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상점들의 거리X10대 사건으로 보는 제2차 세계대전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날 저녁 어느 카페의 테라스에서 나는 한낱 환한 실루엣에 지나지 않았다.
과거를 모두 기억하고 추억을 완성할 수 없다면 살아서 무엇하나? 그러나 살지 않는다면 추억해서 무엇하나? 가장 헛되이 바스러져서 망각의 무로 변하는 우리들 삶을 가장 감동적으로 서술하고 있는 이 소설은 바로 이런 점에서 어떤 모럴을 손가락질하고 있는 것 같다. 한 일생의 기나긴 자서전을 따라가는 것보다는, 그 지속적 시간 끝에 남는 무無를 고려할 때, 차라리 이 확실하고 찬란한 현재를 사랑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 않을까?(26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