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동재 Jun 05. 2024

피드백이 부담스러운 당신에게

“월요일 아침 팀미팅이 진행 중입니다. 3개월 전에 새롭게 우리 팀에 채용된 팀원 A가 2주 뒤에 있을 팀워크숍에서 다루고 싶은 주제에 대해서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이때 팀원 B가 갑자기 한숨을 쉬면서 팔짱을 낍니다. 의견을 내던 A는 뭔가 더 말하려던 게 있었던 것 같은데 서둘러 마무리를 짓습니다. 나는 이 장면이 뭔가 문제가 있다고 느낍니다. 팀원B를 따로 만나 이 행동에 대해서 말하자니 나만 까다로운 사람이 되는 것 같고, 그냥 넘어가자는 새롭게 팀에 합류한 A가 계속 이런 경험을 하게 될까봐 우려됩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마도 한 번쯤 이런 상황에 놓여본 적이 있을 겁니다. 우린 일을 하면서 이렇게 일상적으로 피드백에 대해 고민합니다. 최근 들어 점점 더 솔직하고 투명한 피드백이 중요하다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사실 피드백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이뤄지기 때문에 매우 개인적인 활동으로 여겨지지만, 피드백은 생각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선의와 용기, 신뢰, 헌신이 필요하고 따라서 중요하지만 매우 어렵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조직은 피드백을 개인 차원의 활동이 아닌, 시스템 차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오늘 말씀드릴 내용은 피드백 시스템을 성과관리시스템의 중요한 도구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서 도입을 고민하지만, 구성원 대부분이 솔직한 피드백이 부담스럽다고 느끼고 있어서 현실적으로 ‘피드백 시스템’ 도입을 고민하고 계신 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을겁니다.



1. 피드백과 평가를 구분하자. 피드백은 피드백이고, 평가는 평가다.


우리 조직에 피드백이 활성화되고 있지 못하다면, 우선 피드백과 평가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는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구분이 필요하다는 것은 시스템의 대상과 목적이 다르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피드백은 성과창출과정 또는 업무수행과정에서 나타나는 행동을 대상으로 하고, 성과평가는 성과에 대한 가치판단을, 역량평가는 역량에 대한 가치판단을 하는 것입니다. 즉 ‘피드백’이 ‘평가’와 다른 가장 큰 차이는 성과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피드백은 고성과창출에 유리한 행동에 초점을 맞춘 ‘정보제공’입니다.


성과를 계획하고 창출해 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도구와 정보들은 다양합니다. 경영계획, 대시보드 성격의 KPI, 직무R&R, 1on1 같은 도구들입니다. 피드백도 그중 하나입니다. 피드백은 성과창출자와 협업하는 이해관계자들에게 전방위적이고, 상시적으로, 투명하게 기록으로 남겨지도록 프로세스가 갖춰져 있을수록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랬을 때 성과창출에 도움이 되는 ‘정보’로써 더욱 가치 있게 활용되고 ‘피드백’이라는 행위가 조직적으로 더 촉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피드백과 평가의 목적이 다름을 강조하는 이유는 꽤 많은 경우 피드백을 평가라고 인식하면서 적극적인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을 부담스럽고, 무겁고, 어색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때론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것이 평가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적어도 피드백을 주는 사람은 해당 직무에서 더 많은 성과가 창출되길 기대하는 선의의 마음으로 하는 것이기에 솔직하지 않을 이유는 없겠죠. 완전솔직(Radical Candor)한 피드백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런 맥락입니다. 신뢰에 기반한 피드백 문화가 형성되면 피드백을 주고받을 때 불필요한 미사여구가 없어도 효과적인 피드백이 가능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말처럼 쉽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문제는 솔직하기만 하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2. 솔직하기만 하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다. 긍정적인 의도를 담는 것이 중요하다.


솔직한 피드백이 좋다고 해서 아무 말이나 허용되는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예를 들어 “당신 메신저 프로필사진이 실물보다 통통해 보이네요” 같은 말을 들을 필요는 없겠죠. 넷플릭스의 경우 직원들에게 피드백을 주고받는 방법을 코칭하고 교육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들은 좋은 방법과 나쁜 방법을 구분하여 어떤 피드백이 효과적인지 문서로 분명히 밝혀두고 있습니다. 『규칙 없음』의 공동저자 에린 메이어는 넷플릭스의 교재와 여러 인터뷰를 통해, 4A 형식으로 행동양식을 정리했습니다. 4A 행동양식은 피드백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지 고민할 때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 줍니다. 해당 내용의 풍부한 사례가 더 궁금하다면 넷플릭스의 피드백 시스템을 자세히 소개한 『규칙 없음』을 꼭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넷플릭스의 4A 피드백 행동양식 : 피드백을 줄 때>  


AIM TO ASSIST 도움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하라 : 피드백은 선의에서 비롯되어야 합니다. 불만을 털어놓거나 의도적으로 상처를 주거나 자신의 입지를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피드백은 용납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행동 변화가 상대방 개인이나 회사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분명히 설명해야 합니다. “외부 파트너와 회의할 때 시선을 마주치지 않는 모습이 무척 아쉽습니다”는 잘못된 피드백입니다. 올바른 피드백은 이런 식이야 합니다. “외부 파트너와 회의할 때 눈을 마주치면서 소통하신다면, 파트너들이 팀장님을 좀 더 전문가답다고 여길 것이고 그래서 더욱 긴밀한 관계를 쌓을 수 있을 겁니다.”
    ACTIONABLE 실질적인 조치를 포함하라 : 피드백은 받는 사람의 행동이 변화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팀장님의 프레젠테이션이 전체 메시지 자체를 망치고 있다”는 잘못된 피드백입니다. 올바른 피드백은 이런 것입니다. “회의장에 있는 여러 조직들의 구성원들에게 의견을 구하는 부분을 추가하면, 팀장님의 메시지는 더욱 분명하게 전달될 겁니다.”  


<넷플릭스의 4A 피드백 행동양식 : 피드백을 받을 때>  


APPRECIATE 감사하라 : 비판을 받으면 변명을 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일 수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누구나 반사적으로 자존심이나 체면을 지키려고 합니다. 그러니 피드백을 받으면 이런 자연스러운 반응을 자제하고 이렇게 자문해 봐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상대방의 고언을 신중하게 듣고, 열린 마음으로 그 의미를 짚어보며,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거나 화를 내지 않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까?’

ACCEPT OF DISCARD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라 : 일하다 보면 많은 사람으로부터 많은 피드백을 받게 됩니다. 어떤 피드백이든 일단 듣고 생각해 봐야 합니다.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습니다. 진심을 담아 “고맙다”고 말하되, 피드백의 수용 여부는 전적으로 받는 사람에게 달렸다는 사실을 양측 모두가 이해해야 합니다.



3. 직설적인 표현을 피하는 문화에서 피드백을 활성화하는 방법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도 당연히 문화의 주요한 요소입니다. 『규칙 없음』에는 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소개합니다. 넷플릭스의 경우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캐나다를 시작으로 유럽과 아시아 지역까지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각 지역의 고용 관행과 법률만 다른 것이 아니라 의사결정을 하는 방법, 신뢰를 구축하는 방식, 피드백을 주고받는 방식도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에린 메이어는 <컬처맵>을 통해서 나라마다 다른 문화를 수직선에서 비교하면서, 특히 피드백을 주고받는 방식을 주목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독일인 상사가 잘못을 직설적인 방식으로 지적하면 미국인들은 너무 심하다고 여기는 반면, 긍정적 피드백을 많이 끼워 넣는 미국인들의 성향은 독일인 입장에서는 불필요하고 성의 없는 태도로 비칠 수도 있었습니다. 비판에 관해서도 네덜란드인은 상당히 직설적인 편인데 일본인은 같은 이야기라도 매우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것이죠. 실제로 미국에서 파견된 매니저들은 도쿄 지사에서 피드백 교환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넷플릭스는 직설적이고 부정적인 피드백을 거북하게 여기는 나라에서는 공식적인 이벤트를 만들어 피드백을 좀 더 자주 의제로 설정하고, 워크숍을 통해 명시적이고 확실한 지침을 함께 정하는 것이 피드백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직설적인 표현을 피하는 문화에서는 동료에게 피드백을 줄 때 비난조가 되지 않도록 좀 더 친근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피드백에 대한 새로운 행동양식으로 포함해 더욱 강조하게 됩니다. 피드백에 대한 문화의 차이는 나라와 나라 간의 차이도 있지만 당연히 조직 간의 차이도 크기 때문에,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의 문화에 맞춰 적절하게 ‘조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규칙 없음』에서 나라별 조직문화적 특성 컬쳐맵으로 표현했습니다. 두 번째 차원을 보면 오른쪽에 가까울수록 부정적인 피드백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에린 메이어



4.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피드백이 부담스럽다면 두 가지를 시도해 보자.  


피드백 이전에 공기처럼 ‘열린질문’과 ‘반영’을 활용하기 : 동료 간에 긴장감이 높거나 어색한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조직장과 구성원의 관계에서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 낮으면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는 인간중심 상담기법 중 하나인 동기면담(Motivational Interviewing)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상담기술인 OARS를 활용하는 것을 제안합니다.


OARS는 열린질문(open question), 인정(affirmation: 칭찬이 아니라), 반영(reflection), 요약(summary)으로 “지난번에 말씀하신 건 잘 되었죠?”라고 하면 닫힌 질문이지만, “새롭게 시도해 보신 건 어떠셨어요?”라고 하면 열린질문이 됩니다. 반영은 감정을 읽는 ‘깊은반영’을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상대방의 말을 그대로 미러링하는 (예: “많이 힘드셨군요”) ‘단순반영’도 효과적이니 리스크를 줄이고 싶다면 고려해 볼 만합니다. 피드백 이전에 공기처럼 열린질문과 반영을 1:2나 1:3정도 비율로 적절하게 섞어가면서 커뮤니케이션 한다면 장기적으로 동료와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러면 당연히 피드백을 주고받는 데 있어서 부담도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파워가 높은 사람이 피드백 먼저 받아보기 : 피드백 문화를 활성화하고 싶다는 이유로 조직장이 피드백을 주는 것을 먼저 시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조직장들이 구성원들에게 피드백을 주면서 ‘저처럼 솔직한 피드백을 자유롭게 주고받았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피드백문화를 활성화하는데 좋은 전략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가 되면 좋습니다. 
미국의 투자자이자 기업가이면서 베스트셀러 《원칙 Principles: Life & Work》의 작가인 레이 달리오는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투명한 소통을 강조하면서 자신이 신입 직원에게 받았던 한 피드백을 소개했는데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레이 오늘 당신이 한 발표에 D-를 드리고 싶네요. 회의 준비를 전혀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그렇게 정리되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시간을 내어 회의준비를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레이 달리오는 이런 피드백이 있어야만 더 높은 성과를 만들 수 있는 좋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피드백을 받는 것이 자신에게 정말 필요하고, 아주 ‘멋진 일’이라고 말합니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는 30년간 이런 피드백 시스템을 만들고 고도화하는데 신경을 써왔다고 합니다.)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이 우리 팀에 피드백이 활발해지길 바라는 조직장이라면 피드백을 먼저 주기보다 동료들이 나에게 피드백을 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훨씬 더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충분한 기다림 끝에 동료들의 피드백을 받았을 때 이렇게 반응하는 것이죠. 


“어제 ○○님의 △△에 대한 피드백이 있었는데 그 피드백을 받는 순간 굉장히 부끄러웠습니다. ○○님의 피드백을 반영해서 앞으로 □□하게 일을 처리하려고 합니다. ○○님의 피드백을 받고 우리가 한층 더 팀으로 일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만약 피드백에 대해서 조직장이 이런 반응을 보인다면, 아마도 피드백 문화가 팀 내에서 훨씬 더 빠르게 정착될 것입니다. 지속가능한 제품 제조와 기후위기 대응활동으로 유명한 미국의 아웃도어 브랜드인 파타고니아는 2015년부터 상시 피드백 시스템을 디지털플랫폼을 활용해 운영하고 있는데 피드백의 90%는 조직장이 아닌 동료들로부터 발생하고 있습니다. (파타고니아는 6년 연속 포브스 선정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으로 선정될 만큼 직원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글라스도어를 보니 2024년 현재도 평점 4.2점과 90%의 CEO에 대한 높은 지지를 보이고 있네요. 그래서인지 퇴사율도 소매업계 평균 60%에 비해 4%대로 아주 낮습니다.) 피드백이 진정 활성화된 조직의 모습은 말 그대로 360도로 ‘누구나’, 피드백을 하고 싶을 때 언제든 ‘수시로’, 충분히 맥락을 잘 알 수 있도록 ‘투명하게 실명으로’ 피드백하는 것입니다. 피드백 더 나은 방식은 늘 있습니다.

                    

https://blog.clap.company/feedback_attempt/

*클랩에 기고한 글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직무오너십을 회복하려면, ‘의사결정’ 어떻게 해야 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