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부의 꿈
화분에서 씨앗이 나올 것 같지 않아
며칠을 전전긍긍이었다.
어린이 때부터 물 조절을 못했던 나는
성인이 되어서도 물 조절을 못해
음식을 하기 힘들거니와
심어놓은 모종이나 싹을 썩히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건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엄마가 야심 차게 모종을 사 와서는 물을 흠뻑 주는 모습이 낯설지 않았는데,
머지않아 죽어가는 안타까운 식물과 그것을 바라보는 엄마의 모습이
내가 엄마의 딸이라는 걸 너무나 확연히 보여주고 있었다.)
물을 살살 부어가며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적셔놓은 화분을 들고
볕과 바람이 잘 드는 자리를 찾아다녔다.
너무 직사광선이어도 안되고,
너무 그늘져도 안되고,
너무 기온 차가 나서도 안되고.
뻔히 아는, 당연한 소리인 것을
잘 해내지 못하는 내가 못 미더웠다.
그래서 화분만 여기저기 옮겨보다가
일단 여기,
하고 놓은 곳은 컴퓨터 옆 창가.
그리고 며칠,
싹이 올라왔다.
세 개나.
근데 어찌 싹이 올라와야 할 연필 자리에는 하나도 안 보이고,
구석진 자리에만 몰려서 올라왔다.
처음에 실수로 놓친 씨앗들이 구석에 흩뿌려졌었나 보다.
올라온 게 어디냐.
감사, 또 감사.
-아고 예뻐라, 뿌리도 깊이 자랐네!
구석에 싹이 자리 잡은 탓에
투명한 컵으로 뿌리내린 게 보인다.
아이고 장해라.
고마워라.
컴퓨터 옆 창가 자리가 딱 맞았다, 싶어
그대로 또 며칠,
화분을 다시 봤더니
싹들이 휘었다. 해바라기같이.
싹이 났으니 이대로 물만 잘 주면 되겠지, 싶었는데
관심 부족, 정성 부족이 그대로 나타났다.
새싹은 새 싹인데.
싹이 올라오기만을 노심초사했더니
싹이 난 게 끝인 것처럼 굴었다.
유종의 미를 거워야 할 것을.
결국 오늘도 반성.
그리고 다시 다짐.
바질이 커가는 모습을 놓치지 말고 지켜보자, 오래 오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