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솔직한캐치업 Nov 07. 2020

결혼 준비의 시작은 '자금 마련'이 아니다.

반려자가 되어 가는 과정

연애 1년 반, 결혼한 지 만 1년 2개월, 임신 7개월 차.

아기가 태어나면 [지금의 신혼 생활]은 누릴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둘만 보내는 생활이 매우 소중한 요즘이다.


요즘 우리 부부가 가장 많이 나누는 대화는 '돈'이다. 연애와 달리 [결혼은 현실]이라고들 하지 않나. 막상 결혼하고도 당장은 알 수 없는 그 문장. 글자 그대로는 이해하기에 '신중'하고 '조심'하려고 많이 노력하지만, 구체적으로 공감할 수는 없는 그 말. 결혼한 지 만 1년이 지나, 이제는 그 말을 조금은 알 것 같아 모니터 앞에 앉았다.


결혼 전, 현실적인 돈 얘기. 얼마나 할까?


우리 부부는 나름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서로 결혼을 마음먹었을 때부터 통장 잔고를 확인했다. 현재의 남편인 당시 남자 친구는 월급이 들어오면 본인 생활비를 제외하고 내게 맡겼고, 나는 그 목돈을 결혼 자금으로 쓰기 위해 차곡히 모았다. 양가 부모님께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기로 했고, 결혼식에 미련도 없었기에 비용도, 절차도 최대한 가볍게 진행했다. 스드메, 결혼식장, 버스 대절에 9박 10일 유럽 신혼여행 등 전셋집 비용만 제외하고(물론 전세대출은 받았다) 2천만 원에 모두 마쳤고, 예산이 작았다고 해서 궁색 맞지도, 아쉽지도 않은 만족스러운 결혼 준비였다.


결혼하자마자 일정 금액의 현금을 가지고 가정생활을 시작했다. 결혼한 이후에도 남편은 본인 생활비만 남겨놓고 나에게 송금했으며, 나는 그 돈을 다시 차곡히 모았다. 한 달에 한 번, 월급날이면 같이 PC 앞에 앉아 가계부를 적었다. 우연히 경제 서적을 접한 나는 재테크에 부쩍 관심이 많아져 경제 공부를 시작했고, 흥미로운 주제는 남편에게 미주알고주알 떠들었다. 오픈 마인드인 남편은 같이 경제 공부를 해주었고, 부부의 재테크 마인드를 만들어갔다. 여유롭게 마주 앉는 시간인 저녁 식사 시간은 재테크 얘기와 함께 우리의 마음이 부자가 되는 시간이었다.


월급과 부자 마인드를 차곡히 쌓아가던 날들 중 아기가 찾아왔다. 계획했던 일이기에 그저 고맙고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럼에도 한편으론 육아 휴직을, 휴직 중 수입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남편과 plan B를 계획하고 실행해가던 중 집주인께 연락이 왔다. 말이 많은 부동산 정책, 그 속에 우리도 휩쓸린 게 되었다. 처음 이 집을 계약했을 때에 비해 거의 2배가 오른 전셋가에 심지어 전세 매물도 없다. 아직 전세 만기 2년이 될 때까지 몇 개월 남아있어, 시간적인 여유는 있는 셈이지만 내 집 마련을 계획하고 이 지역에서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노리기로 한 우리는 거주 지역에 전세 매물이 없다는 것 자체가 불안감이 컸다. 중소기업 다니는 두 사람이 꾸준히 모은 월급은 당연히 부동산 상승률을 따라갈 수 없었다. 아기가 없더라면 두 사람 다 온전히 월급을 계속 모으겠지만, 당장 내년면 전셋집 이사에 수입도 줄어드는 상황. 불행 중 다행으로 거주 지역에 행복 주택 공고가 나와 지원해둔 상태이고 결과만 기다리고 있다. 나름 부지런하게 '현실적인 결혼 생활'을 준비해서 지내고 있었다고 자부했는데, 이런 상황을 겪다 보니 '진작에 알았다면' 싶다.


그래서 예비 신혼부부가 준비해야 할 것은?


[돈 얘기]이다. '돈' 그 자체를 준비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물론 돈이 많을수록 살기 좋고 고민도 적겠지만, 어르신들 말씀대로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게 돈 아니겠는가.


직장은 언제까지 다닐 것인지, 이직 계획이 있는지,

한 직장만 다닐 것인지, 사업 계획이 있는지,

어느 지역에서 살아갈 것인지,

아이는 낳을 것인지, 언제, 몇 명을 낳을 것인지,

몇 살에 은퇴를 계획하며 은퇴 후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이게 바로 돈 얘기다.

계획이 없기 때문에 시작하기도 어려운 주제이다. 매년 생각이 바뀔 수도 있고, 몇 개월 만에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 그럼에도 그 사람과 평생을 함께할 생각이라면 '해야 하는' 이야기이다.


어려운 얘기다. 나도 내 계획을 못 만들어 봤을 확률이 많고, 상대방 역시 그럴 수 있다. 계획을 세웠다고 한들, 대화를 시작하기 어려운 주제이기도 하다. 내 주변만 해도 내 집 마련 계획을 터놓고 말해보지 않은 부부도 있고, 언젠가 아이는 가질 것이고 보통 그 시기를 '신혼을 즐긴 뒤'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언제인지는 부부가 서로 다른 생각인 경우도 꽤 많다.


그럼에도 결국은 대화다.

옆에 있는 이 사람과 내 남은 인생을 같이 보내기 위해 결혼을 마음먹지 않았는가? 그러니 같이 인생 계획을 세우면 좋겠다. 그러면 자금 계획도 따라오고, 계획 따라 자금의 쓰임도 결정된다. 그 자금으로 저금을 할지, 투자를 할지 정해지는 것이며, 막막하기만 할 것 같은 내 집 마련, 아이 계획, 노후 마련도 조금씩 구체화돼간다. 자연스럽게 돈 얘기를 나누는 것이다.


결혼 준비를 하고 있다면 느낄 것이다. 준비 과정부터 돈 쓸 일이 태반이다. 신경 쓸게 많다 보니 식을 올리면 다 끝난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그 이후가 진짜 시작이다. 처음에 내 현재 상황을 설명해두었다. 어느 가족에게나 생기는 일이며, 큰 사건도 아니다. 이런 구체적인 상황을 그려보았는가.


이 글을 본 이 결혼이라는 인생의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면, 옆에 있는 동반자와 함께 인생 계획을 스무고개 하듯, 그려보기를 바라본다. 처음엔 어렵고 감도 안 오겠지만 질문 끝에는 그(녀)와 함께하는 결혼 생활이 준비돼있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승진과 휴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