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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직한캐치업 Oct 08. 2018

시작이 반일까?

도시농부의 꿈

화분에서 씨앗이 나올 것 같지 않아

며칠을 전전긍긍이었다.


어린이 때부터 물 조절을 못했던 나는

성인이 되어서도 물 조절을 못해

음식을 하기 힘들거니와

심어놓은 모종이나 싹을 썩히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건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엄마가 야심 차게 모종을 사 와서는 물을 흠뻑 주는 모습이 낯설지 않았는데,

머지않아 죽어가는 안타까운 식물과 그것을 바라보는 엄마의 모습이

내가 엄마의 딸이라는 걸 너무나 확연히 보여주고 있었다.)


물을 살살 부어가며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적셔놓은 화분을 들고

볕과 바람이 잘 드는 자리를 찾아다녔다.


너무 직사광선이어도 안되고,

너무 그늘져도 안되고,

너무 기온 차가 나서도 안되고.


뻔히 아는, 당연한 소리인 것을

잘 해내지 못하는 내가 못 미더웠다.

그래서 화분만 여기저기 옮겨보다가

일단 여기, 

하고 놓은 곳은 컴퓨터 옆 창가.


그리고 며칠,

싹이 올라왔다.

세 개나.


근데 어찌 싹이 올라와야 할 연필 자리에는 하나도 안 보이고,

구석진 자리에만 몰려서 올라왔다.


며칠 지나 싹이 더 올라왔다. 총 다섯 놈. 바질. 갤럭시 노트 8



처음에 실수로 놓친 씨앗들이 구석에 흩뿌려졌었나 보다.


올라온 게 어디냐.

감사, 또 감사.


-아고 예뻐라, 뿌리도 깊이 자랐네!


구석에 싹이 자리 잡은 탓에 

투명한 컵으로 뿌리내린 게 보인다.


아이고 장해라.

고마워라.


컴퓨터 옆 창가 자리가 딱 맞았다, 싶어 

그대로 또 며칠,


화분을 다시 봤더니

싹들이 휘었다. 해바라기같이.


싹이 났으니 이대로 물만 잘 주면 되겠지, 싶었는데

관심 부족, 정성 부족이 그대로 나타났다.


관심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다. 바질. 갤럭시 노트 8


새싹은 새 싹인데.

싹이 올라오기만을 노심초사했더니

싹이 난 게 끝인 것처럼 굴었다.

유종의 미를 거워야 할 것을.


결국 오늘도 반성.

그리고 다시 다짐.


바질이 커가는 모습을 놓치지 말고 지켜보자, 오래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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