한 한 좋은 동료들과 오랫동안 즐겁게 일하고 싶지만 당연하게도 사람 마음처럼 원하는 데로 쉽게 되지 않는 것이 사람이고 조직인 것 같습니다. ‘역량’이 어떤 상황에서도 지속적으로 일으키게 하는 개인의 내적 속성이듯이, 조직에게도 역량이 있다면 조직의 일부인 구성원이 떠나는 이별의 순간 어떤 행동을 하느냐로 그 조직의 역량을 가늠해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너무 중요하지만 때때로 간과되기도 하는 퇴직면담 프로세스에 대해서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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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면담 왜 점점 더 중요할까?


퇴직면담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퇴직면담을 통해서 인사관리시스템이나 일하는 방식, 리더십과 같은 조직에 요구되는 중요한 개선사항에 관한 정보를 청취하고, 이를 기록해서 일하는 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죠. 특히 퇴직예정자는 의외로 솔직한 태도로 조직을 위해 진심어린 조언을 해줄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더욱이 최근 기업리뷰 등을 통해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채용브랜드이미지 손상에 대한 부분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퇴직면담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퇴직면담 누가하고, 무엇을 다뤄야 할까?


퇴직면담을 통해서 확인해야 하는 기본적인 것들은 당연하게도 구성원경험, 리더십, 소통, 피드백, 보상, 성장지원, 직무R&R, 근무환경과 같은 요소입니다. 일반적으로 퇴직면담은 HR팀에 인사담당자가 진행하고, 차상위조직장도 진행합니다. 경우에 따라서 경영진도 면담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직속조직장이 아닌 차상위조직장이 진행하는 이유는 꼭 그렇진 않지만 퇴사의 이유가 직속조직장과의 관계에서 오는 경우도 빈번하기 때문에 보다 솔직한 피드백과 문제상황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을 하기 위해 차상위조직장이 실시하는 것을 디폴트로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퇴직면담 어떤 순서로 진행하면 좋을까? 


1) 퇴직의사 확인 : 먼저 구성원의 퇴직의사가 명확하다고 판단될 경우 직속조직장은 HR팀에 해당 사실을 전달합니다. 

2) 퇴직면담 일정 수립 : 인사담당자는 퇴사 1~2주 전 일정으로 퇴직예정자에게 면담일정을 요청합니다. 인사담당자의 퇴직면담 이전에 차상위조직장의 퇴직면담을 먼저 진행하고, 해당내용도 인사담당자가 사전에 확인합니다. 

3) 퇴직면담의 목적 및 프로세스 안내 후 인터뷰 : 퇴직면담 진행자는 퇴직예정자의 입장에서 편안한 시간과 장소에서 만나, 퇴직면담의 목적과 진행방식, 기록의 활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안내하고 면담을 진행합니다. 면담을 일반적으로 1시간 이내로 진행합니다. 

4) 면담내용 기록 및 내용 확정 : 면담내용 기록이 마무리되면 퇴직예정자에게 기록내용에 대해서 검토를 요청하고 기록내용을 확정합니다. 

5) 사실관계 확인 및 공유 : 기록내용 중 추가로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 인사담당자가 추가 확인 후 HR영역 조직장, 차상위조직장, 탑팀에게 내용을 공유합니다. 6) 후속조치 실행 : 이후 개선이 필요한 내용에 대한 후속 대책을 수립해서 추진하게 됩니다.



인터뷰 어떻게 하면 더 잘 할까? HR담당자편


인터뷰를 진행할 때 HR팀은 인사관리 전반에 대해 면담을 진행하고, 퇴직예정자의 답변에 따라서 반 구조화된 형식의 인터뷰를 진행하게 됩니다. 먼저 HR팀 인사담당자는 아래와 같은 공통질문을 토대로 인터뷰를 진행하면 좋습니다. 


✅ 우리 회사를 떠나기로 한 이유와 배경을 듣고 싶습니다. 회사를 떠나야겠다고 생각한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 새로운 일을 하게 되었다면 그 일을 하겠다고 결정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 경영진과 조직장은 구성원이 이직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의견을 주시거나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으신가요?

✅ 회사에서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충분한 지원이 있었다고 느끼시나요?

✅ 일을 하면서 공정하게 얼마나 공정하게 대우를 받았다고 생각하시나요?

✅ 일을 하면서 일의 구체적인 방향이나 목적에 대한 조직장의 소통이 충분했나요?

✅ 일을 하면서 조직장이나 동료들과의 피드백, 협업에 대해서 만족하셨나요?

✅ 일을 하면서 학습과 성장의 기회가 충분히 있었나요? 우리 회사의 교육 및 성장지원 프로그램에 있어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 더 나은 근무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조직은 어떤 시도를 하는 것이 좋을까요? 회사에서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면 무엇을 바꾸고 싶나요?

✅ 나중에 다시 우리 회사에서 일하실 의향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어떤 분야에서 일하고 싶으신가요? 무엇이 바뀌어야 가능할까요?


인터뷰 어떻게 하면 더 잘 할까? 조직장편 


차상위조직장은 해당 구성원의 경험을 함께 회고하고 단위조직 및 직무 관련 내용에 초점을 맞춰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꼭 붙잡아야 하는 구성원의 경우 인터뷰를 통해서 마음을 돌릴 수도 있기에 결정적 순간이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인터뷰에 임하는 것이 좋습니다.

✅ 채용 이후에 우리 회사에서 어떤 일들을 해왔나요?

✅ 구체적인 직무에 대한 내용도 좋고, 그 외적인 것도 좋습니다. 일을 하면서 경험하길 원했던 것은 무엇이었고, 실제로 하게 되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 그동안 회사가 충족시켜주지 못했던 경험은 무엇인가요? 개선을 위한 소중한 피드백으로 삼겠습니다.

✅ 회사에서 경험한 일을 통해서 향상된 역량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회사에서 일하면서 공헌한 것들이 많았을 텐데, 일을 하면서 자부심을 느꼈던 때가 있었나요?

✅ 우리 회사를 떠나기로 한 이유와 배경을 듣고 싶습니다. 회사를 떠나야겠다고 생각한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 조금 불편하더라도 솔직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상사와의 관계는 어땠나요? 또는 회사 내에 불편한 관계가 있었나요?

✅ 당신이 담당했던 일을 대신할 사람을 찾을 때 어떤 역량과 자격요건을 갖춘 사람을 우리가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끝으로 회사와 남아있는 구성원들을 위해, 하고 싶은 제안은 무엇인가요?



마지막까지 구성원이 고객이라는 관점을 놓치지 말자 


퇴직면담으로 잘 알려진 사례로는 미국의 아웃도어 브랜드인 파타고니아가 있습니다. 파타고니아는 지속가능한 제품 제조와 기후위기 대응활동으로도 유명하지만 6년 연속 포브스 선정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으로 선정될 만큼 직원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글라스도어를 보니 2024년 현재도 평점 4.2점과 90%의 CEO에 대한 높은 지지를 보이고 있네요. 그래서인지 4%대로 퇴사율도 아주 낮습니다. (미국 소매업계 평균 60%) 파타고니아의 퇴직면담은 그 비결중 하나입니다. 퇴직사유나 무엇이 불만인지 묻는 일반적인 퇴직면담이 아닌  회사에서 기대했던 경험과 실제와 어떤 간극이 있었는지, 회사가 아닌 구성원의 입장에서 부부상담처럼 면담이 구조화되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오히려 더 솔직한 피드백을 이끌어내거나 초심을 떠올리면서 다시 열정을 되찾는 구성원도 있다고 합니다. 퇴직면담, 역시 더 나은 방식은 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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