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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한나 Jun 10. 2021

이제 다 같은 편의점이 아니다

슬세권 경쟁 속에 편의점은 어떻게 변모하고 있는가

네모난 공간. 상품이 나란히 진열된 매대. 계산대에 서 있는 근무자. 어느 점포를 가도, 심지어 어느 브랜드를 가도 다 같은 모습의 편의점. 편의점의 수는 늘었지만, 편의점의 모습은 모두 같다. 당연히 고객은 특정 점포를 찾기보다 가장 가까운 편의점을 찾기 마련. 그렇게 슬세권 경쟁 속에 편의점은 어떻게 변모하고 있는가.


슬세권 경쟁 속에 살아남는 방법

 '세상 물정을 보려면 편의점에 가라'는 말이 있다. 진열대는 늘 최신 상품으로 채워지고, 인기가 살짝만 시들해져도 순식간에 빼버린다.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편의점이 있으니 시대와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편의점의 보통의 모습은 30년간 크게 바뀐 것이 없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계산대에 점주가 서 있고, 쭈욱 진열되어 있는 상품 중 원하는 상품을 골라가지고 나오면 되는 네모난 매장 형태. 브랜드만 다를 뿐 어디를 가도 같은 상품을 비슷한 가격에 파는 것도 여전하다. 그러니 집 앞 편의점을 두고 구태여 건너편 편의점을 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비슷한 편의점 점포 수가 전국적으로 4만 개를 넘어서고, 여기도 편의점, 저기도 편의점이 보이니 그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가만있어서는 고객을 뺏기게 생겼다. 이른바 '슬세권 경쟁'이다(슬세권이란, '슬리퍼를 끌고 다녀올 수 있는 가까운 상권'의 준말이다). 

 그래서 이제는 공격적으로 점포 수를 늘리기보다는 그 지역에 특화된 니즈에 편의점을 맞춰나가기 시작했다. 지역 특색을 살리니 당연히 서비스와 상품도 점포마다 달라지기 시작했다. 세탁물 접수나 공과금 납부를 해주는 점포도 있고, 카 셰어링, 항공권 결제까지 해주는 점포도 있다.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오프라인 매장이란 특징을 살려 각종 생활 서비스의 구심점이 되어주는 것이다.

 

이제 다 같은 편의점이 아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경남 창원시에 있는 약국과 결합한 신개념 편의점 ‘CU 창원 드럭 스토어 점’이다. 말 그대로 편의점과 약국을 한데 묶어놓은 공간이다. 이 점포에서는 약사에게 약 처방도 받을 수 있고, 필요한 간편식품이나 생활용품을 편의점 매대에서 고를 수 있다. 고객도 편의점과 약국이 한데 있어 편리하다.

홍대에 위치한 노래방 특화 편의점

 서울 홍대 앞 젊음의 거리에 위치한 ‘CU 럭셔리 秀 노래 연습장 점’은 노래방에 특화된 편의점이다. 일반 노래방에서는 카운터에 몇 가지 종류의 먹을거리만 살 수 있었다면, 이 노래방에는 편의점이 있어 1,000가지가 넘는 상품 중에 고를 수 있다. 또한, 노래방의 특성을 살려 곳곳에 점포 내에 미러볼과 네온사인을 설치해 노래 부르기 전부터 흥이 넘친다.  

 서울 도봉구 덕성여대 학생회관에 있는 ‘CU 덕성여대 학생회관 점’은 학교에 있는 점포 특성을 살렸다. 소모임이 가능한 회의용 테이블과 스터디 존을 운영해 학생들이 편의점에서 가볍게 요기를 하면서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스터디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메이크업을 수정할 수 있는 파우더 존과 스타킹을 구매한 뒤 바로 갈아입을 수 있도록 피팅룸을 갖추어 편하게 편의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고객들의 니즈만 살피는 것이 아니다. 요새는 편의점이 지역의 안전 거점 역할까지 도맡아 한다. 경찰청과 손잡고 전국 1만4000여 CU 점포를 활용해 길을 잃은 아동이나 치매 환자, 지적·자폐·정신질환 환자를 점포에서 보호하고 경찰이나 보호자에게 인계한다. CU 덕분에 그동안 70여 명의 아동이 집을 잃지 않고 부모의 품으로 돌아갔단다. 편의점은 이제 물건만 팔지 않는다.


근무자도 변신중

 이렇듯 요즘 편의점은 가지각색인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하기 위해 그 서비스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상품만 파는 단순 소매점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진화하면서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속속 도입하는 것이다. 편의점들이 이렇게 이색 매장에 집중하는 것은 기존과는 ‘뭔가 다른’ 매장을 시장에 포지셔닝하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가맹점에 도움이 될 만한 콘텐츠를 발굴하려는 것이다. 마치 플랫폼을 깔아놓고 수백 가지 사업을 벌이는 아마존의 축소판과 같다.

 서비스가 다양해진 만큼 계산대에 머무르던 근무자의 역할도 변모하게 될 것이다. 계산과 매장 관리만 하는 것이 아닌, 고객에게 맞춤형으로 응대하거나 서비스 이용을 함께 도와주는 파트너 역할로 말이다. 그렇게 지금과는 전혀 다른 편의점의 모습이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할 것이다. 


CU 사보 'I LOVE CU 2020년 12월호'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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